가을은 결실의 계절이지만 나무들에게는 이별의 계절이기도 하다. 비바람을 견디고 만들어진 열매들은 농부에게 수확의 기쁨이 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하여 잎은 땅에 떨어지지 않으면 안 된다. 열매는 씨앗을 잉태하여 탄생으로 돌아오지만, 잎은 땅에 떨어져 자신을 죽이지 않으면 안 된다. 죽기 전에 마지막 생명의 불꽃을 피운다는 의미의 회광반조라는 말이 있다. 가을 산행의 백미인 단풍이 주는 즐거움은 아마 활엽수들이 만들어내는 마지막 생명의 불꽃일 것이다. 참나무류의 갈색빛깔의 낙엽과, 은행나무와 싸리나무의 노란빛깔의 낙엽, 그리고 백당나무와 옻나무들의 검붉은 빛깔의 낙엽 등등. 하지만 단풍나무의 단풍은 이런 자연이 주는 모든 색깔을 다 품고 있다. 때 이르게 일찍 물든 것은 일찍 물든 그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