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나의 명상록

부끄러움을 아는 삶

소우(小愚) 2021. 6. 22. 10:29

 

 

 

 ◆◇ 부끄러움을 아는 삶.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 앞에 나서서가 꺼려진다.

 혹여 회식자리에서 하는 건배사라도 할라치면 말이 꼬여 하고 싶은 말도 조리 있게 하지 못한다.

 또한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놀 때는 춤과 노래도 곧잘 하지만,

 사람이 많거나 낯선 사람이라도 있을라치면 거의 음치나 몸치에 가깝다. 

 

 부끄러움은 양심에 비추어 거리낌이 있어 생기는 마음이다.

 흔히들 주목받기 싫어하는 내성적인 사람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들 한다.

 얼굴이 붉어지거나 말도 더듬고, 평소와 다르게 행동도 어색해지고, 심지어 심장이이 뛰고 숨도 가빠진다고 한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도 제대로 못하고, 어색함을 벗어나기 위해 이런저런 눈치를 보기도 한다.

 도망칠 수 있다면 아마 주저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는 모두가 부끄러웠다.

 키 작은 것, 못 생긴 것, 가난한 것, 성격이나 모습, 환경이나 여건, 고향조차도 부끄러웠다.

 그래서 매사에 소극적이었고, 자신의 생각조차 남들에게 떳떳하게 말하지 못했다.

 내 탓이거나 잘못도 없으면서 마치 죄인인양 움츠려들었다.

 특히 이성친구에게는 더욱더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많이 무디어졌다.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부끄러웠던 기억이 더 아름답지 않았나 싶다.

 요즘은 양심을 속이고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는 모습에 경악스러울 때도 있다.

 삶이라는, 행복이라는 것에 현혹되어, 정작 그 본래의 가치마저 잃고, 본말이 전도된 일상을 사는 건 아닐까?

 그래도 한편으로 아직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다행스럽긴 하다.

 

 요즘 주변에는 염치없는 사람이 넘쳐난다.

 너무 자신의 이익에 매몰되어 부끄러움조차 잊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내 것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습관처럼 굳어져 타인에 대한 배려를 잊은 탓이다.

 살아보면 내 것인 것 같아도 내 것이 아닌데, 왜 모두를 내 손안에 움켜쥐려 했을까?

 아마 내 삶 그 자체가 불안해서일 것이다.

 

 철면피의 삶이 행복할까?

 부끄러운 짓을 하고도 아무 일 없듯이 사는 것이 삶이라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성급하거나 무리하지 않아도, 반칙이나 옳지 않은 짓을 하지 않아도, 삶은 연연히 이어지는 것인데 말이다.

 삶이라는 핑계로 너무 자기합리화에 바빠 나 자신을 잃어버린 듯하다.

 내가 빠진 삶이 결코 행복할 리 없음에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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