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나의 명상록

최고의 보약

소우(小愚) 2022. 3. 15. 10:28

     

 

       ◆◇ 외로움을 치유하는 데에는 사람이 최고의 보약이다.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병은 외로움이 아닐까 싶다.

       외로움을 즐긴다는 사람도 있지만 아마 그것은 자포자기한 마음의 핑계일 뿐이다.

       왜냐하면 외로움은 외면이 아닌 내면 즉, 마음에서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젊었을 때보다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많은 늙었을 때 더 많이 느낀다.

       어쩌면 사람에게 가장 반가운 건 돈도 명예도 아닌 바로 외로움을 나누고 덜어줄 수 있는 말벗인 것이다.

 

       어떤 사람이 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엔가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아프시기 시작했다.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 짓만으로 대화를 하고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셨다.

       그렇게 5년을 사시다 돌아가신 뒤, 어머니마저 그간의 힘든 삶으로 잔병치레가 많으셨는데,

       평소 돌아다니기를 좋아해 늘 아픈 몸으로 말없이 나가 서로 말다툼 싸움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힘이 들 때면 돌아가시면 마음 편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움을 더하고 싸우고 할 때가 더 행복했음을 깨닫게 된다.

       늘 내편으로 사랑과 삶의 온기를 나누어주시던 소중한 사람이 이젠 안계시다는 서글픔이 밀려온다.

       잘 해드리지는 못했지만 모시고 사느라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냈기에 외로움을 느낄 시간도 없었는데,

       막상 돌아가시자 서로의 가치를 가슴 깊이 알게 된 탓이다.

 

       내가 살아온 것들조차 점차 잊혀지고 사라져간다.

       어린 시절 썰매를 타던 고향집 개울과 눈썰매를 즐기던 비탈진 밭에도 어느새 펜션이 가득 들어섰다.

       첫눈이 내리던 날 첫 발자국을 새기며 뒹굴던 먼지 날리던 신작로도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변했다.

       변해가는 고향만큼이나 삶에 지쳐 비명 지르는 비난과 오해의 말만 가슴 가득하다.

       여유를 잃은 내 마음의 하소연이다.

 

       난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아니 어쩌면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모르는지도 모른다.

       도움을 나누기보다는 도움을 기대하거나 계산하려는 마음으로 사는지도 모른다.

       받은 도움을 잊지 말고  반드시 갚겠다는 마음으로 살아도 부족한데 계속 도움만 바라는 것 같다.

       가족이란 존재하는 것만으로 네게 행복을 전해주는 사람들인데 말이다.

 

       소중한 것은 일방적이기 쉽다.

       받는 것은 보잘것없고 준 것만 크게 보인다.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왔음에도 그 고마움을 종종 잊고 원망의 말을 내뱉곤 한다.

       하지만 외로울을 알 나이 즈음이면, 늘 불만과 원망의 대상이었던 그 사람이 가장 소중했음을 알게 된다.

       그렇듯 외로움을 치유하는 데에는 사람이 최고의 보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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