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나의 명상록

정으로 하는 부탁은 거절하기 어렵다.

소우(小愚) 2015. 12. 19. 11:32

 

 

       

 

   ◆ 정으로 하는 부탁은 거절하기 어렵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어려운 일 한두 번은 겪기 마련이다.

    그럴 때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이겨낼 수만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처한 사정에 따라,

    혼자서는 도저히 그 일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돈도 돈이지만 사람이 필요한 경조사일 경우,

    일가친척은 물론 친구나 지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렇기에 평소에 지인들의 작은 일에도 관심을 기우려야 한다.

 

    이처럼 친한 사이라도 자격이 있어야 한다.

    친구로서 동료로서 그 이름에 맞는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평소 주변에 많은 사람을 알고 있어도 막상 어려운 일이 닥치면,

    도움을 청할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음을 알게 된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어려움이 닥치지 전까지 그 일이 마치 남의 일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려움이 닥쳐야 후회하지만 그 때는 이미 때가 늦다.

 

    누구나 세월을 이길 사람은 없다.

    산이 좋아 산에 가고 싶어도 관절이 아파 가지 못하고,

    보고 싶거나 조금 여유로워서 술이라도 한잔 하려고 해도 건강 때문에 거절해야 하는 경우도 흔하다.

    여행을 함께 하고 싶어도 취향이 달라 같은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는 것처럼,

    같은 환경이나 조건을 가진 친구를 가지기란 정말 힘들고 어렵다.

 

    알다시피 정(情)은 오랫동안 함께 지내 오면서 생기는 친근한 마음이다.

    즉, 정은 시간이 더해지고 함께 했던 추억이 쌓여 자연스럽게 형성된 마음의 흐름인 것이다.

    그렇기에 대부분 원망보다는 그리움의 대상이며,

    함께 하지 못함이 오히려 안타까움이 되는 사람인 것이다.

 

    이런 사람의 부탁을,

    그 어찌 냉정하게 거절할 수 있을까?

    거절은 곧 자기 마음에 대한 부정일 것이다.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보면 모든 일을 알 수 있다 했다.

    진실한 마음은 편하고 아름다우며, 거짓된 마음은 왠지 모르게 불안하고 추해 보인다.

    내가 정을 준 사람은 언제나 내게만은 진실할 것이라 믿고 싶은 마음도,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뻔히 눈에 보이는 거짓말이나 손해라도,

    정이 내민 그 손길을 거부하지 못하고 붙잡게 되는 것 같다.

    이렇듯 정은 한번 빠지면 더 이상 거부할 수 없는 악마의 유혹인지도 모른다.

 

    도움을 주면서,

    나중을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대부분 도움은 위급한 상황에서 청하는 것이지,

    여유가 있으면서 도움을 청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므로 가족이나 형제,

    그리고 친구라는 이름으로 하는 부탁이라면 가능하면 들어주고 싶다.

    나이가 들수록 정으로 하는 이런 부탁을 할 사람조차 하나 둘 내 곁을 떠나간다.

    도움을 주는 것도 다 때가 있어 그 기회를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