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3년, 시간을 잊게하는 산, 홍천 팔봉산 등산.

소우(小愚) 2013. 9. 9. 13:55

 

 

    ○ 등 산 일 자 : 2013년 09월 08일

    ○ 등 산 코 스 : 매표소(10:57)- 1봉(11:43)- 2봉(12:03)- 3봉(12:30)- 4봉(12:58)- 5봉(13:03)-

           6봉(13:29)- 7봉(14:09)- 8봉(14:31)- 매표소(15:10)

    ○ 총소요시간 : 4시간 13분(사진촬영 및 휴게시간포함)

 

 

 

 

 

 

    ●◑ 2013년, 홍천 팔봉산등산

 

     해발 327m의 팔봉산은

     강원도 홍천군 서면 팔봉리에 위치한 여덟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작은 산이다.

     하지만, 아기자기한 암봉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고,

     홍천강이 그림같이 휘감아 흐르는 풍광을 지닌 정말 멋진 산이다.

 

 

 

     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두 번 놀란다고 한다.

     첫째는 산을 올려다 볼 때 한 눈에 쏙 들어올 정도로, 규모가 작아 만만해 보이는 산이어서 놀라고,

     둘째는 일단 봉우리를 오르면서 만만치 않은 암릉 코스에 또 한번 놀란다고 한다.

     암릉 밑으로 펼쳐진 홍천강의 풍광과 산세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아기자기한 산행 여정은 오르는 내내 지루함을 잊게 한다.

 

 

 

   

     팔봉산은 1봉부터 8봉까지 올랐다가 원위치로 돌아오는 데에는 3시간이 걸리지만,

     바위와 어우러진 멋진 소나무과 경치 좋은 곳이 많아,

     산의 전설과 풍경을 눈에 담다보면 실제 걸리는 시간은 누구도 알 수 없다.  

     나 역시도 4시간이 넘어서야 등산을 마칠 수 있었다.

 

     어제 과음해서인지,

     팔봉산 매표소에 도착했지만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매표소에서 입장료 1,500원을 내고 산행을 시작하려 했지만 도대체 들머리를 찾을 수 없다.  

 

 

 

 

     화장실을 지나 홍천강변을 따라 내려가니 2,3봉 등하산로 표지판이 보였다.

     2,3봉이라 조금 미심쩍어 조금 오르다 등산객을 만나 물어보니 1봉 등산진입로는 매표소 안에 있다고 한다.

     서둘러 다시 내려와 매표소에 도착해서 살펴보니 1봉 등산진입로를 등산객들이 가로막고 있어,

     찾지 못해 결국 20분 가까이 허송세월한 격이다.

 

     1봉까지는 비교적 가파른 길을 올라야 한다.

     그러나 1봉까지 대략 20~30분이면 충분하나 과음한 탓에,

     온몸에 흘러넘치는 땀에 술 냄새가 스며 나오는 듯하다.

     숨이 턱밑까지 차올라 몇 번이나 걸음을 멈추고 숨을 가라앉혀야만 했다.

     역시 과음 후 산행은 <쥐약 먹은 쥐와 같다.>란 말은 명언이다.

 

     그렇게 땀을 쏟으며 1봉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왜 산을 찾는지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밭 밑으로 불어오는 바람과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마을 풍경들 유유히 흐르는 홍천강의 세월을 느낄 수 있다.

     힘든 것은 몸이지 마음은 풍요라, 어느덧 상쾌한 기분에 온 몸이 아우성친다.

 

     2봉에 오르면 예상치 않은 집이 두 채 덩그러니 세워져 있다.

     그것은 삼부인상을 모시는 당집이다.

     400여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에 따라 음력 삼월과 구월에 두 번,

     삼부인(이氏, 김氏, 홍氏)을 기리는 제사(굿)를 드린다고 한다.

 

 

 

 

     3봉과 4봉 사이에는 해산굴이 자리 잡고 있다. 

     수직으로 된 암벽 가운데 나 있는 구멍을 통과하기 위해서,

     배낭을 먼저 던져 올려놓고 머리부터 넣은 다음 구멍을 통과하는 모습이,

     마치 아이가 자궁을 통과해서 나오는 해산 장면 같다고 해서<해산굴>로 이름 붙여진 곳이다.

 

     전해 내려오는 말에 의하면,

      이 굴을 많이 통과하면 할수록 무병장수한다고 하여 <장수굴>이라고도 불린다.

 

 

 

     나 역시 해산굴을 통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역시나 배낭을 지고는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어,

     배낭을 먼저 던져 올려놓고 머리부터 마치 구렁이 담 넘어가듯  조금씩 몸을 움직여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잡을 데야 굴이 뚫린 부분이 전부고 매달리면 발밑이 허공이라,

     구멍 크기와 몸 크기를 비교하여 결코 무리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생각에는 팔봉산의 백미는 이 곳 4봉 정상이 아닌가 싶다.

     전설도 전설이지만 홍천강을 비롯하여 주변의 풍경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싶다.

     이 4봉을 기점으로 점차 반복되는 암릉지대와 풍경들,

     그리고 낭떠러지 길, 계단, 밧줄, 이 모두가 점차 눈에 익숙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숨 가쁘게 5,6,7봉을 연이어 지나치면 마지막 8봉을 만나게 된다.

     8봉은 팔봉산의 마지막 봉우리답게, 지금까지 넘어왔던 일곱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렸던,

     모든 것을 종합해놓은 듯한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에 8봉을 오르지 않고는 진정 팔봉산을 올랐다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봉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왠지 모를 진한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8봉에서 하산하는 길이 너무 위험천만하여

     대부분 7봉과 8봉 사이에 난 하산 길을 이용하나,

     산행의 스릴을 아는 사람이라면 결코 이 하산 길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다.

     거의 70~·80도의 가파른 경사를 철난간대와 철판으로 제작한 손바닥만한 디딤판을 내려가다 보면,

     긴장감에 어느새 땀이 흐르게 된다.

 

 

  

     이렇게 20여분을 내려오면,

     드넓은 홍천강과 조우하게 된다.

     불어오는 시원한 강바람과 강 옆으로 난 잘 정돈된 길을 따라,

     들머리인 팔봉교 근처의 매표소로 되돌아 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