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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양양 구룡령옛길 등산

소우(小愚) 2013. 9. 23. 13:56

 

 

   ○ 일 시 : 2013년, 09월 21일

   ○ 코 스 : 삼평초등학교 갈천분교(09:00)- 묘반쟁이(09:39)- 솔반쟁이(09:44)-횟돌반쟁이(10:26)-

         옛길정상(10:44)- 구룡령백두대간길(1.2km, 11:05)-묘반쟁이(12:05)- 삼평초등학교 갈천분교(12:21)

   ○ 총소요시간 : 왕복 약 11km, 3시간  21분 소요.

 

 

     ▶ 2013년, 양양 구룡령옛길 등산

 

      구룡령(九龍嶺)옛길은 대관령옛길과 여러 면에서 닮았다.

      첫째로 행정구역의 경계이고,

      둘째는 굽이가 아흔아홉으로 고개마다 삶의 애환과 전설을 간직하고 있으며,

      셋째로 반정이나 반쟁이와 같은 고개 길의 절반을 뜻하는 지명을 갖고 있고,

      넷째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골을 따라 형성된 길과,

      다섯째로 금강소나무나 참나무 등 수종이 매우 흡사하다는 점이다.

 

 

 

      그러나 옛길의 정비 상태나 쉼터,

      그리고 조망에 있어서는 대관령옛길이 월등하다

 

      구룡령은 해발 1,031m의 고개(嶺)다.

      원래의 도로는 구룡령과 조침령 사이에 있는 오솔길이었지만,

      현재의 구룡령도로는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졌다.

      국도 56번 도로인 이 도로는 한계령이나 미시령보다 먼저 개설되었는데,

      그 이유인 즉, 구룡령 일대에 매장된 자철석과 같은 지하자원과,

      여러 임산자원을 수탈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지금도 구룡령옛길에는 그 때의 흔적인 삭도가 남아있다.

 

 

      구룡령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9마리의 용이 고개를 넘어가다 지쳐서,

      갈천약수에서 목을 축이고 쉬어간 길이라는 설과,

      아흔아홉 굽이가 마치 용이 승천하는 모습과 닮았다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대관령옛길이나 구룡령옛길은,

      서둘지 않고 서서히 가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왜냐하면 골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길을 걸음으로써 선조들의 삶의 자취를 따라가는 길이기에 그렇다.

 

 

 

     오래된 소나무들이 가득한 솔반쟁이,

     장례식에 쓰는 하얀색 횟돌이 나왔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횟돌반쟁이,

     양양 수령을 업고서 홍천까지 뛰어갔다 돌아오는 길에 청년들이 죽어서 무덤이 생겼다는 묘반쟁이 등.

     마치 옛사람들의 삶이 한 장의 사진처럼 시나브로 다가오는 것 같다.

 

     옛길등산은 특히 위장병에 좋다는,

     갈천양수가 있는 양양군 서면 갈천리를 들머리 삼아 오른다.       

     명계리는 교통접근성이 좋지 않고  위험한 구간이 많아 우천산행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룡령옛길은 양양군 갈천리와 홍천군 명개리를 잇는,

      약11km에 이르는 길로 조침령으로 가는 백두대간코스이기도 하다.

      양양에서 구룡령 길(56번 국도)을 따라 약 20km 정도 가면 삼평초등학교 갈천분교가 나오는데,

       여기 공터에 차를 주차한 뒤, 도로 오른편쪽 이정표를 따라 등산을 시작하면 된다.

 

      등산은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의 목교에서부터 출발한다.

      여기서 묘반쟁이까지는 대략 40분, 옛길 정상까지는 1시간 40여분 정도,

      하산은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갈천리나 명계리 어느 쪽에서 올라도 대략 3~4시간 정도면 족할 것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이 나는 자가용을 이용한 등산이라  들머리가 날머리일 수밖에 없다.

      생각 같아서야 완주하고픈 욕심이 굴뚝같지만 한편으로는,

      대관령옛길을 너무 자주 가서인지 그리 새로운 느낌은 아니었다.

 

      묘반쟁이까지 이어진 산죽 밭이나,

       햇볕이 들 때까지 골을 따라 걷는 동안 지겹도록 달려드는 파리 때의 습격도 골치다.

 

 

 

 

      하지만 묘반쟁이 근처에서 만나는,

      높게 솟은 금강소나무의 올곧은 기상이나,

      싸리나무 생강나무의 노랗게 물든 단풍에서 어느덧 계절을 느끼게 한다.

      아직 푸르기만 한 단풍나무 밑에도 어느새 각색의 단풍이 수북이 쌓여 발길에 흩날리곤 한다.

      아마 10월 중순이면 절정의 단풍을 보게 될 것이다.

 

      횟돌반쟁이를 지나자 그 귀하디귀한 금강초롱꽃 행렬이 이어진다.

      때로는 홀로, 또는 여럿이 마치 석가탄신일에 사찰마다 달아놓은 초롱행렬처럼 늘어서있다.  

 

 

  

       그리고 그 사이로,

       고대병사의 투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투구-꽃(진돌쩌귀, 초오두)이 호위하듯 피어있다.

 

      그렇게 옛길 정상에 올랐지만 묘하게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백두대간 코스를 따라 약 1.2km 지점의 구룡령을 향했지만,

      능선에는 어느새 서리를 맞았는지 단풍이 검게 말려있다.

 

      약 30여분을 걸어 구령령 근처까지 갔지만,

      내리막길이라 산행을 그만 멈추고 되돌아섰다.

      왜냐하면 구룡령은 조망이 빼어난 정상이 아닌 단순히 고개이기 때문이다.

 

 

   

      이번 산행을 통해 느낀 점은,

      구룡령옛길은 차라리 갈천약수에서     

      갈전곡봉에 올랐다가 옛길로 하산하는 코스가 적당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