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3년, 백담사-오세암 등산

소우(小愚) 2013. 6. 4. 09:44

 

   ○ 일시 : 2013년 6월 2일

   ○ 코스 : 백담사(08:30)-영시암(09:50)-마등령갈림길(11:10)-만경대(11:20)-오세암(12:00)-백담사(14:30)

   ○ 소요시간 : 5시간 (점심 및 휴게시간포함)

   ○ 동행 : 김동근, 정순교, 최종림

 

 

 

 ▶▷ 만경대 비경에 취하다.

 

 난 사실 몇 년 전부터 이 코스를 탐방하고 싶었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 워커에다 청바지를 입고,

 백담사분소에서부터 대청봉을 넘어 설악동으로 등산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그 때는 방학 이어서 시간에 구애됨 없이 친구들과 비박을 하면서 10박 11일 동안 설악산에 머물었었다.

 

 가다가 지치면 물 좋고  경치 좋은 곳에서,

 배낭에 지고 온 쌀과 반찬거리로 밥을 지어먹고,

 소를 이룬 계곡에 텐트를 치고 카세트라디오와 기타만 있으면 됐었다.

 그래서 힘든 기억보다는 추억이 더 많았던 곳이라 한번쯤 다시 가고 싶었는데 이상스럽게 가기가 어려웠었다.

 

  이번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기회를 놓치면 또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거의 억지로 왔다.

  등산계획을 세우고 혹시나 해서 백담분소에 전화를 했더니 서틀버스운행시간이 아침 8시-오후6시 까지란다.

 

  원래 계획은 백담사에서 출발하여

  오세암을 거쳐 봉정암을 돌아서 다시 수렵동계곡으로 하산하는,

  예상소요시간 12시간코스였는데 아무리 계산해도 8시에 출발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그래도 예전 기억을 더듬어,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 최대한 스피드하게 걷고 하산할 때 조금 서두르면 가능할 것도 같아,

     일단 일요일 강릉에서 6시경에 출발하기로 하고,

     가기 전 간단하게 몸이라도 풀기 위해 가볍게 운동을 나갔다가,

     또 예상에도 없는 직원 장모님이 급사하셨다는 긴급한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서둘러 동료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문상시간을 정했지만 돌아올 시간이 급하다.

     게다가 아침에 서둘다보니 하조대IC에서 양양속초방향으로 나가야하는데

     강릉방향으로 진출하여 그나마 모자란 시간을 또 까먹었다. 

 

 

 

    그럭저럭 용대리에서 8시에,

    써틀버스를 타고 백담사에 이르렀지만 이미 등산로에는 하산하는 불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어

    서둘러 가기는커녕 연신 하산하는 사람들을 피하기에 바쁘다.

    이래서는 도저히 계획된 등산은 어렵겠구나 이내 포기했지만 잘못하면 문상시간도 맞추기 어렵게 생겼다.

 

    백담사를 벗어나 

    간단하게 커피 한잔을 곁들여 아침식사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면서 어쩔 수없이 친구들을 독려했지만, 

    친구들 역시 오늘 따라 컨디션이 안 좋은지 가는 내내 힘들어한다.

 

    예상대로 백담사에서 영시암까지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걷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치유의 숲길이다.

 

 

 

      녹음이 우거진 숲으로 흐르는 바람과,

      하얀색의 꽃나무인 말발도리, 백당나무, 가침박달, 사위질빵 등 저마다 짙은 향기를 선물한다.

      그리고 음지에 핀 산괴불주머니는 더욱더 고운 색을 더해 나의 바쁜 걸음을 붙잡는다.

 

      친구들의 지금 컨디션으로

      이 무더위에 오랫동안 걷는다는 것도 무리다 싶어

      결국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오세암에서 하산하기로 계획을 수정했다.

      백담사도 그렇고 영시암이나 오세암도 아직 불사가 끝나지 않아서인지,

      단청을 하지 않은 사찰도 아직 여러 채이고,

 

 

       기와도 이곳저곳에 흩어져

       고적하면서도 엄숙한 사찰분위기를 기대했던

       나의 마음과 다소 벗어나 조금은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오세암은 영시암을 지나

       가파른 계단을 올라가면 서있는 갈림길 표지판에서,

       왼쪽 등산로로 2.5km,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이 구간은 오세암 가까이

       마등령갈림길을 알리는 재에 오르는 비탈길을 제외하고는,

       제법 경사진 곳도 있으나 대부분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숲이 울창해 한여름에도 서늘한 정도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산행을 하면서도 전혀 힘든 줄 모를 정도다.

 

 

  

     오늘 오세암을 앞둔 마등령갈림길에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마등령갈림길에 이르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마등령에서 넘어온 등산객이 앉아 있었다.

 

     친구들에 앞서 먼저 이 곳에 도착했는지라,

     잠시 가쁜 숨을 쉴 겸 등산객에게 이런저런 말을 건네자,

    <이 앞 절벽을 오르면 만경대인데, 나 역시 지금 일행을 올려 보내고 짐 지키는 중인데

     가보시면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한다.

 

 

 

    그래서 친구들과 합류하여 만경대에 힘들게 오르자,

    또 기다렸다는 듯 경상도에서 혼자 산행을 온 등산객을 만났다.

    또다시 <설악산에는 1년이면 몇 번이나 오게 된다.>는 등산객으로부터,

    친절하게 만경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분의 설명인 즉,

    만경대는 <설악산의 절경 만개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서라고 한다.

    그리고 만경대 바로 앞쪽은 소청, 오른쪽 바로 밑 계곡은 가야동계곡, 그 다믕은 수렵동계곡,

    저 능선은 용아장성, 그 뒤는 구곡담계곡, 그 뒤 능선은 서부능선, 오른쪽 끝에 보이는 봉우리는 귀떼기청봉이고,

    왼쪽으로 보이는 봉우리는 마등령이고,그 뒤로는 보이지 않지만 공룡능선과 세존봉이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곳에 오르면 오세암의 전경을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오늘 이 만경대에서 예전 등선대를 오르면서 다시는 이러한 경치는 볼 수 없을 거라고 느꼈던,

     감동을 또다시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이 곳에 서면  내려가고 싶다는 기분이 전혀 안 들 정도로 정말 빼어난 곳이다.

     아슬아슬 콧잔등에 서듯 조심스럽게 만경에 끝에 서면 위험천만하면서도 아찔한 스릴감에 몸서리 처진다.

     위험을 즐길 마음가짐 없이는 결코 몇 사람 밖에 볼 수 없는 이런 풍경을 볼 때마다,

     난 산행의 묘미에 흠뻑 빠져들 곤 한다.

 

 

     

  

 

     그래서 내려오면 죽겠다하면서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산행을 나서게 되는 이유다.

      그렇게 절경에 심취되었다 내려와 오세암에 도착하니 12시가 지나버렸다.

      설정대사의 전설이 깃든 오세암은 명경대 밑 아름다운 절경 속에 자리한 그야말로 고적한 사찰이다 

 

      이 곳에 와보니 힘들면서도 수많은 불자들이 왜 이 곳을 찾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한참을 이곳저곳 둘러보면서 머물러도 그저 마음 편하니 말이다.

      비록 때가 늦어 배는 고프지만 난 오늘 충분히 산행의 의미를 찾은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 써틀버스 이용안내

 

     ○ 운행시간 : 오전 08:00~오후 6:00까지 수시운행

     ○ 운행구간 : 용대리백담분소-백담사

     ○ 이용요금 : 성인 1인 2,000원     

     ○ 주차장이용요금 : 1일 소형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