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3년, 오대산 비로봉-상왕봉 일주코스

소우(小愚) 2013. 5. 20. 15:20

 

 

  ○ 일시 : 2013년 5월 19일

  ○ 코스 : 상원사주차장-상원사-사자암-적멸보궁-비로봉-상왕봉-상원사주차장            

  ○ 총소요시간 : 약 10km, 5시간(사진촬영시간포함) 

 

 

 

   ◇◇ 비가 온 뒤 산행의 진정한 묘미를 즐기다.

 

      해발 1,563m의 오대산은,

      자타가 인정하는 우리나라의 명산중의 명산이다.

 

      특히 상원사주차장에서 출발하여 비로봉을 걸쳐

      상왕봉을 경유하여 다시 상원사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일주코스는,

      산행을 즐기기에 너무나도 뛰어난 아름다운 코스라 할 것이다.  

 

      등산거리는 약 10km 정도에다

      총소요시간도 4~5시간이면 충분하다.

      오늘 비가 예고되어서인지 어제 저녁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늦은 밤부터는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오늘 어머님의 84세 생신이라 고향에 다녀온 뒤,

     10시쯤 오대산 산행을 약속한 터라, 너무나 비가 많이 내려 산행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5시 30분에 일어나 어머님생신에 가기 위해 준비하고 대관령에 들어서자

     짙은 안개가 낀 사이로 많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비 예보로 식사를 마치고 야외로 나가는 계획도 취소했던 터라,

     어째든 어머님 생신 상을 물리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비는 여전하다.

     굳이 비가 내리는데 산행을 하기도 그렇고 해서 산행하기로 했던 사람들과 약속을 취소했다.

 

     하지만 비를 핑계로,

     조금 여유롭게 침대에 뒹굴면서,

     그동안 소홀히 했던 책이라도 읽으려했지만,

     마치 일을 미뤄놓고 안 한 것처럼 무엇인가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다.

     거기에다 예전에 설악산을 등산하면서 갑작스레 쏟아졌던,

     소나기가 내린 후의 산의 모습들이 눈에 어른거려 마음이 심란했다.

 

     그러던 차에 11시가 가까워지자.

     빗줄기도 눈에 띄게 약해지고 하늘도 점차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회사동료인 형에게 산행을 하겠느냐고 전화했더니 그럼 한번 가보자 하고 선뜻 응해주었다.

 

 

 

     며칠 전부터 오대산 비로봉을 한번 오르고 싶다던,

     평소 산행을 같이 즐겼던 아는 친구가 생각나 전화했더니,

     일요일이라 아직 꿈속인 듯 아직 잠이 덜 깬 목소리로, “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데 미쳤나.” 한다.

     하지만 어쩌랴. 

     산에 안가면 미치겠는데 말이다.

 

    “너 때문에 오대산 가는 거다.

     빨리 준비하고 있어라. 올라가면서 데리고 갈 깨.”

     마치 명령하듯 말하고 서둘러 형을 태우고 김밥을 산 뒤 집 앞에 갔지만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30여분을 기다려 함께 고속도로에 올랐지만,

     싸릿재를 넘어서자 석가탄신일 연휴라 벌써부터 차가 정체되기 시작한다.

 

 

 

     산행시간도 있고 마음은 조급한데,

     차는 지렁이 기어가듯거북이걸음이라  미치겠다.

 

     오대산 올 때마다 늘 좀 열 받는 게 하나 있다.

     그것은 문화재관람료와 주차비다.  어른 4,000원, 주차비 5,000원이다.

 

     아닌 말로 문화재를 관람하려 왔으면 당연히 내야 할 돈이지만,

     산행을 목적으로 가는데 문화재관람료는 왜 내야하며, 요즘은 오대산을 찾는사람이 넘쳐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주차비는 왜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특히 상원사 주변의 주차장이라곤

    대형차 몇 대 주차하면 소형차들은 주차할 곳도 없다.

    또 주차장을 만든 곳도 상원사를 벗어나 한참 아래에 조성되어 있어,

    상원사를 찾는 사람이나 비로봉으로 등산하고자 하는 사람은,

    때 아닌 먼 길을 걸어와야 비로소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어쨌거나 오늘은 비가 와서인지,상원사주차장에 안전하게 차를 댈 수 있었다.

    하지만 빗속에 비포장도로를 운행했기에 차는 온통 누런 흙으로 범벅이 되어 버렸다.

    그러나 다행스럽게 이 곳 주차장에 이르자 비는 그쳐 있어

    인근에서 김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오후 2시,

 

 

 

 

    상원사 계곡은,

    산에 오지 않은지 1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연록색의 옷을 갈아입은 듯 푸름을 더해가고 있다.

    거기다 비가 내린 뒤라 수량이 늘어서인지 상원사계곡마다 작은 폭포가 퉁탕거리며,

    시원스럽게 소리를 지르고 있다.

 

    상원사 밑에 난 도로를 따라 약 20여분 남짓 걸으면,

    본격적으로 사자암(중대사)을 지나,적별보궁을 걸쳐 비로봉으로 가는 등산로에 들어선다.

    이 곳에서 적멸보궁까지는 대략 40여분 정도 급경사 길에,

    나무계단과 돌계단을 번갈아 석등을 벗 삼아 고행의 시간을 가지면 된다.  

 

 

 

     오늘 이 등산로는 그야말로 불자들의 소망을 담은 연등의 물결이다.

     그리고 독경소리에 따라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는 길이,  왠지 모르게 숙여해 진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놓은

     적멸보궁에서 비로봉까지는 1.3km, 약 1시간이 소요된다.

     이 길은 생각보다 급경사 따라 놓여진,  계단을 딛고 오르는 길이라 쉽게 지칠 수 있으므로,

     가급적으로 수위를 조절하며 체력을 안분하는 것이 좋다.

 

     사자암에 들려 한강발원지 우통수의 물을 맛보고,

     적멸보궁에 들려 연등과 진신사리 터를 보고  비로봉에 이른 시간이 오후 4시에 가까웠다.

     하지만 비로봉은 안개에 휩싸여 주변 산세의 감상은, 아예 꿈도 못 꿀 일이다.

 

      

 

      그래서 비로봉 정상에서 인증사진 몇 장을 남기고,

      가져간 막걸리로 가볍게 축원을 드린 뒤 약간의 과일을 안주 삼아 목은 축였다.

      그리고 이미 산행이 늦은 시간이라 서둘러 상왕봉으로의 여정을 시작했다.

 

      비로봉에서 상왕봉으로 가는 여정은,

      정말 멋스럽고 부드러운 길이다. 특히 완만한 능선을 따라 피어난 5월의 야생화와,  

      오래된 참나무 군락이 만드는 포토존이라 할 수 있다.

 

 

      

      예전에는 겨울이면 엉덩이 썰매를 타기 위해,

      매년 꼭 찾던 곳이었는데 몇 년은 추위 알레르기를 가진 산행동행인이 있어 못 왔었다.

      새순이 돋아나는 5월 비가 내린 후 맺힌 이슬의 영롱함이 빛나는

      숲 속의 정경은 바로 만물의 소생이다.

 

      비 때문에 고개 숙인 채 움 추린 꽃송이와,

      새롭게 만나는 큰연영초나 쌍둥이바람꽃과 노란 붓꽃, 그리고 산철쭉과 병꽃들.......

      이렇게 참나무 고목들과 야생화를 벗 삼아,

      사진을 찍으며 산을 벗어나자 어느새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임도를 따라 터벅거리며 상원사주차장에 도착하니 벌써 7시가 지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