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3년, 고성 신선봉등산.

소우(小愚) 2013. 5. 27. 13:41

 

 

  일시 : 2013년 5월 26일

 ○ 코스 : 금강산화암사(8:10)-성인대(09:00)-암릉-샘터삼거리(12:00)- 

           상봉(13:20)-화암재(14:10)-신선봉(15:00)-화암재(15:50)-화암사(17:50)

 ○ 총소요시간 : 9시간 40분(점심 및 휴게시간 포함)

 ○ 동행 : 박용한 김동근

 ○ 가이드 : 성인대에서부터 동행하면서 가이드 해준 박부용(씨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땀 흘린 만큼 아름다운 절경의 산 신선봉.

 

     들머리에서 5분 남짓 급사면 계단을 오르면 수바위 앞에 이른다.

     화암사경내에서 올려다 보이는 큰 바위를 수바위라 부른다.

     마치 곡식을 쌓아둔 둥근 곳집같이 보인다하여 세속에서 화암(禾岩)이라 부르기도 한다.

 

     또 전해오는 말에 의하면,

     옛날 이곳에서 적과 싸울 때 짚으로 만든 거적으로 이 바위를 둘러싸서

     마치 벼가리 같이 보이게 하여 적을 물리쳤다 하여 화암(禾岩)이라 했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곳 바위에 올라서면 숲 속에 고즈넉하게 자리한,화암사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수바위에서 35분쯤 올라가면 성인대에 이른다.

     화암사 경내에서 오늘 진행방향으로 올려다 보이는 기이한 모습의 서있는 바위가 성인대이다.

     성인대는 돌 모양이 불상과 흡사해서 성인대라 하였다.

 

     성인대 정상 안부에 펼쳐진 암반에서 건너다보이는,

     울산바위를 비롯한 설악산하를 전체적으로 조망 할 수 있다.

     오늘 이 곳에 온 것만으로도 충분히 신선봉 등산에 만족할 수 있다는,

     일행의 말마따나 이 곳에 서면 그 무엇도 부러울 것이 없다.

     이 곳에 서면 오늘 산행할 상봉을 비롯한 수려한 신선봉 능선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성인대를 지나면 출입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나오고,

     또 얼마 안가 암릉에 들어서면 출입금지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예전에는 위험한 곳은 로프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작년쯤인가 산행을 금지하기 위해 모두 철거했다고 한다.

     물론 무단으로 이 곳을 출입한 나로서는 한 말은 아니지만 정말 이러한 처사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

    

     샘터 갈림길에 이르러 보면 알겠지만,

     지금도 미시령에서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코스를 산행하는 등산객들은 여전하고,

     또 이 구간은 새롭게 로프도 설치되어 있다.

 

 

 

     그럼에도 산행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나 리본을,

     깡그리 없애 등산하는 내내 어려움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성인대에서 상봉갈림길, 샘터까지 올라오는 동안,

     너덜지대와 동굴 암릉구간을 빠져나오면서 더더욱 그랬던 것 같다..

 

     진로를 식별하기 어려워 혼란을 겪는 것은 기본이고,

     암릉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젖 먹던 힘까지 다 쏟아야만 했다.

     내일 비가 예보되어서인지 날씨가 너무 무더워 온 몸이 땀으로 목욕한지 오래고, 

     발길은 천근만근 무거워 작은 언덕 하나 오르는데 몇 번이나 쉬어야 한다.

     심터가 있는 상봉갈림길은 미시령으로 내려가는 길과 상봉으로 올라가는 길의 교차지점이다.

 

     이 지점에서 미시령휴게소 광장이 지척에 내려다 보였고,

     미시령 굽이길이 꿈틀대는 뱀의 형상처럼 구불구불 이어진다.

     오르는 내내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인지 식수가 부족할 정도였는데,

     다행히 상봉갈림길 샘터에서 보충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이 곳에 이르자 시간도 12시를 넘긴지라 이 물로 라면을 끓여 김밥과 함께 점심식사를 했다.

 

 

       

 

      해발 1,000m 가 넘는 곳임에도 수량이 제법 많았다.

 

      상봉 정상(해발 1,239m)에 오르면서 첫 느낌은 서부능선의 귀때기청과 비슷하다.

      누군가가 쌓았는지는 모르지만, 돌탑 전면에 상봉을 알리는 표석이 있고 그 뒤편에도 표지석이 있다.

      하지만 오늘 이 주변은 국군 유해를 발굴하는지, 곳곳이 파헤쳐져있고 탄피도 한 쪽에 고스란히 모아놓았다.

 

      이 곳에서는 듬성듬성 자리 잡고 있는 능선 끝자락에 자리한 신선봉 암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설악산국립공원 북단에 이런 비경이 숨어있으리라고는 예견하지 못하였기에,

      감회가 더욱 새로웠다.

 

 

 

     상봉에 이르자

     오늘 성인대에서 만나 지금까지 가이드를 자처해 안내해 준,

     후배의 친구 박부용으로부터 마지막 다짐을 들었다.

     상봉이 사실상 이 코스의 정상이기에, 화암재로 내려가면 다시 올라오기 힘들고,

     무조건 화암재로 하산해야 하니 결정을 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곳 까지 와서

     신선봉을 보지 못하고 돌아간다는 것도 아쉬운지라, 시간도 여유가 있어 강행하기로 했다.

     상봉 정상에서 화암재까지는  로프를 붙잡고 깎아질 듯한 절벽을 내려가야 하는 위험천만한 곳이다.  

 

 

 

     내려가는 내내 화암재로의 하산길을 찾지 못할까 염려했으나  다행히 찾을 수 있었다.

     화암재는 고성군 토성면에서  인제군 복면으로 이어지는 고개로 보였다.

     화암재는 상봉과 신선봉을 이어주는 재인 동시에 화암사로 내려가는 길목이다.

 

     여기에 이르자,

     박부용씨로부터 배낭을 맡아줄 터이니 약 50분 정도 소요되는 신선봉에 다녀오라고 했다.

     올라가다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좌측으로 진행하면 돌아가야 함으로

     우측으로 계속 가라는 주의사항을 듣고 신선봉 정복에 나셨다.

 

 

     드디어 산행 7시간만인 15시,

     신선봉(해발 1,214m) 정상에 도착했다.

 

     신선봉 정상의 모습은 의외로 초라하였다.

     어는 누군가 배낭에 수납이 가능할 정도의 돌멩이에다

     신선봉이라고 써서 올려놓은 듯한 표지석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래도,

     이 초라함을 한 눈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은 정상에서 볼 수 있는 시원함과 주변의 조망일 것이다.

     맑은 날이면 이 곳에서 금강산도 보인다 했지만, 오늘도 해무가 가득해 조망이 어렵다.

     여기서 약 10여분을 쉬면서 몇 장의 기념촬영을 한 뒤 하산했다.

 

 

 

     화암재에서 들머리자 날머리인 화암사까지는  대략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그리고 화암사로 가기 위해서는 내려가다 수바위가 보이면,

     오른쪽 계곡을 건너 약간 올라가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비탈진 길을 내려오면서,

     워낙 길이 희미하고 자꾸 왼쪽방향으로만 진행하여 조바심만 더 한다.

     그리고 워낙 숲이 우거져 수바위가 보일만한 오른쪽 산 형세를 볼 수가 없었다.

     다행히 그렇게 1시간 30분을 내려왔을까  임산금지 표지판을 지나자 잼버리장으로 내려가는 임도가 나타나고,

     시야가 확보되자 수바위를 볼 수 있었다.

 

     그래서 되돌아 올라가면서

     다시 계곡을 건너 갈 길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누군가가 붉고 파란 끈으로

     나무에 표시한 곳이 보이고 이 곳에서 조심스럽게 계곡에 이르자 계곡에 쌓아놓은 돌탑 3기를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맞은편 길을 따라 가면 불교대학조립식건물이 보이고 이 건물을 지나면 화암사를 만날 수 있다.

     화암사에 도착하니 오후 5시 50분, 꼬박 10시간 산행이다.

 

     내가 이 코스를 찾게 된 이유는,

     신선봉이 금강산의 마지막 봉우리라는 의미도 있지만,

     속초에 사는 동서가 워낙 이 산에 대해 자랑한 탓이 크다.

     그래서 입산통제기간이 끝나자 고성군청에 산행여부를 문의했더니,

     입산통제가 끝나 산행하는데 별문제가 없을 거라 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출입금지 표지판이 곳곳에 있어 산행하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출입금지 탓인지는 몰라도 위험한 곳에  안전로프가 끊겨있고 너덜지대가 많아 길을 찾기가 어렵다.

     그러나 정말 설악이란 이름에 걸 맞는 빼어난 경치를 가진 곳임에는 틀림없다.

 

     아마 오늘 산행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고생도 고생이지만 산행하는 동안 설악의 웅장함을 다시 한번 체감할 수 있었다.

     우연히 받은 도움으로 뜻하지 않은 설악비경을 볼 수 있어 너무나 행복한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