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3년, 야생화와 함께한 방태산 산행

소우(小愚) 2013. 5. 6. 15:28

 

 

 

  ▷ 일시 : 2013년 5월 5일                  

  ▷ 코스 : 방태산자연휴양림 제2야영장-삼거리-주억봉(0.4km)-삼거리-구룡덕봉-매봉령-제2야영장           

  ▷ 총소요시간 : 6시간(점심 및 사진촬영시간포함)

 

 

 

    ◇◇ 야생화와 함께한 방태산 산행

 

     방태산(芳台山)은,

     인제군 오지에 있으나 자연휴양림으로 잘 알려진 곳이다.

 

     해발 1,436m의 주억봉을 주봉으로 하는 방태산은,

     왜 방태산으로 불리는지 알 수 없는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산이다.

     하지만 꽃다울 방(芳), 별 태(台), 뫼 산(山)의 한자의 의미처럼,

     맑고 시원한 계곡과 아름드리 참나무가 즐비한 아름다운 산이다.

 

     방태산 주억봉은 주걱봉이라는 다른 명칭을 갖고 있다.

     또한 이 곳은 이단폭포와 마당바위가 유명하다.

 

 

 

     오늘 산행은 방태산자연휴양림 제2야영장-

     삼거리-주억봉(0.4km)-삼거리-구룡덕봉-매봉령-제2야영장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본격적인 산행은 제2주자장에서 시작되는데,

     오늘은 제2주차장에서 벌목나무작업중이라 부득이 제2야영장에서 출발했다.

     제2주차장에서 약 300m 정도 오르면, 방태산자연탐방로인 구룡덕봉으로 돌아오는 코스와

     주억봉으로 돌아오는 코스가 있다.

 

 

 

      등산소요시간은 약 6시간 정도이며,

      계곡을 즐기기 위해서는 구룡덕봉탐방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으며,

      등산하기 위해서라면 주억봉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지 않나 싶다.

      왜냐하면 구룡덕봉탐방코스는 수량이 풍부하고 계곡 곳곳에 휴식공간이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방태산 등산은 의외로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은 아니다.

      주봉인 주억봉 정상도 그저 조금 높은 봉우리로 작은 교목들만 즐비할 뿐 주변경관도 그리 볼게 없다.  

      그리고 구룡덕봉도 3개소의 전망대를 가지고 있으나 정상다운 정상의 모습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월 초순의 방태산등산은 의외로 매력적이다.

 

      산 전체가 원시림에 가까울 정도로,

      기기묘묘한 형상의 아름드리 참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어,

      다양한 형상의 나무들과 야생화를 만나는 즐거움에 힘든 줄 모른다.

 

      나는 봄 산행을 유난히 많이 다니는 편이다.

      봄 산에는 여러 가지 벚나무나 생강나무와 같은,

      꽃나무들이 꽃을 피우지만, 대부분의 산은 회백색에 더 가깝고,

      아직 잎이 우거지지 않아 무엇인가 덜 채워진 느낌이 강한 계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봄의 산을 자주 찾는 이유는 바로 봄에 피는 야생화 때문이다.

     봄만큼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기회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꽃들은 잎을 키우기 전에 꽃을 피기 때문에 숲이 무성하지 않는 이 계절이 아니면,

     야생화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즐기기란 쉽지 않다.

 

     특히 눈이 녹으면서 피는 복수초와 노루귀,

     얼레지의 꽃을 감상하는 맛은 그저 황홀할 뿐이다.

     꽃 따라 이곳저곳 헤매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지나가버린다.

 

 

  

     이 곳 방태산에서도 그랬다.

     제2주차장에서 출발하여 제1등산로가 있는 1시간은,

     길을 따라 홀아비바람꽃과 현호색, 동의나물, 금괭이눈, 각종 고비류가 즐비하다.

 

     그리고 제1등산로에서 삼거리표지판이 있는 곳까지는 대략 1시간 40여분이 걸릴 정도로 급경사다.

     가파른 나무계단과 바위 길을 힘들게 올라가는 길이지만,

     의외로 이 곳에서 산행의 커다란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이 구간이 노루귀의 서식지이기 때문이다.

     어떤 곳은 한 뿌리로, 어떤 곳은 여러 꽃송이가 뭉쳐서 바위틈과 나무 그루터기 밑을,

     하얀색 모포를 깔아놓은 듯 피어있다.

 

 

 

     능선갈림길인 삼거리가 가까워지자

     응달에는 아직 눈이 채 녹지 않아 온통 질퍽하다.

     삼거리에서 주억봉까지는 약 400정도이다.

     정상에 도착한 시간이 10시 45분, 이 곳까지 약 2시간 45분 정도 걸렸다.

 

     정상은 그런대로 사방을 조망할 정도는 되나

     멀리 있는 능선이나 산봉우리가  온통 뿌옇게 보여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모든 산의 정상이 다 아름다울 수는 없지 않은가?

 

 

  

     오늘 예상 산행은,

     여기서 하산하는 것이었으나,

     아직 정상주변으로는 눈이 아직 그대로 남아있어,

     산불이 날 염려는 없는 것 같고, 인적조차 없는 적막강산이라

     내친김에 구룡덕봉을 거쳐 하산하기로 했다.

 

     여기서 구룡덕봉까지는 능선을 타고 가는 비교적 쉬운 길이다.

     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주목도 몇 그루 보이고 곳곳에 눈이 남아있어 다소 질척거린다.

     이렇게 도착한 구룡덕봉 전망대에 올랐지만 주변은 여전히 뿌옇다.

     여기서 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자작나무 숲이 보이고 이 숲을 지나면 매봉령으로 내려가는 길이 보인다.

 

 

 

      여기서 난 잠시 길을 잃고 헤매었다.

      등산로에 아직 눈이 고스란히 남아있어 미끄러지듯 내려가니 등산로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을 한참이나 돌아다닌 끝에서야 겨우 내려오는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내려온 길에서 또 의외의 야생화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것은 꿩의 바람꽃이다.

      흔히 아무 곳에서나 잘 피는 꽃이라 알고 있었으나 처음에는 노루귀인줄 착각한 채 지나쳤다.  

 

 

 

     그러나 몇 번이나 만나면서 

     이상한 느낌에 자세히 관찰해보니

     꽃은 영락없이 노루귀인데 꽃망울이 크고 잎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매봉령을 지나자 방태산은 나에게 특별한 선물을 선사해주었다.        

 

     그것은 바로 복수초다.

     그동안 인근 춘갑봉에서 직접 봤을 뿐,

     산행을 통해서는 한번도 보지 못하였는데 오늘 그 한을 한순간에 풀게 해줬다.

     그야말로 노란 복수초가 만개한 채 나를 반기고 있었다.

 

 

 

      나는 아마 오늘,

      방태산에서 이 꽃을 보는 것만으로도,

      새벽같이 방태산을 찾아온 보답을 받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