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3년, 눈이 내린 4월의 대관령

소우(小愚) 2013. 4. 8. 12:38

 

 

          

 

 

     대관령은 신령스러운 산이다.

     그래서인지 기후나 날씨의 변화가 천변만변이다.

     아흔아홉 구비를 돌아 올라가는 내내 바라보는 제왕산기슭에는,

     하늘나라 선녀의 하얀 옷자락이 살포시 내려앉아 있다.

 

     그녀가 펼쳐준 옷자락을 밟으며 나는 그녀의 품안으로 걸어간다.

     어쩌다 나뭇가지에 머물던 눈이 그녀의 헤어진 옷의 실오라기가 떨어지듯 바람에 흩날리고,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아픈 상처가 되어 눈물을 흘린다.

 

 

 

 

     봄의 계절에 강릉에서 눈이 덮인 대관령을 바라보면,

     마치 강릉이 백발 가발을 뒤집어 쓴듯하고 또 때때로 히말라야 만년설을 보는 듯한,

     이국적인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난 대관령에 눈이 왔다는 소식을 들으면 공연히 마음의 방황을 하게 된다.

     마치 어린아이가 눈을 좋아하듯 어쩔 줄 모른다.

     하지만 4월에 눈이 내린 숲길을 걸으면 겨울처럼 뽀드득 소리를 내기보다는,

     금방이라도 물을 쏟아낼 것 같은 진흙처럼 질척거린다.

     그리고 같은 눈이라도 투명하지 않다.

 

     그래서인지 4월의 눈은 농부에게는 독과 다를바 없다 

     왜냐하면 빗물은 흘러내리지만 눈은 녹아 대지에 스며들기 때문에 쉽게 땅이 마르지 않아,

     농사준비가 그만큼 늦어지기 때문이다.

 

 

 

 

     강릉에는 이미 핀 목련은 시들어 가고,

     도심 곳곳마다 매화와 벚꽃이 개화하느라 온통 붉게 물들어 가는데,

     이 곳 대관령은 아직 동토의 계절을 이어가고 있다.

 

     4월의 눈은 오래도록 덮은 이불솜 같다.

     어찌 보면 4월에 내린 눈은 지난 계절에 대한 아쉬움인지 모른다.

     오십대 부부의 젊은 날 달콤한 사랑에 대한 미련처럼,

     회상이나 독백이 되어 돌아올 수 없고 돌아갈 수 없는 내 마음속 계절이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