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나의 명상록

삶은 때때로

소우(小愚) 2012. 2. 2. 11:48

 

 

 

  때때로,

  내가 하고 싶지 않아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 있습니다.

  분명 그것은 내 일이 아님에도,

  마치 나의 일인 것처럼 의무가 되어버린 탓입니다.

 

  성취감은 날개를 갖고 있어 즐거움을 줄 수 있지만,

  책임감은 그 자체의 무게만으로도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삶은 때때로 이렇게 사랑하는 마음이 책임감으로 변질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 그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삶은 때때로 잠시 쉬어 가라 합니다.

  마음이 원하지 않는 여정이, 인생이란 그릇 위에 넘쳐나지 않도록 다독이라 합니다.

  혹여 욕심에 눈이 멀어 함정인지 모르고 빠져들까 봐,

  헉헉 숨이 차오르도록 멈춰서라 신호를 보냅니다.

 

  누구에게나,

  돌아갈 수 없는 단 한번뿐인 시간이기에, 때때로 아픈 상처를 만들어 주지만,

  제 3자의 눈을 갖지 못한 착각의 늪은 어쩌면,

  반드시 가야만 될 운명의 길이라 그런지도 모릅니다.

 

  삶은 때때로,

  바라는 것을 쫒아만 가지 말고 기다리라 합니다.

  그리고 냉정한 마음으로 일상에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를 들으라합니다.

  내 눈을 통해 보는 것만으로, 내 귀로 듣는 것만으로,

  진정 내게 소중한 것들을 구별하려 들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무엇인가를,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고 나누는 것조차,

  어쩌면 나의 욕망을 덧칠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진정 소중한 것일수록 마음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길가에 자란 이름 없는 들풀의 운명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곁을 스쳐지나갑니다.

  어떤 사람은 나의 존재를 알지도 못한 채 지나쳐 갔지만,

  또 어떤 사람은 마치 원수를 만남 듯 짓밟고 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는 늘,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녔기에,

  언제나 스스로 감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차가운 서리가 내려 나를 얼리고,

  메마른 바람이 나의 생명을 위협해도 혼자서 버터내야 했습니다. 

  이렇게 삶은 때때로 나의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기에, 인연은 신의 축복인지도 모릅니다.

 

  사람은 항상 사람으로 인해 새로운 운명이 시작됩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인연 속에서, 때로는 행복하기도, 또 때로는 불행에 울기도 했습니다.

  모든 사람이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해줄 수 없는 것처럼,

  인연 또한 내가 원하는 사람만 만날 수 없음을 압니다.

 

  그러나 요즘은 경제적인 능력이 없으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조차 힘든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사람을 만나, 또 그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으로 인해 웃고 우는 것조차 계산해야합니다.

 

  매일 그리워하고 찾아가지 않아도 마음에 항상 머무는 사람이 있습니다.

  순간순간 떠오를 때마다 보고 싶다고 말하지 않아도 항상 마음으로 반복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리워하고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잠든 꿈속에서나 느껴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것조차 그 사람의 짐이 될까봐 표현하지 못하고,

  저린 가슴을 부둥켜안고 지켜봐야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처럼 삶은 때때로,

  운명이라 이름으로 불리는 인연이 만든 굴레를 따라,

  아픔조차 버리지 못하고 함께 굴러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