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간다는 길은 언제나 쓸쓸합니다.
특별히 무엇을 후회해서, 또는 미련이 남아서 돌아가는 것이 아님에도 항상 그렇습니다.
그 길은 왠지 어두울 것 같고,
인적이 업끊어진 아무것도 없는 산길을 혼자 걸어가는 것처럼 허전합니다.
그리고 저녁 무렵,
땅거미가 길게 드러누운 허허벌판으로 덩그러니 ,
노을이 붉게 내려와 앉은 듯, 왠지 무거운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렇게 돌아가는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아니할지라도,
등 뒤로 바람이 일 듯, 눈물 흘리듯, 왠지 안쓰럽게 비춰지는 것입니다.
누구나 살면서,
되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없습니다.
아무리 후회나 미련이 남아있더라도
내 삶에 대해 진심으로 포기하고 싶은 사람이 없듯이 말입니다.
하지만 길을 걸을 때,
항상 앞만 바라보고 걷을 수 없듯이,
인생은 나 혼자만의 길일 수 없기에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야 합니다.
때로는 나의 잘못에 의해서,
혹은 동반자의 잘못에 의해서도,
자신이 가야 할 길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인생이란 길은,
이렇게 인연이란 거미줄로 얽히고설켜,
때로는 의지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인연으로 인해 아픔을 겪기도 합니다.
비 오는 날 창가에 서 보십시오.
먼지 낀 유리창이 아니더라도 내 입김에 의해 바깥 풍경이 잘 보이지 않는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하지 않더라도,
때로는 의도하지 않는 잘못에 의해 머물거나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될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돌아가는 길은 가슴을 후벼 파듯 아프고 괴로운 것입니다.
그것은,
지금의 달콤한 기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면서,
다시 돌아 올 기약조차 없는 길로 떠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인생이란 길을 걸을 수 있는 기회는 누구에게나 단 한 번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을 가로막는 장벽조차 없는 순탄한 길이라도,
항상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걸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잘못이나 실패로 되돌아갈지라도,
돌아가는 길이 과거의 그 길이라면 애써 ,
없는 용기라도 짜내어 다시 도전할 수 있을 터이지만,
이미 그 길은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음에도,
나는 만날 수 없는 그 길을 찾아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가장 행복할 때,
멈출 수 있었으면 좋을 터이지만,
그 길은 언제나 나의 의지와 무관합니다.
인생은 왜 그리 열심히 열정적으로 살 때,
오히려 실수가 더 많고 자신이 저지르는 잘못을 알지 못합니다.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 너무나 행복해서 알면서도 모르고 넘어 갔을까요?
아닙니다. 정말 모릅니다.
열심히 산다는 건 이렇게, 사소한 잘못쯤은 그저 마음으로 품고 사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이,
바로 이런 알게 모르게 저지르게 되는 사소한 잘못입니다.
어쩌면 피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피하지 않고 무모하게 달려들어야만 했던 일이나 사랑처럼,
그것은 바로 내게 주어진 숙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늘 미래를 보고 사는 것 같지만,
실상은 우린 과거 속에서 살아갑니다.
미래는 내가 가야만 알 수 있는 꿈이라면,
과거는 두 번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길일지라도 나와 함께 했던 순간들입니다.
그래서 추억이란 이름으로,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곱게 포장하여,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필요할 때 꺼내보고는 하는 것입니다.
누구나 지난 시절,
자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으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하지만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는 길은,
언제나 막다른 길목에 서 있을 때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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