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9년, 강릉기마봉-금진항 등산

소우(小愚) 2009. 8. 10. 10:31

 

 

 

    길이란,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보다.

    정말 인연이 있어야 스스로 직접 경험하고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것 같다.

    전번 주 철갑령을 찾아 헤매던 생각에,

    이번 주는 편안히 산행을 하리라 생각하고,

    기마봉을 등산하기 위해 11시쯤 썬크루즈 조각공원 주차장에 도착했으나,

    기마봉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이 그 어디에도 없다.

 

    조각공원 매표소에 물었지만 모른다는 대답만 들었다.

    그렇다고 입장권을 사서 조각공원에 들어가 살펴보기도 그러해서,

    한참을 주변을 돌아보다 결국 밤재로 향했다.

    밤재에서도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은 볼 수 없었고,

    휴게소 옆으로 등산로를 알리는 붉은 리본이 있을 뿐이다.  

 

 

 

 

  

    기마봉은,

    옥계면 금진리와 강동면 산성우리 경계에 위치한,

    해발 383m의 낮지만 주변 경관이 빼어난 봉우리로,

    한 눈에 보이는 동해안의 푸른 물결과 해안선에 부서지는 파도와 갈매기 ,

    그리고 정동에서 능선을 타고 오르며 장엄하게 솟아오르는 해돋이 광경을  ,

    시시각각으로 한 편의 영화처럼 감상할 수 있는 명소라 할 수 있다.

 

    이 곳 기마봉은 전설을 간직한 곳이다.

    옛적에 건남마을(현재 금진3리)에 장대한 아이가 태어났는데,

    출생3일만에 없어져 찾으니 집 선반에 올라가 웃고 있었다 한다.

    옛부터 장수가 태어나면 역적이 된다는 말을 들은 부모는,

    전전긍긍하다가 애가 잠이 들었을 때 그만 죽이고 말았다 한다.

 

    그러자 애가 죽고 3일 만에,

    봉우리에서 말이 솟아 올라와 3일내내 주인을 찾다 울부짖다,

    인근바다인 가마소(현재 심곡)에 빠져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밤재에서 기마봉으로 오르는 등산로는 전반적으로 마음에 든다.

    딱히 험한 길도 없고, 솔방울이 가득 열린 작은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숲이 주는 신선함과 동해 고속도로를 한 눈에 감상하면서,

    능선을 타고 오솔길을 걷는 기분이 절로 든다.

 

    능선이라 한여름인데도

    더위를 느낄 수조차 없이 계곡을 따라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식물이 자라기에는 척박한 환경이라,

    작그마한 소나무에는 솔방울이 가득 달려있고,

    나비나물과 노랗고 하얀색의 마타리, 보랏빛 산도라지꽃이 곱다.

    그리고 장마 끝이라 숲 곳곳에 버섯이 형형색색으로 자라 잠시 발길을 쉬어가게 한다.

 

    40여분 걸려 밤재에 올랐지만,

    멀리 아스라이 보이는 동해안의 푸른 물결이 너무나 고와,

    난 다시 금진항 방향으로 내려갈 수밖에 없었다.  

 

 

 

 

    30여분 금진항으로 내려가는,

    등산로에서 바라보는 금진항과 옥계항의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처럼 한 눈 꽉 차 절로 마음 설레게 한다.

    특히 곳곳에 불쑥 솟아있는 바위에 올라,

    망망대해의 푸르름을 보는 느낌은 그저 감탄사만 연발하게 한다.

    또 해안단구를 볼 수 있어 동해안 지리 공부에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비록 2시간 30여분이 소요된 낮고 짧은 등산로지만

    한 여름에는 충분히 땀을 흘리고, 숲이 주는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등산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