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9년, 강릉초막교-선자령 등산

소우(小愚) 2009. 6. 29. 11:52

 

 

 

 

     강릉지역에도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어,

     이번 주에도 등산하기 어려울까 싶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다행히 화창하다.

 

     같이 다니던 일행과 같이 산행을 할까 싶어 연락했지만,

     모두들 몸이 좋지 않아 못 간다고 해서

     나 역시 무더운 날씨라 망설였지만,

     그래도 산이 더 시원할거란 생각에 배낭을 챙겨 들고 집을 나섰다.

 

 

 

     그동안 초막교에서 선자령에 이르는 등산로는,

     유난스럽게 나와는 인연이 없는 코스였다.

 

     겨울등산의 묘미에 흠뻑 빠졌던 2004년에는, 

     친구들과 어울러 올라가다가 무릎 위까지 오는 눈 때문에,

     산행을 중도에 포기하고 내려온 적도 있었고,

     2005년 여름에는 등산하다가 비를 만나 되돌아 왔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심하고 완주하기로 했다.

     하지만 초막교 들머리 계곡에서,

     바위채송화를 촬영하다 디카가 잠시 작동을 멈출 정도로

     심하게 넘어져 오늘의 고생스러운 산행을 예고하는 듯싶다.

 

 

 

     임도가 끝나는 부근에서,

     계곡을 따라 산행을 시작하자마자 벌써부터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산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겠지만,

     여름산행의 가장 복병은 다름 아닌 파리다.

     청명하고 바람이 부는 날에는 거의 없지만,

     비가오기전이나 습도가 높은 구릉지대에는,

     어김없이 파리들이 사람주변에서 윙윙거리면 달려들게 마련이다.

     온 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습도가 높아 짜증스러운데,

     파리마저 쫒으려니 절로 짜증이 나게 된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내내 파리 떼가 몸서리치도록 괴롭힌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계곡을 벗어나자,

     파리 떼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사라져 버렸다.

 

 

 

 

 

 

 

 

 

 

     이 등산코스는 아직 등산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물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등산하기에,

     희미한 등산코스를 벗어나 헤매기 쉽다.

 

     계곡을 따라 30여분을 오르면,

     칙 덩굴로 둘러쌓인 돌탑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60도의 비탈을 오르는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이 비탈길은 약 1km 정도로 30여분 정도 소요되는데,

     오르는 내내 크고 작은 바위길이라 험난한 등산로다.

 

     땀이 비 오듯 흐르고 갈증이 나 얼려온 얼음물을 마셔보지만,

     더위는 가시지 않는다.

 

     너무 더워 몇 발자국을 떼어놔도,

     숨이 턱 밑까지 헉헉거리게 되고,

     심장이 멈출 만큼 숨이 가빠온다.

     주말마다 내리는 비 때문에 몇 주 산행을 하지 못해서인지,

     몸 상태가 말이 아니다.

 

     쉬엄쉬엄 호흡을 조정하며 오르다보니

     30분 정도 소요되는 이 코스에서 1시간이 넘어 버렸다.

 

     겨우 중간 기착점인 의자 바위에 오르자,

     다행스럽게 바람이 조금씩 불어온다.

     이 의자바위는 내가 보기에는,

     의자바위라기 보다는 차라리 청개구리 형상을 닮은 것 같다.

 

 

 

 

 

 

 

 

 

 

 

     이 주변에는 유난히 금강송이 울창하게 들어차,

     삼림욕을 즐길 정도로 솔향기가 그윽하게 스며 나온다.

     아름드리 소나무를 감상하며 맞은 편 산자락 풍광을 보면서,

     조금 오르면 능선을 따라 선자령까지 이르게 된다.

 

     이 능선에는,

     한 아름 가득 찰 정도의 신갈나무와 같은 참나무 류가 우겨져 자란다.

     물론 마지막 선자령 아래 부근은,

     다소 경사가 급하고 낙엽이 쌓여 다소 미끄럽지만,

     이 코스가 끝나는 지점부터,

     진달래와 같은 작은 교목이 밀식된 터널과 같은 등산로를 따라가면,

     선자령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선자령 정상에 서면,

     강릉시내가 한 눈에 들어오는데,

     오늘은 마치 안개가 덮인 듯 뿌옇기만 한 하늘이라,

     주변은 온통 이글거리는 더위에 묻혀있다.

 

     몇 주 전 왔을 때는 푸르기만 하던 초원도 풀을 깎아서인지

     푸른빛을 잃어버려 다소 아쉽다.

 

     시원한 산바람을 맞으며,

     약 20여분을 정상주변에서 쉬면서,

     풍력발전소의 이국적인 모습과,

     멀리 매봉과 황병산 등 주변의 풍광에 흠뻑 취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