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9년, 강릉 대공산성 신 등산로

소우(小愚) 2009. 5. 25. 16:31

대공산성 신 등산로 탐방

 

     내가 보광리 대공산성 등산을 원했던 건 바로 야생화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 곳은 완만한 능선을 타고 계곡과 산성 부근에 산골이 나올 정도로,

     물이 깨끗하고 습지가 있어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5월 15일까지 입산 통제라,

     나물 채취하는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아,

     곰취 등 취나물과 다양한 산나물이 자생하고 있어,

     맛 있는 장 하나와 밥 한 그릇만 있으면 그걸로 족하다.

     쌉스레한 산나물은, 

     절로 입맛을 돋우는 향취가 있어 그야말로 자연이 준 선물과도 같다.


     교회에 다니는 친구가 있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11시쯤 강릉을 출발하여,  

     시내에서 김밥 몇 줄을 사서 보광리에 도착하니 11시 30분쯤인 것 같다.

     올 때마다 늘 다니던 길이 싫어,

     계곡을 따라 오르려고 입산 통제소에 들렸더니 새로운 등산코스가 생겼다고,

     한번 등산해보라 권유해서 새 코스를 통해 등산하기로 했다.

 

     새 등산코스의 들머리는 입산통제소 오른편에서 출발한다.

     입구부터 잘 단장한 등산로를 따라 지그재그로 오르는 길은 완만하여,

     노래를 흥얼거리며 마음 맞는 친구와 대화하면서 걸을 수 있는 등산로다. 

 

     처음에는 조금 가파른 듯싶지만 조금만 오르면,

     재 너머 이웃에 나들이 가듯한 기분을 절로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자연이 주는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약 1시간여,

     놀려가는 기분으로 오르면 임도가 나타나고,

     임도에서 오른쪽으로 10여분 가다보면,

     강릉시내가 아스라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정자를 만나게 된다.

 

     지은 지 얼마 안 되어 아직 자연과 조화롭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멋이 있다.

     이곳에서 왼쪽 산비탈을 따라 10여분을 오르면,

     거의 평지에 가까운 오솔길이나 인근 산책로를 걷는 것처럼 편안하다.

 

     이 비탈길을 따라 산앵도가 자생하고 있다.

     또 산비탈 위 평지는 생태관광지로 조성하기 위한 팻말이 보이고,

     곳곳이 노린재나무 군락지다.  

     노린재나무의 하얀 꽃들은,

     상록의 잎사귀위에 마치 함박눈이 내린 것처럼 아름답다는

     재숙이의 말이 아니더라도,

     숲 속에서 바라보는 노린재나무의 꽃들은,

     달빛이 숲 속에 고즈넉하게 내려온 것 같은 신비를 준다.

 

     은대난초, 고사리와 고비와,  

     당귀, 천궁, 용담과 곰취, 나물취,

     그리고 동의나물이 꽃망울을 피우기 위한 작은 몸부림을 친다.

 

     산- 철쭉은 이미 꽃잎이 빠져버렸고,

     그 자리에는 우산나물이 넓은 잎사귀를 펼치고 있다.

 

     정신없이 야생화를 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예상시간보다 훨씬 지나버렸다.

     산목련은 하얀 입을 벌려 붉은 입술을 드러내고,

     가을의  그 붉은 단풍을 위해 단풍씨앗이 예쁘게 맺혀있다.  

 

     정자에서 약 1시간 30여분을 가자,

     T자형 갈림길이 나오고 잠시 방황을 하게 한다.

     다행이 지나치는 등산객으로부터 무조건 왼쪽으로 가라는 말을 들었지만,

     산의 위치상 오른쪽이 바른 것 같아 고심했하게 했ㄸ다.

     하지만 어짜피 잘 못 가더라도 내려가는 길이라,

     마주친 등산객의 조언에 따라 왼쪽 길을  30여분을 가자,

     예전 등산로와 만나게 되었다.


     대공산성 우물터에서 시원한 물로 목을 축이고 숨을 고른 다음,

     곤신봉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대공산성 표지석 부근 바위에 올라 산바람을 맞으며,

     강릉시내와 대관령 산자락을 바라보는 재미는 정말 기분이 상쾌하게 한다,

     그러다 곤신봉 정상에 이르자 벌써 오후 4시가 넘어 버렸다.

     푸른 초지가 펼쳐진 초원위에 한가롭게 도는 팔랑개비의 여유로움이,

     조금은 부럽지만 발걸음을 서둘러야 할까 싶다.


     곤신봉 정상에서 보광사까지는 약 1시간 정도 소요된다.

     하지만 조금은 비탈길이고 작은 돌들이 깔려있어 발목이나 관절을 조심해야 한다.

 

     정상에서 약 10여분을 내려오다,    

     조릿대 군락지를 만날 수 있음은 내게 행운과도 같다.

 

     산죽처럼 생겨 잘 눈에 띄지 않는데 정말 우연히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노란색 꽃이 자줏빛 대공위에 맺혀있는 모습은 너무나 신비롭다.

     언젠가 우연히 들은 얘기로는,

     조릿대 꽃은 100여년이 지나야 핀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서인지,

     이런 행운의 선물을  받은 것만으로,

     올 해 한 해는 정말 행복한 일만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참을 더 내려가자 때죽나무에는

     별 모양의 꽃들이 소담스럽게 열려 발길을 붙잡는다.

     계곡물에는 꽃잎들이 둥실둥실 떠있어,

     마치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이라도 하고 가려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계곡 작은 폭포에는 석양이 내려앉아 흐르는 물 위는,

     물고기들이 뛰노는 듯 퍼덕거리고 무지개가 카메라 렌즈위에 고이 머문다.


     이번 산행은 모처럼 혼자가 아닌 친구와 함께 했다.

     고맙다.  친구야.

     역시 혼자 하는 산행보다 함께 함이 더 좋구나.

     힘들데 손 내밀 수 있는 사람이 있음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