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9년, 평창 능경봉등산

소우(小愚) 2009. 6. 8. 11:29

* 안개비속의 등산(능경봉) 

 

   새벽에 월드컵 예선경기가 있어.

   시청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하늘은 잔뜩 흐려있다.

   어제도 비가 왔는데,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만 같아 잠자리에서 벗어나기 싫다.

   모처럼 일요일인데,

   내가 좋아하는 무혐소설이나 읽으면서 시간이나 죽여 볼까?

   란 생각이 불쑥 고개를 든다.

   하지만 축 쳐져서 하루를 보내는 내가 싫어,

   세수를 하고 등산복을 챙겨 입으면서도,

   연신 밖의 날씨에 신경 쓰이는 건,

   긴팔을 입어야 하나 반팔을 입어야 하는 갈등에 서다.

 

   그렇게 재다보니 막내 녀석이 벌써 교회에 갔다 왔는지,

   인기척이 들린다.  

   그래서 햄을 다져서 볶은 뒤 김과 참깨를 함께 넣고 진간장으로 간을

   맞춰  한 상 차려주고 차를 운전하여 거리를 나섰다.

 

   주변에 있는 김밥천국에 들렸으나 장사를 하지 않아,

   결국 시내 중심가에 들려 김밥 두 줄을 사서 배낭에 넣었지만,

   하늘은 또다시 후두둑 빗방울을 쏟아낸다.

   하지만 이왕 나선길이라 대관령을 향해 가면서도,

   옛길로 갈까?  초막교로 갈까?  아니면 반정에서 선자령으로 향할까? 

   마음은 갈팡질팡한다.


   초막교에 이르자 한 두 방울 빗방울은 여전하고,

   입산통제소 아저씨는 좀 미끄러울 것 같으니 조심하라고 한다.

   그래서 초막교 등산코스는 포기하고 반정에 이르렀으나

   빗방울은 여전하고, 대관령은 안개에 잠겨 한치 앞도 분간하기 어렵다.

   반정을 지나 대관령 정상에 이르렀으나 이미 대관령은

   차들로 넘쳐난다.

 

   상행선 방향 옛 대관령 휴게소는 물론,

   양떼목장과 선자령 진입로와 하행선으로 가는 다리위에도

   차들로 미어터져있다.

   결국 나는 선자령의 등산은 포기하고 능경봉을 오르기로 했다. 

 

   대관령 정상은 비는 오지 않으나 안개가 자욱하고,

   이따금씨 ㄱ비마저 섞여 내린다.  

   능경봉은 강릉에서 올라오면서 왼편에 있는 산으로,

   해발 1,123.2m의 산으로 왕복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들머리는,

   정상부근에서 제왕산 방향으로 약 10여분 가면 샘터가 나오고,

   바로 옆 입산통제소를 돌아 오른쪽 방향으로 진입하면 된다.


   산을 찾는 이유는 운동도 되지만 무엇인가 볼거리가 있어서다.

   자신도 모르게 산을 꼼꼼이 관찰하고 되고, 자연스럽게 산의 정취에

   흠뻑 빠져 남들이 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을 보게 된 것 같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야생화다. 

   이렇게 내가 야생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야생화만이 간직한 끈질긴  생명력과  은은한 한국적인 미가,

   너무나 우리 산야의 자연과 어울려서이다.  

 

   영동고속도로 준공 기념비로 올라가는 길 오른 편에는,

   노란 기린초와 연붉은수수꽃다리 자줏빛

   붉은 수술을 감싼 하얀 함박꽃이 쭉 늘어선 채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제왕산 방향으로 가는 길에는,

   백당나무 꽃과 미나리아재비와 국수나무 꽃이 즐비하다.

   또 길 옆 풀숲에는 냉초와 졸방제비꽃이 숨박꼭질하듯 숨어있다.


                     능경봉에 오르는 길은,

                     비가 온 뒤라 온통 진흙투성이라 미끄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오르는 곳곳에는 눈개승마와 팍새꽃이 피어있고,  귀한 감자란도 있어 야생활 쫓다보니,

                     안개로 덮인 자욱하고 미끄러운 길은 금방 정상에 이른다.

                     정상에 이르자 너무나 안개가 짙어,   한 눈에 보이던 강릉시내와 동해안 바다풍경을 볼 수 없어 아쉽다.  

 

 

                    정상를 지나 200m정도 더 가면 행운의돌탑이 나타나는데,

                    이 행운의 돌탑은,

                    이 백두대간을 등산하던 등산객들이 안전과 행운을 기원하면서 하나 둘 놓은 돌이 쌓여 만들어진 돌탑이라 한다.

 

 

                    산을 워낙 좋아하는 나이기에 백두대간 종주길을 따라 고루포기산까지 가고 싶지만,

                    어제 축구중계를 보느라 피곤도 하고 길이 미끄러운 탓도 있지만 편도 5.7km라 시간이 늦어 

                    다음 기회를 기약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