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서민의 시선

초등학생의 하루

소우(小愚) 2008. 8. 29. 16:35

둘째아이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다.

학기가 시작되자 담임선생님이 전근가게 되었다고 울고불고 아우성이다.

아이는 아침 7시쯤 일어나 영어테이프 듣고 억지로 밥 몇 숟가락 먹고 8시쯤 학교로 간다.

 

그리고 학교 수업이 끝나면,

푸르넷 공부방에서 한자와 논술 그리고 수학을 배우고,

오후 5시쯤 집으로 돌아와 TV시청이나 만화 또는 컴퓨터로 게임을 하고,

저녁식사를 한 후 저녁 6시 20분쯤 태권도 도장에서 태권도를 하고,

오후 8시 10분쯤 귀가하여 학교 숙제나 공부방 과제를 한 후 영어공부를 한 후, 밤 11시쯤 잠이 든다.

이렇게 꽉 짜인 틀 속에 생활하기에 여유라고는 없다.

 

도통 아이에게 무엇을 요구하는가 싶다.

요즘 아이들은 어머니들의 욕망에 의해 사육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머니들의 변명은 이렇게 하지 않으면 뒤쳐서서 어떻게 하느냐? 란 것이다.

우린 이미 충분히 학습을 통해 공부가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삶의 질이 성적순이 아님을 알고 있으면서도 아이들에게 화풀이하듯 교육을 강요하고 있다.

 

어머니에게 아이들 교육에 관한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다.

말로는 아이들 적성을 고려한다지만 대부분 어머니들의 입에서 좋다고 하면

자신의 능력이나 현재의 경제상황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아이들의 교육비에 전제 가계 예산을 끼워 맞춰 버린다.

그리고는 교육비 충당에 힘겨워 한다.

 

아이들 교육이 우선이기에,

가족행사나 모임은 언제나 뒤로 밀릴 수밖에 없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가리지 않는다.

자신을 위해서는 화장품이나 외출복하나 사지 못하면서 아이들에게는 자신의 전부를 준다.

아이가 그것을 감당할 것인가는 아예 고려대상이 아니다.

 

진정 아이가 원하는 것은,

부모의 정성이 담긴 사랑이요, 어머니의 품속이다.

그런데도 아이가 젖을 때자말자 위인전기에다 세계문학는 기본이고,

임신 중에도 태교라 하여 음악이나 영어 테이프를 듣고 있다.

이런 어머니의 극성에서인지 우리나라의 교육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에서는 경쟁교육을 천명하고 나섰다.

또 학생을 가진 가장들의 처절한 교육비를 벌기 위한 투쟁에 나서야 된다.

말이 좋아 조기영어교육이지 기반시설이 취약한 학교 교육현장실정에서 가능한 것인가에는 의문이 든다.

결국 정부의 교육정책으로 힘든 사람은 가장일 수밖에 없다.

 

사회는 수많은 군상이 어울려 산다.

남자와 여자, 행복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건강한 사람과 병든 사람, 똑똑한 사람과 처지는 사람,

뚱뚱이와 홀쭉이, 키 큰 사람과 작은 사람, 잘생긴 사람과 못생긴 사람,

부자와 거지, 지배자와 피지배자, 늘 웃고 사는 사람과 찌푸린 얼굴의 사람, 등등.

이러한 사람들이 모여 조화를 이룰 때 그 사회는 건강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정신을 가진 사람이 많을 때 건강해진다.

사회전반이 골고루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들로 넘쳐나면 좋겠지만,

한 쪽에 너무 편향된 교육은 옳지 못하다.

 

즉, 현재의 교육풍토는,

돈을 벌기위한 교육, 취업을 하기위한 교육, 남보다 우위에 서려는 교육이 우선이다.

그렇기에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하고 인간다운 삶을 사는가에 대해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교육과정을 보면 도덕이나 철학 등,

인간의 근본적인 것들에 관한 교육은 점차 사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등만 고집하기에 상위권에 들면서도 좌절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은

바로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의 방식을 천시하는 모순에 빠진다.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람은,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 지도자가 아니다.

병든 사람 등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사회의 한편에서 묵묵히 봉사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이다.

 

독도로 인해 감정이 좋지 않은 일본이지만,

몇 대를 이어오며 전통과 가업을 지키는 모습은 늘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우리나라 교육도 고유문화와 전통을 지키고 보전하는 일과,

돈이 안 되는 기초적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도 대우를 받는 사회적인 가치를 창조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측은하기 그지없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소원은 푹 자는 것이다.

늘 공부에 시달리기에 자기중심적이고, 편향적이며, 기회적이고, 고집스럽다.

함께 어울려 무엇을 성취하는 일에는 낯설기에

홀로 고독해하고 대화를 나누고 의견을 물어보거나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부족하다.

 

아이들에 대한 교육도 좀 숨통을 트여놓고 해야 하지 않을까?

성인이 되어 스스로 자기의 길을 찾아 갈 때 힘껏 도와주면 안 될까?

아직 정신적이나 육체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초등학생에게 까지 힘겨운 사교육을 강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어머니도, 아이도, 조금은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변을 돌아보며 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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