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8년, 28년만의 원주 치악산 등산

소우(小愚) 2008. 6. 9. 09:47

 

     벼르고 별렸던 치악산이라 무척 설레인다.

     대학교 1학년 때 써클에서 한번 다녀간 후 벌써  28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그 때는 등산보다는 회원 상호간의 단합이 목적이라 야영장에서 밤 세워 음주가무를 했던지라 느즈막히 세렴폭포 까지 등산했었다.

     그것도 속이 울렁거려 겨우겨우 왔던 길이라 일주문을 지나 구룡사에 이르렀지만 낯설기만 하다.

     승용차를 이용할까 했으나

     모처럼 시간을 내 다시 찾은 곳이라 비로봉을 돌아내려가는 등산코스를 선택하여 치악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욕망이 있었기에,

     강릉에서 6시 30분 첫차를 타고 원주에서 시내버스를 이용하여 구룡사 쪽에서 등산하기로 하였다.

 

 

     치악산은 동악명산, 적악산으로 불렀으나

     상원사의 꿩(또는 까치)의 보은전설에 연유하여 꿩 치(雉)자의 써서 치악산이라 불리우게 되었다고 한다.

     치악산은 단일 산 봉이 아니고,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들이 장장 14km 능선으로 이어져 있어 치악산맥으로 불리기도 한다.

     주요 봉우리로 주봉인 비로봉(1,288m), 남대봉(1,181m), 매화산(1,085m), 향로봉(1,043m)등이 연이어 능선을 이룬다.

     치악산의 구룡사는 1,300년 전 의상대사에 의해 창건되었다.

     처음에는 연못에 아홉마리 용이 살고 있던 곳이라 하여 九龍寺라 하였으나, 

     나랏님에게 진상되던 나물채취와 같은 각종 이권으로 스님들이 타락하여 점차 몰락의 길을 걷게 되자,

     절 입구에 있는 거북바위 때문이라 하여 거북바위를 쪼개 버렸으나,

     신도들이 점차 줄어들어 절 문을 닫아야 될 형편에 처하게 되었다.

     어느날 이 곳을 찾은 도승 한 분이

     거북바위가 절운을 지켜줌으로 거북을 다시 살린다는 의미로 절의 이름을 아홉 구(九)에서 거북 구(龜)자로 변했다고 한다. 

 

 

     시외버스 주차장에서 내리자 아침을 아직 먹지 않아 조금은 허기가 있어,

     순교가 사 온 김 밥을 계곡에 앉아 계곡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먹은 후,

     오늘의 등산코스를 정하고 커피 한 잔이 주는 여유를 즐겼다.

     원통문(일주문)을 지나 구룡사 경내에 들어서자 우람한 은행나무가 우리를 반갑게 맞아준다.

     오늘 비가 오후 늦게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가 있어서인지 계곡은 후지덥덥하고 답답할 정도로 우중충하다.

     구룡소를 지나자 줄딸기가 발갛게 익어 상콤한 산딸기의 맛을 잠시 음미할 수 있었다.

     입산통제소 앞에는 치악산의 매발톱 꽃과 붓 꽃 등 야생화 단지가 조성되어 있었고, 잘 단정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약 15분 정도 걸었을까 세렴폭포를 만나게 되고 본격적인 산행을 알리는 156개의 철계단이 나타났다.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귀가 먹먹할 정도로 시원한 물줄기를 기대했으나 수량이 적고 높이가 낮아 영 실망스럽다.

 

     

 

     세렴폭포에서 작은 다리를 지나면,

     비로봉으로 오르는 두갈레 길을 만나게 되는데,

     사다리 병창길은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이요, 계곡길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등산로다.

     어느 코스로 올라야 할 줄 몰라 이 곳 원주에 살고 있는 다른 등산객의 도움을 얻어 사다리 병창길로 접어들었다.

     처음부터 까마득한 계단이 사람을 질기게 하더니 오르는 내내 거의 절벽에 가깝다.

     숨을 헉헉거리며 1시간여를 오르자 사다리 병창을 만나게 되었다.

     병창이란 말은 영세말로 절벽을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사진에서 보기에는 그저 바위사이를 지나가는 길로 보이지만, 양 옆은 거의 직각의 절벽에 가깝다.

     워낙 이런 스릴을 좋아하는 나는 즐거움이 가득한 길이지만,

     다소 고소공포증이 있는 종림이는 굵은 밧줄을 붙잡고 올라가지 못해 연신 비명을 지른다.

     함께 등산을 하다 일행이 되어버린 원주에서 온 55년 양띠 아저씨는 그저 빙긋히 웃기만 한다.

     발을 붙잡고 엉덩이를 받치고 겨우 올라갔지만, 한 곁에 주저앉아 버려 숨을 할딱거리는 가여운 우리의 아줌씨!

 

 

 

   

     밧줄을 붙잡고, 안전 가드레일에 의지하여 오르는 길은 장난이 아니다.

     다리가 떨려오고, 땀으로 온 몸이 덤벅이 되 버린다.

     숨은 턱에 차 올라 연신 얼음물로 갈증을 덜어보지만 쉽게 오를 수 없다.

     오르다 쉬기를 반복하지만 정말 힘겨운 산행이다.

     주변의 경치라도 좋으면 감상하는 맛이라도 있을터인데, 그저 우거진 녹음을 뚫고 오르는 산행은 힘들기만 하다.

 

 

 

 

     3시간여의 힘겨운 싸움 끝에 마침에 우린 승리자로 정상에 섰다.

     아마 정상에 선다는 막연한 기대와 설레임이 아니라면 사람들은 산에 오르지 않으리라.

     다행히 날씨가 흐려 조망의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런대로 정상에 서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주변이 확 트여, 힘든 여정의 땀방울을 한꺼번에 날려버린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줄기는 굽이굽이 구룡이 기어가는 듯하고,

     멀리 우리가 가야할 목적지인 향로봉 등산로가 아스라이 눈 앞에 다가 온다.

     돌탑 3개가 높다랗게 쌓여있는 정상부근에 앉아 점심을 먹고, 오늘의 일행이 되어준 양띠 아저씨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비로봉에서 원통재를 지나 고둔치(곧은치)에 이르는 길은 참나무 숲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답답하다.

     가다가 주변의 경관을 둘러볼 수 있는 조망 좋은 곳이나, 계곡의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곳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계속 똑같은 숲 길이 연이어 이어져 조금은 짜증스럽다.

     명산인 치악이라 그래도 많은 볼거리를 기대했으나 실망스럽다.

     치악은 그냥 숲이 우거진 산일 뿐이었다.

     동해안의 산처럼 깍아질듯한 절벽이나 기암괴석이 우뚝 솟은 절경을 기대했으니 실망할 수밖에...

 

 

     처음에는 입석대로 하산하려 했으나 길이 너무 험하다 하여 향로봉을 경유하여 국향사로 하산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루한 등산에 갈수록 실망이 쌓이고, 시간이 많이 흘러 교통편이 좋은 관음사가 있는 행구동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고둔치에서 행구동까지는 협곡을 따라 내려오는 길로 등산로가 미끄러워 버티다 보니 점차 발가락이 아파온다.

     미끄러지며 어렵사리 내려왔지만 시내버스가 오는 길까지 내려가는 아스팔트길은 천근만근 피로를 더한다.

     행구동은 길카페가 워낙 유명한 곳이어서 인지 승용차가 넘쳐나고, 데이트하는 연인들의 짧은 미니스카트가 넘쳐났다.

     20여분 동안 시외버스를 기다렸지만 버스는 보이지 않는다.

     결국 우리 일행은 택시를 이용하여 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했고, 6시 30분 강릉행 무정차에 몸을 싣으면서 치악산 등산을 마쳤다.

 

 

   * 일         시 : 2008. 06. 08(단오)

   * 총소요시간 : 8시간

   * 등 산 코 스 : 구룡사 -> 입산통제소 -> 세렴폭포 -> 사다리 병창 -> 비로봉 -> 원통재 -> 고둔치 -> 행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