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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숲의 터널 동해 두타산~청옥산 산행

소우(小愚) 2008. 6. 6. 12:36

  

     두타산(1,352m),

     청옥산(1,403.7m),

     고적대(1,539m)는

     무릉삼봉으로 무릉계곡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백두대간 등산구간이다.

     무릉계곡을 정점으로 어느 산으로 올라도 워낙 지세가 높고 험준하여 급경사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오르는 길목마다 나타나는 기암절벽과 원시림은 절로 감탄사가 나올 만큼 절경을 자랑하고 있다.

     옥류동에서 두타산성으로 오르는 길은 고2 때 멋모르고 친구들과 등산한 후 27년만이다.

     그 때 찍은 사진을 보면 나무뿌리나 가지에 의지하여 엉금엉금 기어서 겨우 올랐던 것 같은데,

     막상 와서 산행을 시작하는 길은 그 때와 다름없이 험란하고 경사가 급하기만 하다.

     비가 올 때마다 파여나간 등산로는 밧줄을 붙잡고 오르지 않으면 안될 정도여서 마치 전문 산행인이 된 것 같다.

     하지만 험란한 길을 오를 때마다 나타나는 맞은 편 절경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관음암과 관음폭포가 아스라이 보이고,

     직각으로 서있는 회백색 암벽과 절벽들,

     점차 푸르름을 더해가는 녹음이 채색된 숲 사이로 솟아오른 기암괴석군들은 각양의 포즈로 패션쇼를 하는 듯이 제멋을 자랑한다.

     백곰바위를 지나 깔딱고개에 이르자 오른편으로 산성 12폭포에서 뿜어나오는

     가느다란 물줄기에는 새초롬한 무지개가 갓 시집 온 새악시 볼 처럼 붉은 빛깔의 색동옷을 갈아입는 듯하다.

     험준한 길을 오를 때마다 마치 사우나에 온 듯이 땀이 비오듯 흘러 온 몸이 흠뻑 젖어들지만,

     확 트인 절벽을 만날 때마다 계곡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까지 상쾌하고,

     발 밑에 나타나는 녹음은 마치 푸른 바다를 맨발로 거니는 것처럼 황홀한 기분이 들게 한다.

     깔딱고개에서 두타산 정상까지는 약 2시산 30여분이 소요되는데, 능선길과 급경사가 반복적으로 이어진다.

     가는 곳곳에서 만나는 금강송은 솔잎혹파리와 제선충의 영향인지 점차  상록의 푸르름을 잃어가고 있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고산지대라 나무들이 자라지 못해 관목처럼 빽빽이 들어차 나무로 만든 터널을 걷는 듯하다.

     또한 너무나 울창하여 바람한점 스며들지 않아

     후지덥덥하고 끈적끈적한 공기에 걷는 내내 이마에 흐르는 땀을 훔쳐내기에 여념이 없게 한다.

     그리고 비가 내린 뒷끝이라 그런지 물기가 마르지 않아 미끄럽고 황토색 진흙의 등산로라 바지가랑이에 흙투성이다.

 

 

     두타산 정상 밑에는 참나무의 군락지로 산목련이 가끔씩 보일 뿐, 온통 두꺼운 표피가 덮힌 참나무 숲이다.

     두타산 정상은 쩔쭉을 비롯한 관목이 울창하게 자라 정상에 오른 기분을 만끽하지 못해 아쉽다.

     잠시 휴식을 취한 우리는 정상 오른쪽 비탈길을 미끄러지며 능선길을 걸어 박달령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청옥산까지는 특별히 볼 거리는 없지만,

     산죽이 깔린 등산로는

     그런대로 운치가 있고 고즈넉한 산길을 친구와 오손도손 흥얼거리며 걷는 조금은 한가로운 여백의 시간을 주는 등산로다.

     또한 곳곳에서 만나는 산나물도 채취할 수 있어 점심거리로 쌈 싸 먹을 수 있을 만큼의 산나물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

     청옥산 정상도 두타산 정상처럼 밋밋한 곳에 청옥산 표지판이 정상임을 알릴 뿐, 정상다운 맛은 없다.

 

     이 곳에서 무릉계곡 까지는 약 12km정도 되는 비탈길이다.

     하지만 내려오는 곡곳에서 만나는 주목의 아른다운과 원시림이 주는 즐거움은 다른 어느곳보다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다래덩굴과 머루덩굴을 붙잡고 타잔 흉내도 내볼수 있고,

     굵은 밧줄에 의지하며 뒷걸음치듯 매달려 내려오는 아슬아슬한 스릴도 즐길 수 있다.

     바위틈을 비집고 내려오기도 하고, 낙엽이 덮힌 비탈길을 미끄러지면서 내려오는 험로이지만,

     원시림 사이로 만나는 절벽과 기묘하게 자란 나무들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잇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2시간 30여분을 걸려 내려온 문간재 계곡물에서 피로에 지친 다리를

     계곡의 찬물에 담근채 남은 김밥과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마시는 즐거움은 세상의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산을 오른다고 해서 다 우뚝 �은 정상을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가 오른 두타산과 청옥산의 정상은 정상에 오른 즐거움과 만족은 주지 못했지만,

     절벽을 오르내리며 만난 아름다운 풍경과 대자연이 주는 신비감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만한 산행이었다고 자부한다.

     산행은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요 약속같은 것이기에 혼자서 감내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 나와의 싸움에서 이긴 우린 승리자다.

 

          * 등   산   일 : 2005.  6.  5.

          * 총소요시간 : 10시간 40분

          * 등 산 코 스 : 매표소 -> 두타산등산로들머리 -> 백곰바위 -> 깔닥고개 -> 두타산성(미륵봉) -> 번개바위 ->

                               산성12폭포 -> 햇대등 -> 참나무군락지 -> 두타산정상 -> 박달령 -> 청옥산정상 -> 주목군락지 ->

                               학등 -> 문간재 -> 무릉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