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8년, 정선 장목목이-가리왕산 제3코스

소우(小愚) 2008. 6. 5. 10:20

 

해발 1,561m의 가리왕산은,                     

청옥산, 주왕산을 거느린 태백산맥의 지붕역할을 하는 험란하고 높은 산이다.

예로부터 조정에서 산삼을 캐던 곳으로,

아직도 마항치에 산삼봉표가 남아있다 한다.

 

가리왕산 자연휴양림이 워낙 유명한 곳이라,                     

여름 가족 휴가를 위해 시설도 돌아보고 주변경관도 살펴보고 싶어,                     

임계,정선을 경유하여 회동리에 이르는 교통로를 원했으나,                     

차를 타면 멀미가 심한 친구가 있어 비교적 이동거리가 적은 이곳 장구목이로 향했다.

 

장구목이는,

영동고속도로 진부 인터체인지에서 진부로 진입 후,

정선방향 국도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수항계곡과 장전계곡이 아름다운 평창군과 정선이 만나는 경계지역 오른편으로,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의 장승이 서있고 물레방아가 힘차게 돌아가는,

장목구이를 만나게 되는데,  바로 이곳이 이끼계곡으로,

가리왕산 정상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가리왕산 최단코스이다. 

 

 

 

 

 

 

가리왕산이 비록 높은 산으로,

초행이라 등산코스의 난이도를 몰라 이 코스를 택했으나,                     

정말 험난하고 가파르다 못해 온통 커다란 바위들로 둘러쌓인 그야말로 악산이다.                   

 

임도가 나타나는 중간까지는,

계곡에 작은 폭포와 시원한 개울물이 바위밑에서 흐르는 소리가,                     

북치듯 뚱땅거리며 쏟아져 옆에 가는 일행의 말소리 조차 숨어버린 듯이 씨끄럽다.

그리고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절로 땀이 흐를 정도로 습하여,     

등산이 용이하지 않다.

                

그러나 이 코스는,

등산애호가들에게 널리 알려진,

가리왕산이 자랑하는 청정이끼계곡으로,

호랑이 고비를 비롯한 이끼류와 습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들의 보고다.                     

 

만나는 바위마다 이끼가 덮혀있고,                     

그 위로 산림청 보호수림 명찰을 단 주목이,

속을 텅 비운채로 천년 세월의 무게를 자랑하고 있으며,                     

다람쥐가 알맹이를 발려먹고 버린 잣송이와,                     

갈참나무와 자작나무에서 분비된 수액을 찾는 파리떼로 짜증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이끼류 만든,

다양한 모양의 식생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의외로 쏠쏠하다.                    

아마 자연학습장으로는 이만한 곳도 없으리라 생각된다.                    

임도에서 정상 바로 밑 커다란 주목군락지 까지는 한마디로 돌곽산이다.                   

 

코가 맞닿을 정도로 가파른 급경사와,

엉금엉금 커다란 바위를 피해 돌고돌면서 올라가는,

1,200m에 이르는 급경사길이다.                   

등산로만 따라 올라가다 보면 앞사람 엉덩이에 머리를 박치기 할 정도로 가파르다.                     

어느새 펜티는 물론이고 온 몸이 땀으로 목욕한지 오래다.

 

연신 물을 들이키지만,

입술이 마르고, 가쁜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수건으로 연신 땀을 훔친 얼굴은 벌겋게 타오르고,                     

예쁘고 단장하고 출발했던 여자친구의 얼굴은 어느새 생얼이 되고 만다.                     

 

그만 내려가고 싶다는 일행을 다독이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으며 오르기를 한시간 정도 오르자,                    

마침내 비교적 완만하고 시원한 바람결이 느껴지는 능선길을 만나게 된다.                       

 

이 곳에서 정상까지는,

산나물이 지천으로 널려있다.                     

어느새 우린 나물채취에 빠져 힘들었던 피로를 느낄사이도 없다.      

              

나무가 너무 단단해서,

다듬이와 다듬이 방망이를 만들었던,

박달나무가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를 반긴다.                     

돌 위로 자란 마무들이기에 뿌리를 깊게 내리지 못해서인지,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여 이리저리 쓰러진 나무들이 안스럽다.

 

하지만 쓰러진 나무위에는 이끼가 파초롬이 자라고,                      

바위 틈틈이 고개를 내민 이름모를 야생화들이 곱게피어 산의 생명을 북돋고 있다.

 

 

 

 

 

 

항상 산을 오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상에 올라 주변을 둘러볼때의 싸한 마음의 감동은,

그 무슨 말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                   

 

이 곳에서 보는 산아래는,

가을이라야 느낄 수 있는 검붉은 풍경이 눈 앞에 나타난다.                    

뜨거운 햇살마저, 아래의 그 무덥고 짜증나게 하던 습한 기운도,                      

올라오는 내내 주변을 돌며 씨끄럽던 파리떼도,

정상의 시원한 바람에 모  두 사라져 버렸다.

 

널직한 정상 부근에는,                     

고사목에 기데어 쌓아놓은 돌탑과,

아직도 채 피지않은 산철쭉이 넓게 능선을 따라 펴져있다.                     

또 곤드레 나물과 정상에서 보기 쉽지않는 곰취와 참나물이 곳곳에 널려있어,

우리의 아줌씨들을 또 다시 나물 뜯기에 내몬다.

 

나물이 있는 봄산행은,

맛깔나는 장 하나만 있으면 반찬이 하나도 필요없다.                   

향긋한 참나물과 쌉쓰레한 곰취 입사귀 위에, 한 숟가락 가득 밥 퍼 넣고,                     

입이 미어터지도록 한 쌈 싸서 먹고나면,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도 뚝.                   

올라올 때 너무 힘들어 내려가고 싶다던 우리의 아주씨들 왈,

 " 그래, 이 맛에 등산하는거야."

 

 

◇ 등산일 : 2005. 5. 29

◇ 총소요시간 : 8시간 20분 (나물채취 2시간 포함)

◇ 코스 : 장구목이-이끼류서식지-임도-주목군락지-

               장구목이삼거리이정표-정상-장구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