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8년, 산나물의 보고 강릉노추산

소우(小愚) 2008. 6. 3. 11:52

   중국 노나라의 공자와 추나라 맹자의 기상이 서려있다 하여

   노추산이라 명명된 이 산은,

   왕산면 대기리와 정선군 북면 구절리 사이에 자리한 해발 1,322m의 악산으로,

   신라 때 설총과 조선시대 율곡 이이선생이 학문을 쌓던 곳이기도 하다.

 

   강릉 지역의 산의 산행을 벗어난 모처럼의 산행이라 아침 7시 30분에 강릉을 출발 임계방향으로 향했다.

   오봉저수지를 지나 삽당령을 경유 고단 1리에 도착,

   잘록한 새의 목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 조항치(새목재) 까지 

   승용차 하부가 닿을정도로 험란한 비포장 산비탈 산판길를 올라 산행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고 등산로를 표시하는 안내 표지판이나 산행을 하면 만나는 꼬리표 조차 만날 수 없기에,

   길을 잃을 염려가 있어 결국 조항치에서 오르는 산행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옛날 임금님의 관을 만들었던 늘(널판지)를 한양으로 가져갔다던 비호재아래에 자리한 늘막교에서의 산행로도 생각했으나,

   노추산 산행이 초행이라 잘 알려진 정선 아우라지를 지나 구절리에서 시작되는 등산코스를 선택했다.

  

   구절리 계곡을 따라 흐르던 탄광의 검은 개울물도 이젠 탄광이 점차 줄어들고 폐광이 되어 맑고 아름다운 계곡으로 변해,

   차창가로 바라보는 기암절벽과 5월의 실록은 푸르름 자체로, 조금은 우울하려던 마음을 싱그러운 초록의 바다로 데려갔다.

   노추산은 아직 등산객에게 잘 알려진 산이 아니라서 그런지

   구절리에 들어서서도 진입 이정표가 보이지않아 잘못 들어온것이 아닌가 여간 불안스럽지 않다.

   기적소리를 내며 검은 터널을 지나는 열차라도 만나면 좋으련만...

   도로 옆으로 돌담이 둘러쌓인 돌밭에서 씨를 뿌리는 농부들의 바쁜 손길이 아침 햇살을 따라가고,

   탄재가 내려앉아 윈도블러쉬를 작동시키지 않으면 안될 정도에 이르자 비로서 노추산 이정표를 만나게 되었다.

   진입 이정표가 있는 곳은 임도인지 등산로인지 구별할 수 조차 없는 까만돌이 깔린 경사길이 나타났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 내려올 각오를 하고 구불구불한 경사길을 1단기어를 넣은 채 어렵사리 20여분을 터덜거리며 오르자,

   이 길 끝자락에 묵 밭이 있고, 길 옆으로 주차된 여러대의 코란도형 AV차량을 만날 수 있었다.

 

   노추산은 활엽수림이 우거진 등산하기 정말 좋은 산이다.

   완만하게 나 있는 등산로는 연록색 잎에서 ㅍ뿜어져 나오는 시원한 공기가 절로 기분을 상쾌하게 만드는 멋지고 아늑한 숲길이다.

   이 길을 따라 1시간 정도 오르자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옹달샘 쉼터를 만나게 된다.

   가슴까지 더위를 씻어내리는 샘물로 목을 축이고 있는데 원주에서 왔다는 부부가 주변에서 열심히 참나물을 채취하고 있었다.

   참나물은 대고 밑부분이 적갈색을 띠며, 잎사귀 뒷면이 반질반질하고, 뜯은 부분에서 미나리 향기가 난다.

   곰취는 잎이 둥글고 넓으며, 나물취는 창모양이고 떡취는 잎 뒷면이 흰색이다.

   또 곤드레는 대공이 굵고 연하게 흰색털이 자리하고 있으며, 맛은 아무런 잡내가 나지않는 순수다.

   이 곤드레를 넣고 밥을 해서 양념간장에 비벼먹는 맛은 별미중의 별미다.

   또한 묵은 된장을 풀고 곤드레와 굵은 멸치를 통채로 넣고 끓인 곤드레국은,

   그 맛은 물론이고 혓끝에 감도는 향취가 그만이다.

  

   가래나물, 참나물, 우산나물, 머루순, 중댕가리, 싸리나물, 기장나물 등등

   어린시절 어머니나 누나와 같이 산과 들에서 뜯던 나물이름은 어렴풋이 생각나지만,

   주변을 돌아보니 그 놈이 그 놈 같아 구별조차 하기 어렵다.

   먹고살기 어렵던 어린시절끼니를 때우던 그 나물밥이 이젠 고장의 별미가 되었지만,

   얼러쥐 뿌리를 화롯불에 구워먹고 돼지감자와 시금치로 허기를 참던 기억은

   이제는 추억이 되어 마음 한구석에 아련한 그리움으로 남았다.

   나물를 채취하는 부부에게 나물에 대한 강의를 잠시 듣고 뜯던 나물이 마트봉지에 찰 즈음 어느새 너덜지대에 도착했다.

  

   이 곳 너덜지대는 노추산에 있는 돌이란 돌은 모조리 모아놓은 듯한 돌산에는,

   등산객의 소망이 모여있는 수많은 작은 돌탑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돌길을 어렵게 오르고 돌며 15분 정도 가자 설총과 율곡선생의 위패를 모신 이성대가 눈앞에 보인다.

   이성대 앞쪽으로는 구곡천이 흐르고 기암괴석으로 둘러쌓인 주변은 한편의 동양화를 대하듯 아늑하고 풍성한 신록이 아름답다.

   이성대를 끼고 오른쪽 오르막길을 40여분 오르자 사방이 확 트인 노추산 정상이 나타났다.

   동쪽으로 삽당령의 우렁찬 산맥이 그림처럼 다가오고, 서쪽으로는 발왕산,

   남쪽으로는 구절리의 굽이굽이 계곡이 구렁이가 기어가는듯한 형상이 되고, 북쪽으로는 왕산 안반데기가 발아래다.

  

   사달산이 코앞에 보였지만 배가고파 정상 바로 밑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마침 정선의 처가에 다니려 왔다가 산에오른 일행이 싸 온 찰밥과 정선의 별미인 메밀전병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정선의 전병은 메밀전에다 갓김치를 주로하여 갖은 양념소를 만들어 넣고 김밥 말듯 말아 만든 것으로

   마치 동해안의 오징어 순대처럼 갓김치의 특유의 향과 메밀전의 부드러운 맛이 어우려진 독특한 맛을 품고 있다.

   삽당령을 넘어 강릉에 올 기회가 된다면

   삽당령 정상에 있는 작은 간이 음식점에서 이 전병과 조껍데기 막걸리를 함께 즐겨보기를 권한다.

   산을 오를때는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올라야 하지만,

   지나치는 사람들의 따뜻한 �은 인사의 말과 힘들게 지고 온 배냥속 음식을 서로서로 함께 나누는 인간미야 말로

   진정한 산행의 맛이 아닐까 싶다.

 

                          * 등산일 : 2005. 5. 22

                          * 등산로 : 구절리 등산로 입구 -> 임도(20여분) ->  노추산 등산로 표지판 -> 옹달샘 쉼터 ->

                                         너덜지대 -> 이성대 -> 노추산 정상 -> 사달산 정상

                          * 총소요시간 : 6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