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8년, 봄의 설악(오색~장수대)

소우(小愚) 2008. 5. 6. 10:55

 

 

 

   조금 무리인 줄 알지만,

   도로를 따라 오색에서 한계령을 걸쳐 장수대 까지 한번 꼭 걸어보고 싶었다.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한번쯤은 꼭 사진기에 담고싶은 열망이 있었다.

   그래서 흘림골에서 오색까지 약 1시간 30여분에 걸쳐 걸어서 내려왔고,

   승용차로 한계령과 장수대로 경치를 감상했으나 흐린 날씨관계로 선명한 사진을 촬영할 수 없었다.

   설악을 제대로 촬영한다는 건 사실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2002년 태풍 루사를 비롯하여,

    그간 자주 수해가 나 피해를 입은 골짜기가 많이 복구가 되고 단장은 되었지만,

    하얗게 들어난 속살은 흉물스럽게 보여 마음은 안스럽기 그지없다.

 

 

 

 

   자연이 주는 경관을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여간 힘드는 것이 아니다.

   도로를 번갈아 오가며 이 쪽 저 쪽 세밀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내려가면서 바라보는 경치와 올라가면서 보는 경치가 다르고, 흐린 날  맑은 날 보는 경치가 또 다르다.

   그만큼 자연이 주는 풍광은 신비롭기만 하다.

 

 

 

 

   오늘도 도로를 걸어가면서 카메라 렌즈의 촛점을 맞춰보지만,

   역광이나 빛의 방향에 따라 촬영할 수 없는 절경을 만날 때마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한계령에서 만물상을 촬영하고 싶었으나 렌즈속의 풍경은 온통 검은색이다.

   그리고 한계령을 넘어 장수대 방향의 풍경이 너무도 웅장한 기개를 떨치고 있지만,

   혼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나는 전문산악인도 아니고,

  어느 산악회에 가입하여 동호인 활동을 하지는 않지만

  산을 좋아하는 사람임에는 틀림없다.

   사무실이 괘방산 아래에 있어서인지 날마다 산을 지켜보면서 새롭게 변하는 모습에 늘 감탄한다.

 

   안개가 내린 산,

   땅거미가 짙게 드리운 산,

   단풍이 서서히 물들어 가는 모습은 바라보기만 해도 그저 좋다.

   여름날 소나기가 쏟아지면 살골짜기로 쿵쿵거리며 내려오는 물소리가 정겹고,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나 둥지를 찾는 꿩들의 푸드득 거리는 날개짓에 절로 고개짓 하게 한다.

 

 

 

 

   사실 산은 멀리서 가만히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 때 더 좋다.

   산이 품고 있는 마음을 느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마주보는 산에는 아카시아가 몽울몽울 꽃망울을 소담스럽게 간직하고 있다.

   멀지않아 온 산이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찰 것이다.

   학창시절 아카시아 껌을 씹으면 입 안에 감도는 향기가 그렇게 좋을 수 없었던 기억이 새롭다.

 

 

 

   

   누나 따라 나물 뜯고, 고사리 꺽고, 두릅 따고, 더덕 캐고...

   그러다 지치면 낙엽이 덮힌 골짜기 개울에서 알 가진 가재를 잡던 기억들...

   산골짜를 벗삼아 자랐던 산골소년의 소담스러운 마음이 담겨있는 나의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다.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쌓여,

   밤이면 이 산 저 산에서 인광이 번뜩이고,

   어쩌다 마주치는 들짐승의 눈동자가 시퍼렇게 다가올 때 느꼈던 공포감이라든가,

   학교 숙제로 싸리나무 빗자루를 만들기도 했고,

   싸리문 위로 날아다니던 고추잠자리를 잡아 시집장가 보낸다고,

   풀대공으로 괴롭히던 기억이 시나브로 다가온다.

 

 

 

 

   

    예전의 오색동은 민박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온천주변에 텐트를 치고 밤새 카세트 테이프를 틀어놓고 젊음의 열정을 사르고 난 다음,

    새벽 4~5시경에 출발하여 대청봉에 올라 일출을 보던 기억이 새로운데,

    지금은 동화속 같은 풍경을 갖고 있을만치 잘 정비된 모습이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설악에 대한 기억은,

   오색에서 대청봉에 올랐다가 갑작스럽게 소나기를 만나 신흥사로 내려오면서 만났던 설악의 모습이다.

   한 낮인데도 얼마나 어두웠던지 등산로가 잘 보이지 않아 산 비탈을 미끄러지면서 내려오기도 했고,

   물이 넘친 골짜기를 건너지 못해 상류까지 올라 건너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자연의 조화를 보는 즐거움에 비하면 정말 고생이라 말하기도 창피한 일이다.

   울퉁불퉁한 바위를 가르며 번개가 지나가고,

   먹장구름이 쏟아낸 빗줄기가 지나면 햇살이 산을 가르며 움직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다.

   그리고 골짜기를 가르며 오색영롱한 무지개가 걸쳐있는 모습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