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8년, 동해 관음암~하늘문(두타산)

소우(小愚) 2008. 4. 20. 17:18

 

◇ 두타산 그 품안에 가다.

 

동해안의 푸른바다를 주변에 두고 사는 사람은 행운이다.

휴일에 차를 타고 조금만 나가면 하얀 백사장과 가슴이 확 트일 정도로 시원한 바다는, 

드넓은 광야의 푸른 초원이 된다.

 

그동안 동행이 없어 산을 좋아하면서도 차일피일 미뤄왔으나

날로 새로워지는 새싹들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어 혼자 산행을 떠나기로 하였다.

막상 새벽에 일어났지만 엄두가 나지않아 한참을 누웠다 일어났다 하다가

"가서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라는 ,

구절이 불현듯 생각나 서둘러 나섰다.

 

차를 운전하여 도심을 벗어나자,

희고 붉고 노오란 꽃들이 서로 자태를 뽐내고,

차창가로 밀려드는 바람에 절로 기분이 상쾌해진다.

안인을 벗어나자 넘실거리는 파도와 먹이를 찾는 갈매기가 고요한 정적을 깨고,

멀리 선로를 따라 기차의 모습이 꼬리를 흔들며 지나쳐 버린다.

 

정동을 거쳐 심곡의 헌화로의 풍경을 감상하고,

금진항의 바다내음에 취했다가 드넓은 망상의 모래톱을 지나면 묵호항이 나오고,

동해에서 오른쪽으로 진입하여 5분정도 지나서 시멘트 이송로를 따라 잠시 올라가노라면,

왼편으로 무릉계가 나온다.

 

두타산 무릉계는,

중국 진나라 때 도연명의 도원일기에 나오는 무름도원에서 따온 말로,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 김효원이 무름계라  이름 붙였고,

무릉반석에 조선조 명필 양사언무릉서원이란 글씨를 남기면서,

이 계곡을 신선이 사는 계곡이라 하여 무릉계곡으로 불리웠다고 한다.

 

이곳에 있는 삼화사는

내가 고등학교에 찿았을 때 해도 보잘것 없었으나,

이제는 중창을 거치면서 불교의 가람으로 날로 발전하고 있다.

삼화사를 지나 10분 정도 걷자 오른쪽으로 관음암 등산코스가 보인다.

 

여기서 부터 하늘문 까지는 철계단과의 싸움이다.

관음암 등산로로 조금 올라가면 등산로가 워낙 험하고 경사가 가파라서

철계단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금방 숨이 턱에 차오르고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게 된다.

 

중간쯤 잠시 쉬어갈만한 곳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삼화사 전경과 무릉계곡이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경치가 일품이다.  

두타산은 석회암이라 직각으로 서있는 바위에 위태로이 자란 소나무가,

더욱 더 빼어난 미를 자랑하고 걸음 마다 기기묘묘한 암벽과 바위들,

그리고 힘들게 자라 마치 분재원의 분재와 같은 자연이 가꾼 괴목들,

무릉계곡을 가로지으며 밀려오는 산들한 바람은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잠시 잊게 한다.

   

이 등산로를 걸으며,

산 곳곳에 펼쳐진 대자연이 만들어 놓은 절경과,

맞은 편 산이 보여주는 다양한 색깔의 변화는,     

왜 선인들이 이곳을 신선이 사는 무릉도원으로 명명했는지 실감나게 한다.

 

위에서 바라본 계곡의 하얀 석회암은,

맑은 물에 두부를 잘라 놓은 것처럼 아름답다.

깍아질 듯한 절벽에 햇살이 지나가면 명암이 진 바위의 변화들이,

마치 동영상를 보는 듯하여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기암괴석 틈 사이로 세월을 이기고 서 있는 나무 하나 바위 하나 마다,

요리저리보며 감상문 쓰기에 바쁘다.

 

맞은 편 두타산성 산자락은,

봄 볕 드는 뜨락 양지쪽에 앉아 하루종일 바라만 봐도 좋을 만큼 아름다운 곳이다.

 

관음암을 지나면,

산허리를 휘감고 도는 완만한 길이 10여분 이어지는데,

이곳은 잠시 가쁜 숨을 고르고 일행들과 우정과 사랑의 마음을 표현해도 좋으리라.

 

산새소리가 귀를 줄겁게 하고,

산기슭으로 함박꽃과 진달래가 듬성듬성 자리하고 있다.   

완만한 등산로가 끝나는 곳에서 하늘문 입구까지는 경사가 급하고 모래가 듬성듬성 깔려있어,

주의를 다해 안전에 유의하며 내려와야 한다.

가급적이면 밧줄이나 나무를 붙잡고 몸을 의지하면서 천천히 내려감이 좋다.

 

하늘문은,

기암절벽 사이에 커다란 바위가 가로놓여 있어

마치 누가 구멍을 뚫어놓은 듯한 형상으로 이 곳을 통해 바라보는 하늘은

신선이 등선하여 오르는 천상의 계단처럼 거의 70도의 철계단으로 만들어져 있어

내려오는 동안 남자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난코스다.

 

여성분들은 밑을 내려보면 어지러울수도 있기에,

뒤로돌아 난간을 붙잡고 한계단 한계단 천천히 내려오는 것이 좋다.

하늘문이 끝나는 바로 밑 계곡의 물은 너무도 맑고 깨끗하여 잠시 지친 몸을 달래고,

가져온 점심식사나 간식을 먹으며 피로를 푸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입산통재로 원래는 이곳에서 용추, 쌍폭포를 들려 하산 해야 하나,

함께 올라온 산불 감시요원에게 부탁하여 잠시 신선봉에 오를 수 있었다.

 

신선봉은,

청옥산 가는 방향으로 조금오르면,

책을 쌓아놓은 듯하다 하여 붙여진 문간재에서,

왼편으로 5분 정도 오르면 사랑바위와 신선봉을 만나게 된다.

 

신선봉 사랑바위는,

깍아질듯한 낭떨어지 위에 5평정도의 반석이다.

이곳에 앉아 멀리 청옥산 계곡과 무릉계곡을 한눈에 보면서,

어깨를 기대고 나란히 앉은 한쌍의 연인이 오손도손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사랑바위 조금 위쪽 무덤옆을 돌아가면 사방이 기암절벽으로 둘러쌓인 신선봉을 볼 수 있다.

 

신선봉을 한 번 와 본 사람을 다 느끼겠지만,

두타산은 두타산성에서 보는 관음암 풍경과 이 곳 신선봉의 풍광이 백미다.

사방을 아무리 둘려봐도 이 곳 경치는 너무나 아름답다.

서로서로 자태를 뽐내는 이 곳 신선봉에 앉으면, 어찌 마음속에서나마 신선이 되지 않겠는가?

    

사랑으로 아파하고,

사랑으로 행복한 것이 인생일진데,

모든 근심과 아픔을 잊고 그저 자연의 아름다움만 느끼면 그 뿐...

 

이번에 본 용추폭포와 쌍폭포는,

수량이 풍부해서인지 유난히 물소리가 우렁차다.

용추폭포를 돌아서 하산하다 옛길 등산로인 거제사터에 쌓아놓은 돌탑을 지나 내려오다

두타산성까지 등산이 가능하다란 얘기를 듣고,

난 발걸을을 돌려 두타산성 까지만 오르기로 했다.

 

두타산성에 오르는 길은,

매번 올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험난한 길이다.

비탈길을 따라 줄을 붙잡고 나무뿌리를 움켜쥐고 약 30~40여분 정도 오르면,

두타산성이 나타난다.

 

관음암에서 예불드리는 시간을 잘 맞추면 등산하는 길이 조금은 수월하다.

계곡을 타고 울러퍼지는 목탁소리와 예불은,

속세의 번뇌를 일시에 날려버릴 정도로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두타산성에서 바라보는 맞은편 회백색 바위사이로 고즈넉한 관음암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다.

관음암 아래로 관음폭포와 이어지는 3개의 폭포가 보이는데,

마치 폭포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두타산성 주변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다.

백곰바위를 비롯하여 코끼리바위 등 다양한 기암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산성12폭포의 거대한 물줄기가 들어온다.

잠시 가져온 음료수로 갈증을 덜고 하산하는 길은 조금 무리하게 걸었는지 다리가 후들거린다.    

하지만 이 조차 나만의 아주 특별한 행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