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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오대산 월정사 그리고 비로봉 등산

소우(小愚) 2022. 10. 31. 13:21

       ◇ 일시 : 2022년 10월 30일

       ◇ 코스 : 월정사 무장애길 단풍탐방(07:20~08:30)

                      상원사탐방지원센터(09:00)-상원사-중대사자암(09:25)-적멸보궁(2km, 09:40)-

                      비로봉(해발 1563m, 1.5km, 10:46)-상원사탐방지원센터(3.5km, 12:20)

       ◇ 소요시간 : 왕복 7.0km,  천천히 걸어 3시간20분소요

 

 

 

  ◇ 오대산 비로봉,

                  정상의 즐거움을 누리다.

 

  오대산은 매년 빠짐없이 찾아오는 곳이다.

  그 중 월정사에서 상원사로 이어진 선재길은 계절을 가리지 않고 언제 걸어도 좋은 코스이다.

  하늘 높이 자란 월정사와 상원사 주변 전나무 숲에서 느끼는 청량감이라든가,

  계곡을 따라 오색의 단풍과 황금빛으로 물든 이깔나무 숲은 그저 경이로울 뿐이다.

  게다가 하늘과 맞닿은 비로봉 정상에 서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오대산과 설악산은 단풍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산이다.

  단풍절정기를 피해 조금 일찍, 또는 조금 늦게 찾아도 좋을 만큼 곳곳의 단풍명소도 자세히 알고있다.

  조금 일찍 오면 정상주변의 단풍을 볼 수 있고, 조금 늦으면 산 아래의 단풍을 즐길 수 있다.

  예전에 오대산 대부분 코스의 단풍을 이미 섭렵했기에 오는 여유일 것이다.

  그리고 가을이면 찾아가고 픈 미지의 산도 아직 수두룩하다.

 

  문득 산 정상에 서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마 그 이유는 전번 주 괴산 칠보산에서의 정상조망에 대한 아쉬움 때문일 것이다.

  몇 년 전부터인가 봄가을 등산의 최대 적은 미세먼지와 안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단풍을 구경하기에는 이미 늦었지만 정상다운 정상을 가진 오대산비로봉에 오르기로 했다.

  하지만 짙은 안개는 오대산매표소부터는 조금 옅어졌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잠시 안개가 가시길 바라며

  월정사주변단풍을 구경삼아 무장애길을 걷기로 했다

  주차 후 무장애길 계곡 우측으로 내려와 전나무 숲과 월정사 경내를 돌아 선재길로 향했다.

  계곡전망대까지 자연으로 자란 단풍나무의 단풍은 이미 낙화하고 메말라버렸지만,

  사찰경내 주변으로 식수한 단풍나무에는 아직까지 단풍이 곱다.

 

  약 1시간 워밍업하고 상원사로 향했다.

  선재길과 신작로에는 예전 왔을 때 그렇게 곱던 단풍은 사라지고,

  대신 들어선 이깔나무의 황금빛 단풍이 푸른 하늘을 배경삼아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탐방지원센터에 이르자 벌써 주차장이 만차 되었는지 직원으로부터 길가에 주차하라고 안내한다.

  산행을 시작하려하자 안개가 사려져 다행스럽다.

 

  탐방센터에서 비로봉까지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상원사와 중대사자암, 그리고 적멸보궁까지의 약 2km 구간도 그렇지만,

  적먈보궁에서 비로봉까지 1.5km 구간도 바위와 테크로 이루어진 급경사오르막계단이라

  오르는 내내 가쁜 숨을 몰아쉬는 힘든 여정이라 몇 번이나 그만 포기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포기해서는 안 된다.

 

  목표가 보이는데 그 어찌 포기할 수 있겠는가?

  한 시간만 걸으면 세상이 발아래로 보이는 장엄한 풍경을 볼 수 있는데 그 어찌 포기하랴?

  오르막길에 들려오는 불경에 귀기우리며 한 발 한 발 걷다보면 적멸보궁이고,

  적멸보궁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한 시간만 걸으면 정상이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성취감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적멸보궁에는 까마귀가 산다.

  예전 왔을 때도 있었는데 오늘도 그 자리에서 노닐고 있다.

  그리고 적멸보궁을 지난 자리에 있는 진달래나무에는 늘 초겨울 이때쯤 꽃을 피운다.

  석가모니 진신자리의 영험함은 저 혼자 받은 걸까? 하는 신비스러움도 느낀다.

 

  오르는 길에 계단에서 쉬고 있는 한 쌍의 중년부부를 만났다.

  여행길에 우연찮게 이곳을 준비 없이 등산하려니 무척이나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부부를 위해 기꺼이 등산스틱을 양보하고,

  정상에서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쉬엄쉬엄 올라오라고 말했다.

 

  오늘 선 정상은 역시 정상답다.

  푸른 가을하늘은 아니지만 조망도 시원하다.

  오르면서 좌측으로 한강 발원지인 서대 수정암과 우통수를 품고 있는 호령봉과

  우측의 상왕봉-북대 미륵암-두루봉-동대산-노인봉으로 이러진 능선이 비로봉을 중심으로,

  사방을 빙 돌아가며 어느새 초겨울 정취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주 방영된 1박2일 탓인지,

  오늘 산행에서는 레깅스 등산복을 입은 청춘남녀들의 모습도 많이 보인다.

  그 커플의 도움으로 인승사진도 찍고 등산스틱을 빌려 준 중년부부가 올 때까지

  정상의 풍경을 돌아보며 오랜만에 정상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아름다운 정상은 언제와도 늘 행복하다.

 

 

◇ 무장애길 주차장쪽
◇ 월정대가람 전나무 숲
◇ 무장애길 월정사쪽
◇ 무장애길 지장암
◇ 무장애길 계곡전망대 가는 길
◇ 계곡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오대산계곡
◇ 상원사 가는 선재길 - 황금빛으로 물든 이깔나무 풍경
◇ 비로봉 들머리 상원사탐방지원센터
◇ 상원사
◇ 단풍에 둘러쌓인 중대사자암
◇ 독경소리 울러퍼지는 적멸보궁가는 길
◇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작멸보궁
◇ 올 때마다 만나는 적멸보궁 주변에 사는 까마귀
◇ 부처의 영험함인가 올 때마다 한결같은 초겨울에 핀 진달래
◇ 정상으로 오르는 가파른 등산로
◇ 정상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