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경기양평 용문산
삼복무더위에 산행을 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난 뱃살이 찌고부터는 진정으로 여름산행을 즐기고 있다.
왜냐하면 무더위로 자연스럽게 많은 땀과 노폐물을 배출할 수 있어 다이어트에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다.
단점이라면 무더위로 많은 물을 가져가야 하기에 의외로 무거운 배낭을 져야 한다는 점이다.
이열치열이 바로 여름산행이다.
산림청선정 100대 명산 중 하나인 경기도 양평군 용문산은,
해발 1,157m, 꽤 높은 산으로 천연기념물 제 30호인 용문사은행나무가 유명하다.
태백산맥에서 갈라진 광주산맥에 속하며,
산세가 웅장하고 계곡이 깊어 예로부터 명산으로 알려진 곳이다.
원래 미지산(彌智山)으로 불렸으나 조선 태조가 등극하면서 용문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정상은 평정을 이루고,
능선은 대(臺) 형태로 발달하였으며,
특히 중원산과의 중간에는 용계(龍溪)와 조계(鳥溪0의 대협곡이 있고,
그 사이로 낀 대지(臺地)는 수백 미터의 기암절벽 위에 형성되어,
금강산을 방불케 할 정도로 경치가 뛰어나다.
북쪽은 완경사 남쪽은 급경사를 이루고,
첩첩히 쌓인 암괴들이 나타나며 깊은 계곡과 폭포가 있다.
그리고 북서 일대는 고도 700~1,000m, 약 4km 정도,
고위평탄면을 이루고 있으며, 이 부근에서 분비나무가 자란다.
용문산 정상은 진정한 이름이 아니다.
왜냐하면 1882년 발행된 규장각의 <지평현 여지도>에 가섭봉이라 표기되어 있기 때문이다.
1786년 조선 정조 10년 장중부(초의선사)가,
1831년 용문산을 여행하며 남긴 일기에 가섭봉에 올랐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이에 2007년 11월 정상이 개방되자 이 지역 사회단체에서는,
정상 이름을 가섭봉으로 바로잡는데 노력해왔다.
용문산은,
경기도에서 4번째 높이를 가진 산이나,
이방원이 3번이나 용문산수월암에 들려 천신제를 드린 후 통칭 경기 제1명산으로 불린다.
오늘 등산코스는,
용문사주차장-정지국사 비 및 부도로 가는 산책로를 걸어,
용문사-마당바위-능선삼거리-용문산정상인 가섭봉에 올랐다가 장군봉을 경유 상원사로 하산했다,
다시 용문사로 돌아와 용문산주차장으로 원점 회귀하는 약 13km 총 6~7시간 코스다.
하지만 무더위와,
뾰족하고 날카로운 바위들이 즐비한 계곡과,
등산로 양쪽으로 절벽을 이룬 대지를 걸어야 하는,
위험천만한 등산로 사정상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용문산주차장에 도착하니 군부대 모습의 용문산 정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상가와 용문산관광지, 그리고 친환경농업박물관을 지나 다리를 건너자 용문사일주문이 보인다.
그리고 양평의병기념비와 용문사일주문 사이로,
보물 제531호 용문사정지국사 비 및 부도로 가는 산책로가 보인다.
잠시 망설임 끝에,
개울 우측 0.8km 떨어진 정지국사 비와 부도를 지나 통나무계단의 산책로를 택했다.
올라오면서 용문산정상과 은행나무 갈림길이정표가 보이나 무시하고,
부도에 이르면 좌측으로 용문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이 길을 따라가다,
예쁜 돌탑들을 쌓아놓은 개울을 지나면 법종루가 나온다.
범종루, 관음전, 지장전을 차례로 지나면,
대웅전과 천연기념물 제 30호인 용문사은행나무의 웅장한 자태를 만나게 된다.
은행나무는,
의상대사가 짚었던 지팡이라는 설과 마의 태자가 심었다는 설이 있지만,
어쨌거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은행나무 중 가장 크고 우람하며 오래된 은행나무라고 한다.
용문산등산로는 바로 이 은행나무와 대웅전 사이에 있다.
정상 가섭봉은,
용문사에서 대략 3.4km 떨어져 있다.
용문사 옆 개울 작은 다리를 건너면 등산안내도가 보이는데,
난 이때까지 착각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등산지도상 용문산은,
급경사를 끊임없이 올라 능선을 타고 올라가,
장군봉에서 상원사로 하산한 후 원점회귀하는 코스라는 착각이다.
하지만 그 착각은,
상원사 용문산 정상갈림길이정표에서 계곡을 따라 마당바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알수 있었다.
산행은 맑고 투명한 계곡물이 폭포를 만든 계곡을 따라,
온통 크고 작은 돌이 깔린 등산로를 조심스럽게 오르는 등산여정이다.
치악산 금대봉에 오르는 등산로와 묘하게 일치한다.
마당바위까지 그리 급하지 않는 서덜지역의 계곡을 따라 걷는 것도 그렇고,
계곡이정표에서 좌측 계곡을 따라 능선삼거리까지 힘든 급경사를 오르는 길도 마찬가지다.
능선삼거리에서 용문산 정상까지,
0.9km 대지(臺地)를 따라가는 등산로는
그야말로 6.25동란 용문산전투처럼 악전고투다.
양쪽이 낭떠러지기인데다 날카롭고 뾰족뾰족한 바위와 급경사라,
무더위와 땀으로 지쳐 쉬었다가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이렇게 힘들게 올라와 장군봉갈림길에 이르자 서서히 안개가 끼기 시작한다.
정상의 경치를 보지 못할까 110m 정상 마지막 계단을 오르는 내내 걱정스러웠다.
다행히 몇 분이 지나자 완전히 걷힌 것은 아니었지만 그런대로 주변 경치를 분간할 정도로 안개가 걷혔다.
군부대가 위치해 그동안 가섭봉이라는 이름을 잃어야 했던 정상은,
온통 군부대 철조망과 레이더기지로 가득 차 있다.
6.25동란의 망령이 여전히 남아있는 듯 하다.
정상은 그야말로 야생화의 보고다.
고지대에서만 볼 수 있다는 한국특산종인 누른종덩굴이 지천이다.
물레나물도 노랗게 피어있고, 푸른색 붉은색 산수국과,
한없는 사랑이란 꽃말의 미역줄나무 꽃도 피었다.
깎아질 듯한 바위에는,
노란 돌양지가 곱고, 나비나물, 새며느리밥풀꽃,
여로와 꿩의다리가 곳곳에 피어 나를 반긴다.
정상에서 좌측으로 1004m의 천사봉과 정면의 용문봉이 안개에 사라졌다 나타나기를 반복한다.
정상에서 내려와,
장군봉으로 가는 길은 우거긴 숲길을 걸어야 한다.
산허리를 도는 길이라 그리 험하지는 않지만 장군봉까지 가는 1.4km는 내내 지루하다.
옥천면 용천리로 갈라지는 삼거리이정표를 돌아 해발 1,065m 장군봉으로 내려섰지만,
주위는 온통 숲에 둘러싸여 있다.
여기서부터 상원사까지 2.13km는,
그야말로 로프를 붙잡고 급경사를 내려가야 하는 위험천만한 길이다.
가는 내내 좌측으로 정상의 가섭봉이 조망되지만 반복되는 풍경이라 식상하다.
워낙 긴장하고 내려와서인지,
상원사에 도착하니 갑자기 피곤이 몰려온다.
상원사 옆 개울에서 세수를 했지만, 몸은 천근만근이라 용문사로 넘어가는 길이 아득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목도 축일 겸 사찰도 구경할 겸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아직 용문사까지는 2km가 넘는 길이라, 물통에 물도 채우고 간식으로 체력도 보충했다.
상원사에서 용문사까지는,
산골자기와 산등성이를 가로질러 오르내리며 가야 하는 길이다.
한두 개 산등성이를 오르자 숨이 헉헉 막힌다.
다행히 용문역 갈림길이정표가 있는 개울에 이르자 다리가 풀린다.
다시 힘을 내 약간 오르막길을 올라가자 용문산갈림길과 쉼터가 나오고,
이내 용문사로 하산하는 계곡길이 이어졌다.
지그재그로 난 계곡등산로를 따라 내려오니 아침에 들렸던 용문산마당바위 갈림길이정표가 보인다.
세수라도 하고 싶었으나 갑작스럽게 계곡마다 사람들로 넘쳐난다.
아침여정에 못 들렸던 사천왕문을 지나자 잘 닦여진 도로를 따라 사람들의 행렬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어 출렁다리가 보이고 이내 일주문이다.
마지막 능선삼거리에서 만난 청년이 말했다.
<자신은 오늘 용문산 완주하는데 5시간이 목표>라고 .......
난 가만히 속으로 대답했다. <그렇게 달리듯 산행을 해서 무얼 얻으려고.......>
<늘 찾아올 수 있는 산이 아니라면,
천천히 걸으면서 좀더 많이 보고 그 산의 의미를 찾는 것이 더 맞지 않냐고.......>
○ 등산일시 : 2016년 07월 10일
○ 등산코스 : 용문사주차장-정지국사부도 및 비-용문사(2.0km, 43분)-마당바위(1.91km, 87분)-
능선삼거리(0.6km, 53분)-용문산정상(가섭봉 1,157m, 0.9km, 86분)-장군봉(1.51km, 80분)-
상원사(2.13km, 86분)- 능선삼거리(1.19km, 78분)-용문사(0.91km, 26분)-
일주문-용문사주차장(1.9km, 25분)
○ 소요시간 : 총 13.05km, 10시간 05분(사진촬영 및 휴게시간을 포함)
○ 등산상세여정
04:48 강릉출발 - 157.7㎞, 약 2시간 소요
06:48 경기도 양평 용문산주차장도착
07:00 등산시작 - 상가 - 용문사관광지 - 양평 친환경농업박물관 - 용문산전투전적비
07:14 용문사일주문(약 1.1km, 14분) - 개울 다리 건너기 전 우측 정지국사 부도 및 비 산책로로 진행
07:37 정지국사 부도 및 비(0.8km, 23분) - 통나무계단 - 용문사 하산 길 개울에 돌탑이 있음
07:43 용문사(0.1km, 6분) - 템플스테이 건물과 법종루 사이로 내려옴 - 20여분 견학 및 사진촬영
08:04 용문산 가섭봉 산행시작
08:12 상원사, 마당바위 갈림길이정표(0.28km, 08분, 직-가섭봉 3.13km, 좌-상원사 2.1km) - 직진
08:49 용각바위부근표지목(1.03km, 37분, 직-용각바위 0.02km, 우-마당바위) - 용각바위 촬영 후 우로 진행
09:21 마당바위표지목(0.6km, 32분) - 직진
09:35 계곡끝지점표지목(0.05km, 14분) - 개울 다리 건너 좌측계곡으로 진행 - 급경사시작점
10:14 능선삼거리이정표(0.55km, 39분, 우-가섭봉 0.9km, 좌-상원사 2.4km) - 우로 진행
11:35 장군봉갈림길이정표(0.79km, 81분, 직-가섭봉 0.11km, 좌-장군봉 1.51km) - 직진
11:50 용문산(가섭봉)정상(해발 1,157m 정상표지석, 0.11km, 15분) - 약 15분 경치관람 및 사진촬영
12:08 장군봉갈림길이정표(0.11km, 18분, 직-가섭봉 0.11km, 좌-장군봉 1.4km) - 직진
13:03 백운봉갈림길이정표(0.9km, 55분, 점심 15분, 좌-장군봉, 상원사 3.0km, 우-용천리 7.7km) - 좌로 진행
13:20 장군봉(해발 1,065m 정상표지석, 0.5km, 17분, 좌-상원사 2.13km, 직-백운봉 2.78km) -좌로 진행
14.56 상원사도착(2.13km, 86분, 15분 사찰관람 및 휴식)
15:15 상원사출발(직-용문사 2.1km, 우-용문역 8.3km) - 직진
16:07 용문역갈림길이정표(1.0km, 52분, 직-용문사 1.1km, 우-용문역 8.3km) - 직진
16:14 용문산갈림길이정표(0.19km, 7분, 직-용문사 0.91km, 좌-용문산 2.03km) - 직진
16:33 상원사, 용문산갈림길이정표(0.63km, 19분, 좌-가섭봉 3.13km, 우-상원사 0.28km) - 직진
16:40 용문사 사천왕문(0.28km, 7분)
16:48 용문사 출렁다리
16:55 용문사일주문
17:05 용문산주차장(1.9km, 25분)
17:20 용문산주차장 출발
19:20 강릉도착
※ 단어설명
1) 대지(臺地) - 표면이 주위보다 한 단 높으며, 한쪽 내지 사방이 절벽으로 둘러쳐진 대(臺)모양의 지형.
2) 서덜 - 냇가나 강가 또는 계곡 등에 돌이 많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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