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4년, 아내의 첫 대청봉등산

소우(小愚) 2014. 8. 14. 08:42

 

 


    ◈◈◈ 결혼 25주년 대청봉 등산

 

    올해 10월 15일이면,

    은혼식이라는 우리부부의 결혼 25주년이다.

    그동안 아내와는 이런저런 사유로 등산을 하지 못했다.

    어쩌면 마음은 있어도 자신의 주장이나 입장이 앞서 서로에 대한 이해나 배려가 부족한 탓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우리부부가 결혼한 지 25년이고,

    앞으로 닥칠 노년의 아름다운 출발을 위해,

    서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돈돈히 하고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하자는 의미로,

    대청봉 등산을 같이하기로 했다.

 

 

 

 

    아마 결혼 전에 아내에게 여러 가지 약속을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이런저런 핑계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겨울이면 함께 스키를 타겠다는 약속이나 주변의 산과 계곡을 함께 가자고 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모두가 넉넉하지 못한 삶을 살아온 탓이기도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큰 이유는 아내를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던 탓일 것이다.

 

    그러나 이젠 나이가 들고 철이 들어서인지,

    시간이 더해질수록 아내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시간동안 잘못이나 상처 준 말과 행동들이 시나브로 다가온다.

 

 

 

 

    아내에게 있어 대청봉등정은 처음이다.

    그만큼 과연 무사히 등산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클 것이다.

    그래서 내 경험을 살려 저녁이면 경포일원이나 가까운 춘갑봉을 오르내리며 등산 준비를 했다.

    등산 먹거리를 챙기고 등산장비를 구입하고 다시 한번 등산지의 상황을 점검했다.

    그리고 마침내 휴가 첫날 새벽 5시에 일어나 김밥을 산 뒤 등산 들머리인 오색으로 향했다.

 

 

 

 

    설악산 등산코스 대부분은 거의 12시간이 소요되는지라,

    대부분 일찍 출발해야 하나 아내가 처음 대청봉등산을 위해 다소 늦은 시간에 출발했다.

    어떤 사람은 대청봉에서 일출을 보는 사람도 있지만,

    초보자는 오색에서 대청봉까지 5~6시간 정도 예상해야 한다.

 

    그리고 해가 떠야,

    설악산의 진정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게 오색 그린야드 호텔주차장에 주차하고 오색탐방소 입구을 지난 시간이 6시 44분이다.

 

 

 

 

    아내가 힘들어할 거란 염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힘들어 한 사람은 오히려 오랜만에 산을 찾은 나였다.

    돌계단과 철계단으로 이루어진 험난한 길을 아내는 나의 염려를 비웃 듯 잘만 간다.

 

    하지만 내심 혹여 오버라도 할까봐,

    볼만한 경치나 야생화를 만날 때마다 사진도 찍고 경치도 보면서 산을 즐기려고 노력했다.

    설악폭포와 기기묘묘한 나무나 암봉이 보일 때마다,

    쉬어가기를 반복하면서 5시간에 걸쳐 대청봉에 올랐다.

 

 

 

 

    마침내 정상이 보이자 아내는 흥분하기 시작했다.

   “와! 내가 대청봉에 오르다니” 하면서 스스로 대견한 듯 정상 주변을 서성거린다.

    대청봉 정상은 늘 사람들로 넘쳐나는데,

    오늘은 아내의 처음 대청봉 등정을 축하라도 하려는 듯 다행스럽게 한산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정상 인증사진을 찍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안개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눈앞에 보일 듯했던 울산바위와 바위군이 서서히 사라지려한다.

 

 

 

 

    8월의 대청봉 정상은 야생화가 넘쳐난다.

    나지막하게 자란 눈잣나무 군락과 바위 절벽사이로,

    산오이풀과 바람꽃, 희귀한 등대시호와 금강분취, 금강초롱, 송이풀 병조희풀, 두메잔대 등,

    야생화천국이다.

 

    이렇게 야생화를 감상하면서 약 1시간 정도 머물다,

    대피소에서 점심을 먹고 서부능선을 따라 한계령으로 출발했다.

    중청을 지나 호젓한 숲길로 접어들었지만 주변은 여전히 안개로 자욱하다.

 

 

 

 

    이렇게 약 20여분을 가자,

    하얀 운무사이로 용아장성이 아득하다.

    신선이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듯,

    서서히 번져오는 운무사이로 우뚝 솟은 암봉이 불쑥 솟아오르곤 한다.

 

    하지만 점점 운무가 짙어지더니,

    끝청에 이르자 마침내 소나기처럼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 비는 처음 오는 아내에게 설악산의 신비를 전부 보여주기 싫은 듯,

    오락가락하면서 한계령까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오늘 겪은 이 풍경들은,

    아마 내가 그동안 설악산을 등산하면서 겪은 그 모든 것은 아내에게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

 

 

 

 

    비록 비로 온 몸이 젖는 산행이었지만,

    나나 아내에게 오늘은 무척이나 의미 있는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오르내리며 힘든 산행여정을 함께 한 것은 물론,

    그동안 가슴속에만 담아두었던 것들을 덜어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함께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함께해야 진정한 부부가 된다는 것도 말이다.

    아마 우리 부부는 앞으로 일상은 물론 산행도 함께 할 것이다.         

    그렇게 같이하는 즐거움을 공유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