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3년, 정선 괘병산(수병산)등산

소우(小愚) 2013. 10. 29. 11:24

 

 

  

     ●● 2013년, 정선 괘병산(수병산)등산

 

    해발 1,201.5m의 괘병산은,

    정선군 임계면 도전 2리와 가목리 일원에 있는 산이다.

 

    괘병산은 수병산(繡屛山)이라고도 부르는데,

    원시림이 울창하며 태고의 신비를 간직한 곳이다.

    특히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은 정상에서는 동해바다가 한 눈에 들어와 감탄을 자아내게 하며,

    공룡 발자국 모양의 샘이 여러 곳 있고 바다조개껍질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수억년 전 바다가 융기되면서 생성된 것으로 추측된다.

 

 

 

 

    운이 좋은 날은,

    정상에 있는 기암괴석 위 구부정한 노송을 구름이 비단처럼 감사는 풍경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전설에 의하면 인근 주민들이 가장 신성시 한 산으로,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형상을 하였다고 괘병산이라 하며,

    암벽이 흰색으로 변하면 비가 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괘병산은,

    가을산행을 하기에는 더없이 아름다운 산이다.

    특히 군계일학격인 정상의 모습은, 유명산에 전혀 뒤지지 않는다.  

 

    먼저 가을괘방산 산행 시 유의할 점은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유명산이 아닌 산의 가을 산행은 다 그렇겠지만,

    단 하루만 지나도 떨어지는 낙엽으로 인해 금방 인적을 지우기에  조금만 한 눈 팔면 길을 잃기 쉽다.

 

 

 

 

    특히 괘방산 등산로는 아직 채 개발되지 않아,

    아침 이슬에 옷이 흠뻑 젖을 정도로 숲이 우거져 있고,

    등산로임을 알려 주는 표지판이나 꼬리표도 그리 흔치 않아,

    버섯이나 약초꾼들로 인해 만들어진 길을 만나면 헛갈리기 쉽다.

 

    나 역시도 이번 괘방산에서 계곡에 쌓인 단풍을 촬영하느라 길을 잘못 들어,

    도전리에서 올라오는 임도를 만날 때까지 겪지 않아도 될 고생을 했다.

 

    물론 대략 산세나 지리를 미리 숙지하고 있었기에,

    그리 위험에 처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든 산행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뜻하지 않게 계곡에 우거진 아름다운 단풍이나,

    우뚝 선 괘방산 정상모습을 촬영할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우거진 숲 사이로 괘방산 정상의 모습을 보면서 헤매다,

    숲을 뚫고 나와 임도를 만나자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정상을 바라보며 임도를 따라 10여분 정도 오르자 괘방산으로 진입하고 이정표를 만날 수 있었다.

 

    여기서 정상까지 경사진 길을 안전로프를 붙잡고 30여분을 올라가야 한다.

    정상 능선에 서면 갈미봉 등산로를 알리는 표지판을 만나게 되는데 여기서 정상은 뒤로돌아 올라가야 한다.

    정상부근 가파른 곳에는 사다리와 안전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나,

    바위가 약간 튀어나온 곳이라 조심해 올라가야 한다.

 

     

 

    정상의 모습은 멀리서 볼 때만큼 아름답지는 않다.

    그러나 <암벽이 흰색으로 변하면 비가 온다.>는 전설처럼 암벽은 약간 흰색에 가까운 회백색을 띄고 있다.

    무덤이 외롭게 자리한 정상부근에는 채 자라진 못한 소나무와 고사목이 서 있고,

    넓적한 바위에 난 웅덩이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하지만 곳곳에 낭떠러지기와 깊고 가파른 바위 골짜기가 있으므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괘병산 정상도 정말 정상다운 정상을 가지고 있다.

    넓은 정상을 돌며 바라보는 사방은 온퉁 붉은 단풍으로 불타고 있다.

    산골짜기는 물론 굽이굽이 이어진 능선이 멋스러운 한 폭의 수채화인양 한 눈에 들어온다.

 

    정상에서 내려와 임도를 따라 10여분 가다 부수베리로 내려가는 길은,

    능선을 따라 내려가는 비교적 수월한 길이다.

    그러나 낙엽이 깔리고 뾰족한 바위가 많아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20~30여분 능선을 따라 내려오다 계곡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아침 등산 때 잘못된 길로 접어든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등산 방향을 알려주는 꼬리표가,

    멀리 떨어진 나무에 매달려있어 응당 계곡 길을 따라갈 여지가 충분했다.

    그래서 배낭을 내려놓고 꼬리표를 끌러 눈에 잘 띄는 곳으로 옮기고,

    계곡 방향의 길에도 주변에 있는 죽은 나무를 이용하여 가로 막고서야 다시 하산을 진행했다.

 

 

 

 

 

    아름다운 산 정상을 볼 수 있음도 그렇고,

    한편으로는 작은 헛갈림으로 모처럼 등산로라는 틀에서 벗어나 ,

    곱게 물든 단풍과 계곡에 쌓인 낙엽들을 보면서 나만의 가을정취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오늘 작은 헛갈림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만족한 산행이 아니었나 싶다.

    더러는 이렇게 때때로 작은 일탈이 행운처럼 내게 다가오기를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