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3년, 드디어 봉정암에 가다.

소우(小愚) 2013. 6. 24. 13:02

 

 일시 : 2013년 6월 23일                       

 등산코스 : 한계령(07:00)-중청대피소(7.7km 12:15)-봉정암(1.9km 13:05)-

                중청대피소(14:50)- 대청봉(점심 및 휴식 1시간 지체)-오색(5km 18:30)

 

 

  

   ◆◆ 2013년, 한계령-대청봉-봉정암-오색 등산

 

    본격적으로 등산을 취미가 된 이후 늘 봉정암에 가고 싶었었다.

    굳이 죽기 전에 한번쯤 꼭 가봐야 할 곳 중 한 곳이라는 말을 듣지 않았을지라도 말이다.

 

    왜냐하면 나는 평소에,

    대청, 소청봉 아래 위치한 봉정암은, 

    설악산 등산의 백미와 같은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악산을 등산할 때마다 항상 그 곳에 대한 미련은 있었지만,

    이상하리만치 등산여건상 봉정암에 들릴 수 없었다.

 

    설악산 등산코스를 완주하기 위해서는, 

    대략 10여 시간은 기본이라 어느 코스든 1일 코스로는 힘든 여정이다.

    그리고 일행에 따라 늘 변하는 것이 산행이라, 어느 정도 시간적인 한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봉정암은 비록 대청봉에서 1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지만, 

    1박을 하지 않은 한 봉정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시간적 갭을 메우기란 쉽지 않는 곳이다.

 

 

 

              

    봉정암은 가장 가까운 코스인 오색을 넘어가는 코스도 하루 열 시간이 필요하다.

    장거리산행인지라 혼자가기에는 위험하기도 하고 무료하기도 해,

    동행자와 함께하고 싶지만 그것도 쉽지 않다.

    다 알다시피 산은 끝까지 혼자 힘으로 넘어야하기 때문에 체력의 뒷받침 없이는 힘들다.

    결국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다 이제야 봉정암행 등산에 나서게 되었다.

 

    가급적이면 같은 곳을 반복하여 가는 것을 꺼리는 다소 무리인줄 알면서도,

    아침 다섯 시에 출발하여 한계령-중청대피소-봉정암-대청봉-오색으로 돌아오는,

    12시간의 봉정암 등산계획을 마련했다.

 

    하지만 모든 계획이 다 그렇듯,

    아침 5시쯤에는 한계령에서 출발하려던 계획이,

    개인사정으로 2시간 정도 늦어지고 말았다.  

 

 

 

               

    6시 30분쯤 오색에 들어서자,

    간밤에 비가 내렸는지 온통 도로가 젖어있다.

    급히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오색에서 콜택시를 이용하여 한계령으로 이동하자,

    또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산행을 시작하나 마나 망설이다 일기예보를 믿고 산행을 시작했다.

    하지만 높은 산일수록 <산이 허락해야 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말처럼,

    안개가 잔뜩 끼어 대청봉에 거의 도착할 즈음이야 산의 형체가 조금씩 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한계령에서 대청봉에 이르는 길은,

    몇 개의 시야가 확 트인 조망지대가 있는데,

    비가 내린 후 등산로가 미끄럽고 안개가 시야를 가려 그저 지나칠 수밖에 없음이 안타깝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중청에 이르자,

    대피소도 보이고 대청봉도 뚜렷하게 그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중청대피소에 이르러 화장실에도 다녀온 뒤,

    간이매점에서 사 마신 캔커피가 그렇게 맛있을 줄은 예전엔 몰랐었다.

 

 

 

           

    여기서 드디어 봉정암으로 가기 위한 산행을 시작했다.

    여기서 봉정암에 가기 위해서는,

    설악동방향으로 약 십이 삼분 내려가다 갈림길에서 좌측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 된다.

 

    봉정암으로 내려가는 길은,

    철계단과 돌계단으로 만들어진 가파른 급경사를 내려가야 함으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오늘 내려가는 이 등산로에는,

    온통 짙은 개회나무 꽃의 향기로 향수를 뿌려놓은 꽃길을 걸어가는 듯한 느낌이라 전혀 힘들지 않다.

    내려가는 내내 마주치는 기암절벽과 꽃향기에 취해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봉정암에 다다랐다.

 

 

 

               

    하지만,

    봉정암에 이른 내 느낌은,

    한마디로 휴! 실망스럽다.

 

    부처형상의 바위가 보이는,

    명품 공간에 들어선 봉정암은,

    뭔가 호젓한 산사의 고적함이나 여유로움이 없어 보인다.

    불자들의 숙박이 허용된 곳이러서 그런지는 몰라도 온통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결국 몇 장의 사진만 촬영하고 서둘러 봉정암을 떠나 대청봉을 향했다.

 

 

        

    6월의 대청봉은,

    야생화의 천국이다.

    눈잣나무가 빽빽이 자란 대청봉 주변에는 법꼬리와 바람꽃이 지천이다.

    이미 십여 차례 와 본 곳이어서인지 주변을 돌며 야생화를 감상하다보니 경치는 뒷전이다.

 

    야생화를 벗 삼아 대청봉에 올랐지만,

    오늘은 산행인들이 이미 거쳐 갔는지 정상에는 서너 팀밖에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안개가 다시 끼어 주변의 경치는 선명하지 않지만,

    모처럼 대청봉에 편안하게 머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역시 하나를 잃으면 반대로 하나를 얻게 되는 것이 진리인가 보다.

 

 

 

               

    오색에서 약 1km에 정도 조성된 돌계단 등산길은,

    정말 등샌객들로 하여금 <<악!!>>소리를 지르게 할 정도다.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돌계단도 사람의 발 크기에 맞춰 만들어야지,

    계단석으로는 부적합한 모나고 날카로운 돌로 왜 등산로를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거기에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흔들리는 돌을 빼놨는지 그나마 돌부리로 남아 발목 다치기에 딱 좋을 정도다.

    제발 우리나라의 명품 산에 어울리는 계단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