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2년, 강릉바우길 제2구간 (선자령순환코스)

소우(小愚) 2012. 8. 27. 15:38

 ▶▷▷ 강릉바우길 제2구간

 

 

 

 

        오늘 내가 걸을 제2구간 강릉바우길은,

        대관령마을휴게소-국사성황당-순환도로-선자령-대관령마을휴게소로

        돌아오는 코스다.

 

        오늘 새벽 일어나 바라본 하늘은 몹시 흐려 있었다.

        다소 산행이 어려울 거란 판단에 “에라 잠이나 자자.” 란 심정으로 푹 잠들었는데,

        7시쯤 되었을까 요란스럽게 전화벨이 울렸다.

 

        무슨 일일까 싶어 전화를 받으니,

        대관령면 차항리에 사시는 누님에게서 옥수수를 따가라는 전화다.

        바쁜 농사일에 혹여 피해를 줄까 싶어 부라부라 서둘러 올라갔다.

 

 

 

        누나 집에 도착하자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집 주변으로 만개한 꽃밭이었다.

        예전에 같이 살 때에도 그렇게 꽃을 좋아하시던 누님은

        지금도 집 주변으로 야생화를 비롯하여  온갖 다양한 꽃을 가꾸고 계셨다.

 

        그리고 어떻게 꽃 종묘를 구해 심었는지

        설명하시는 누나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보여  나 역시 기분이 무척이나 좋았다.

         또한 거실에 앉아  누님 내외분과 삶은 옥수수를 나눠먹으며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오랜만에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 재미에 푹 빠졌다가

        옥수수를 따서 강릉으로 출발한 시간이 10시 40뿐쯤이었던 것 같다.

 

        잠시 작은 형에게 들려

        삶은 옥수수를 전해주고 대관령을 넘어 온지도 오랜만이라

 

 

        예전 굽이굽이 대관령옛길을 통해

        대관령의 경치를 감상하면서 내려가기로 했다.

 

        하지만 대관령마을휴게소에 이르자

        날씨도 화창하고 기온도 그리 높지 않아   불현듯 운동이나 잠시 하고 가자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물도 준비하지 않은 터라  그저 가볍게 약 1시간 정도 걷고 가지며 하는 기분에

        수건만 달랑 하나 들고 산행에 나섰다.

 

        대관령영림소 옆으로 나 있는

        선자령 등산코스를 통해 가벼운 기분으로 흥얼거리며  숲길을 쉬엄쉬엄 걸어 올라갔다.

         약 10여분을 걸었을까  시멘트포장도로가 나오고,    

         포장도로를 따라 얼마큼 오르자 강릉바우길 제2구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였다.

 

        그 표지판을 보자

        문득 대관령주변의 바우길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

        궁금증을 버리지 못해 이정표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처음 만난 이정표는

        반정에서 국사성황당으로 가는 표지판이었다.

        거기에 국사성황당으로 내려가자  소원을 비는 굿판의 징소리가 요란스럽다.

 

         국사성황당에서 주차장을 끼고 돌면

         선자령으로 올라가는 순환도로를 만나게 되는데,

         이 길을 따라 조금가면  양떼목장에서 선자령으로 올라오는 코스와 만나게 된다.

 

         이 순환도로를 한일농산 매봉이 보이는 곳까지

         약 3.9km로 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로, 물소리와 새소리를 들으며       

          숲길을 산책하듯 걸을 수 있는 길이다.

 

         특히 이 길은 야생화 천국이다.

         속새가 넓게 자리 잡은, 계곡 따라 피어난 물강활꽃과

         용담, 잔대, 미역취와 희고 붉은 물봉선,  그리고 나비나물이 지천에 널려있다.

 

         그러나 이 순환도로에서 주의할 점은,

 

 

 

          선자령에서 내려오는 물에는 목을 축이거나 몸을 씻어도 되지만,   

         개울물은 삼양축산이나 한일농산의 축산폐수가 섞일 염려가 있어

         사용할 수 없는 물이므로 유의해야 한다. 

         그저 물소리의 시원함만 즐기는 것이 좋다.

 

         이 순환도로가 끝나는 시점,

         만나는 도로를 따라가도 선자령에 이르지만,

         바우길을 알리는 표지판의 안내를 따라  매봉쪽으로 우회하여 선자령으로 가는 길을 추천하고 싶다.

         이 얼마 안 되는 차이지만, 이 곳에서 만나는 경기는 충분히 빼어나기 때문이다.

 

 

 

         선자령으로 향하는 길에

         만나게 되는 참나무 군락도 그렇지만,

         매봉으로 향하는 길에 즐비하게 늘어선

         풍력발전소를 바라보는 느낌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선자령에 오르면

         순백의 구름과 푸른 초원의

         절묘한 조화로움에 아마 반할 것이다.

 

         오늘은

         바우길이라는 욕심 때문에 힘든 여정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가벼운 산책이었으나  순환도로를 오르며 땀을 흘리기 시작하자

 

 

         이내 몸은 갈증에 허덕였다.

 

         선자령에서 내려오는 물로 입을 축였지만,

         찌꺼기가 많아 먹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갈증에 허덕이면서

         몇 번이나 돌아서려도 했지만

         그 놈의 욕심이 무엇인지 포기는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숲의 무더위도 있었지만

         때때로 시원한 바람도 괜찮았는데,

         선자령을 넘어서자 태양은 사정없이 얼굴과 팔뚝으로

         직사광선을 쏟아부었다.

 

         더위 때문에 산행을 하지 못하다 오랜만에 걷는지라

         등산복은 땀에 차 휘감기고 다리도 무겁기 그지없다.

         그래도 하산길이라 쉬울법한데

         갈수록 갈증이 밀려와 내려오는 내내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겨우겨우 대관령마을휴게소에 이르러

         차를 운전하여 성산까지 가는 길이 너무나 멀었다.

         성산슈퍼에서 커다란 PT병 얼음물을 사서 반 정도 비우고 나서야

         겨우 갈증을 갈아 앉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