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2년, 강릉 석병산 쉰길폭포 등산

소우(小愚) 2012. 6. 11. 14:17

 

   내게 있어,   

    이 곳 산계에서 석방산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은,   

    언제나 미완에서 멈추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조금 무리하면 정상에 설 수 있으나,

     삽당령에서의 산행을 통해 여러 번 정상에 섰던 터라,

     이 곳 산계에서의 등산은,

     가급적 쌍계천의 아름다운 자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족해서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무리해서까지 산행을 이어가기 보다는,

     아름다운 계곡이 전해주는 잔잔한 이야기들이,

     더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산행은,

     특히 의미 있는 산행이었던 것 같다.

 

 

     한길폭포를 경유하여,

     석병산으로 등산하는 길은,

     일종의 계곡 트레킹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을 찾아오기 위해서는  

     강릉시 옥계면에서 백봉령으로 가는 방향으로 가다,

     한라시멘트 공장을 지나 직진하면 산계마을에 이른다.

 

     아름다운 산계마을을 따라 10여분 가면,

     마을성황당 주변으로,

     동화 속 요정들이 사는 집처럼 지어진,

     버섯모양의 집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이정표를 확인하고,

     성황교를 건너자마자 예전 한보탄광이 있던 곳으로,

     바로 직진하여 20여분 가면 산행 들머리를 만나게 된다.

 

 

     길이 끝나는 여기에서 주차하고,

     오른쪽 약간 비탈진 곳에 다소 빛바랜

     산행 들머리를 알리는 표지판을 따라 가면 산행이 시작된다.

 

     하지만 여기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간이움막이 있는 곳까지는 대략 30여분 소요되는데,

     묵밭이 많아 풀이 허리 위까지 무성하게 자란,

     숲을 헤치고 가다보면,

     무더운 날씨에 다소 짜증도 날 것이다.

 

     그러나 이 시기의 이 곳은,

     오디가 익어가고, 줄딸기가 붉게 익어가기에,

     그 맛을 맛보는 산행을 하는 즐거움만으로도,

     무성한 풀이 주는 짜증을 상쇄하기에 충분하다.

 

     들머리에서 약 한 시간 정도의 산행은,

     다소 짜증스러울 것이다.

 

     정돈되지 않는 등산로에다,

     계곡을 넘나드는 등산코스,

     바싹 말라버린 계곡은,

     왠지 답답함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거기다 듬성듬성 고인 물웅덩이에,

     고인 물이 썩어가는 탓에,

     모기와 날 파리들이 달라붙어,

     산행하는 동안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다.

 

 

     더위에 땀도 흘러내리는 데다,

     수건을 연신 흔들며 날 파리들을 쫒기에 바쁘다.

 

     엄나무 제배를 하는 간이 움막은 지나,

     마지막 묵밭을 지나면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샘터를 경유하는 길과,

     계곡을 따라 쉰길폭포를 경유하여,

     석병산 정상을 등산할 수 있다.

 

     하지만 정상 정복이 목적이 아니라,

     운동을 겸해 폭포를 감상하는 것이 주목적이라,

     쉰길폭포 방향을 따라가기로 했다.

 

     여기서 약 20~30여분을,

     쉬엄쉬엄 올라가노라면,

     마치 이명처럼 사라졌던 물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려온다.

 

     이내 시원한 바람이 불고,

     마치 거짓말처럼 징글징글하던,

     파리떼도 사라졌음을 알게 된다.

 

     계곡마다 골골거리며

     떨어지는 폭폭가 아담하다.

 

     그 물들이 골골마다,

     시원한 폭포를 이루는 계곡의 싱그러움을 만나면,

     비록 가뭄에 수량은 풍부하지 않지만,

     처음의 짜증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정말 매력적인 등산코스라 할 것이다.

 

     계곡을 넘나들며 바라보는,

     계곡의 아름다움과,

     맑고 투명한 살을 얼릴 듯한 물,

     그리고 시원한 바람,

     틈틈이 만나는 야생화들,

 

     그리고 딸기와,

     오디 같은 야생 열매들,

     갈색의 낙엽이 풍성하게 덮인 숲 길,

 

     완만한 경사를 이룬 등산코스를 걸으며,

     친구들과, 연인들과, 아니면 가족과,

     오손도손 흉금 없이 대화를 나누기에,

     아주 적합한 등산코스라 할 것이다.

 

     특히 석회암이 많아,

     계곡마다 기기묘묘한 바위가 지천이고,

     그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이 만들어 낸,

     작은 폭포와 웅덩이가 마치 탕처럼 둥글둥글하다.

 

     그래서 선녀가 내려와,

     목욕이라도 했을 칠선녀탕과,

     맑은 물에 발을 담그면,

     그 계곡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쉰길폭포를 가기위한 마지막 관문은,

 

     삼신당에서 쉰길폭포로 가는 구간이다.

     삼신당은  심마니가 산삼을 캐기위해,     

     치성폭포에서 치성을 드리면  꿈에 산신령이 현몽하여,    

     산삼이 있는 곳을 점지하여 주기를 바라면서 잠시 유하는 곳이다.

   

     여기서 쉰길폭포까지는, 

     약 10~20여분 동안 미끄러운 계곡을 따라,    

     조심조심  마지막 체력을 쏟아부어야 하는 곳이다.

 

     계곡이 깊고 다소 음습하여,

     몹시 미끄럽다.

 

     그리고 계곡 양쪽으로,

     참나물과 나물취들이 많다.

 

     이런 어려움에 포기하면,

     정말 커다란 즐거움 하나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다소 힘들더라도  올라가기를 권하고 싶다.

 

     쉰길폭포에 이르면,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수량이 적어 다소 실망할 수 있으나,

     사람 쉰명의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는 절말 아름답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등산로에 대한 홍보와 관리다.

 

     이 등산로는,

     굳이 강릉시가 아니더라도,

     마을에서 조금만 관심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곳이 아닐까 싶다.

 

     계곡을 넘나들면 오르는 등산로도,

     계곡을 따라 조금만 손보면,

     아주 아름다운 등산로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생각의 차이겠지만,

     마을이 발전하기 위한 첫걸음은,

     뭐니뭐니해도 사람의 관심이라 할 것이다.

 

     이처럼 아름다운 계곡과

     폭포와 같은 멋진 볼거리를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활용하지 못함은 정말 아쉽다.

 

     게다가 인근에

     옥계해수욕장도 가깝고,

     금진항이라든가 선화로와 같은  볼거리도 풍부하기에,

     얼마든지 마을의 소득원으로,

     조성할 여지가 있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