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10년, 겨울 보광리계곡 트레킹

소우(小愚) 2010. 2. 1. 13:55

 

 

  

 

 

 

 

 

 

 

 

 

 

 

               ▶ 얼음계곡트레킹(trekking)

 

 모처럼 오늘은 느긋한 아침을 맞이했다.

 이번 주는 일행들이 각자의 볼일이 있어 산행이 없어 조금은 한가로운 아침이다.

 그래서 아들 녀석을 데리고 눈썰매장에 갈까 눈썰매장에 전화를 걸었더니,

 하루에 무조건 8,000원 이란다.

 

 비싼요금에 조금은 배가 아팠지만,

 아들 녀석의 성화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눈썰매장에 태워주고 나니 너무 한가롭다.

 이상하리만치 마음은 자꾸 눈 덮인 대관령을 향해 있다.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가볍게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섰으나 결국 대공산성 등산로에 와 버렸다.

 

 등산로 들머리에 서자,

 갑작스럽게 처음 이 등산로를 몰라 임도로 가다 험한 계곡을 끼고 등산했던 기억이 나,

 모처럼 옛기억을 찾아 겨울 계곡 트레킹을 하기로 하고 단독 군장을 꾸려 임도로 접어 들었다.

 

 오늘의 목적지는,

 입산통제소가 있는 임도를 따라 서너구비를 돌아가,

 쓰러진 구 등산로 표지판이 보이는 계곡을 따라 임도 제 2지점까지 약 1.5km 정도지만,

 경사가 다소 급하고 인적이 없는 얼어붙은 계곡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는 길이라,

 평상시의 등산보다 서너배의 에너지가 소모된다.

 

 하지만 하얗게 얼은 계곡의 풍경과,

 기상천외한 모양의 얼음꽃을 감상하면서 오르는 재미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동과 즐거움을 전해준다.

 자연과 시간과 기온이 만드는 이런 아름다움을 지나치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될 수 없지만,

 내겐 물과 얼음이 풍기는 순백의 매력은 너무나 황홀하다.

 

 계곡을 오르는 길은 딱히 길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얼음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서 바위가 있는 부분을 딛어야 하기에,

 무척 조심스럽고 발못에 힘을 주지 않으면 삐끗하기 쉬워 무척 신경 쓰인다.

 그리고 얼음이 얄게 얼은 깊은 곳도 있어 물에 빠지 않도록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바위와 나무를 붙잡고,

 비탈진 얼음폭포를 오르다보면 금방 온 몸이 땀으로 흥건히 젖어버리게 된다.

 새로운 형상의 얼음성을 지나면 새로운 얼음꽃이 쏟아지는 물줄기에 기데어 곱게 피어나,

 언제 힘들었나 싶게 흠뻑 빠져들게 한다.

 

 난 이런 새로운 것이 좋다.

 겨울날엔 물이 있는 계곡에 가면 흔히 만나는 얼음꽃이지만,

 조금만 관심 가지고 바라보면 각자 개성이 너무나 뚜렷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 같다.

 

 사람 역시도 그럴 것이다.

 어쩌면 나 역시도 수많은 군상들 중에 초라한 모습으로 섞여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에게 의미가 될 수 있다면,

 그 사람에겐 소중한 사람으로 남아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