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산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이 태어나 소유했던 소중한 것들을 하나 둘 잃어버리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태어나 자라며 보고 듣고 배웠던 경험이나, 수많은 시간동안 공부했던 지식과,
수많은 사람들과 만나 맺어졌던 친구나 스승,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인연으로 맺어진 정들을 하나 둘 망각이란 늪 속으로 보내면서 살아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어쩌면 세상의 무엇을 소유하는 것만큼,
내가 가진 것들을 세상으로 보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일 게다.
사랑의 기억을 떠올려보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사랑을 고백했을 때는 아마 그 사람이 나의 인생의 전부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아마 지금은 그 때 사랑을 속삭이던 말들이나 고백들은 기억조차 희미해졌을 것이다.
그것을 잊지 말자고 수없이 다짐을 반복하면서 산다면 모를까,
일상에 밀려 바쁘게 살다보면 사랑 역시도 그저 내 인생의 한부분이였을 뿐이다.
아프고 고생스럽고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나무에 생긴 옹이처럼 가슴 깊은 곳에 남아있게 되지만,
기쁘고 행복했던 기억들은, 그저 바람결과 같이 내 곁을 스쳐지나갔음을 알게 된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정령 무엇을 위해 사는지 모르겠다.
그렇게 자신보다 더 아끼고 소중히 여겼던 사랑이란 가치마저,
망각이란 강에 던져버리고 무엇을 쫓아 살아 온 걸까?
가슴 한가운데 자리한 마음하나만은 변하지 않도록
굳건하게 중심을 잡고 살아왔어야 되는 건데, 세상이란 변화에 그저 따라만 다닌 꼴이다.
자신의 존재가치를 잃어버리고 단지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상처를 남기기를 주저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단지 그것이 일상의 내 삶이라면 너무 가슴 아픈 일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사람은 살아남는 것만큼 소중한 것이 없다 했다.
하지만 말이다.
사람이 단지 의식주를 위해 산다면,
머리로 생각하고 마음으로 느끼는 감정들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런 감정의 고리들이 인연을 만들고, 사랑을 만들고, 가치를 만드는 것일 게다.
사람들은 말한다.
힘든 어려운 시기를 만나면 지난 시절 행복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를 다지다보면 어느 순간 다시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갈 것이라고.
그러나 사람은 조금씩 경험들이 쌓여 자신도 모르게 생각의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행복했던 시절은 단지 추억일 뿐이지 다시 돌아갈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진정 잊고 살아가는 것은 바로 마음의 정이다.
부모에 대한 정도 그렇고 부부에 대한 정도 그렇다.
홀로 살 때는 철이 없는 행동은 했어도 적어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었는데,
결혼을 하여 각각의 삶을 살게 되고 아이가 생긴 후부터는,
제몫을 챙겨야 하는 현실이란 벽이 생겨, 본의 아니게 마음을 아프게 했을 것이다.
또한 아내에 대한 사랑도 사랑이란 말을 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로 정은 무디어져 일상이 의무감으로 변질되어 버린 느낌이다.
좋은 말로 하면 서로에게 길들여져 익숙함이 되어 버렸지만 반면에 그만큼 서로에게 감동이 없어졌음도 사실이다.
정이 사라진 자리는 공허함과 우울함과 외로움이 대신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은 병이 들고 아파할 수밖에 없다.
무슨 일을 하든지 즐겁거나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스스로 마음을 다지고 용기를 내 보지만 현실에서 새로운 그 무엇을 찾는다는 것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그러므로 정은 대가를 바라지 말아야 된다.
그저 마음을 줄 수 있음에 감사하고 스스로 즐거움과 만족을 느끼는 것이 좋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엇을 베풀 수 있음에 행복해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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