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사람이란 사람

소우(小愚) 2009. 12. 16. 10:03

   사람은 정말 웃긴 존재다.

   나 역시 같은 사람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허다하다.

   뭐가 그리 복잡하고, 원하고 탐하는 것들이 많은지, 또 어느 정도 만족했나 싶으면 금방 실증내어 다른 것들을 찾고...

   그러다 불리한 상황에 놓으면 화를 내거나 싸우다 못해 자기 변명하기에 바쁘고...

   무엇 하나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언제나 새로운 것들을 탐한다.

   짐승도 같은 잘못은 반복하지 않는데 난 여전히 그 잘못을 범하면서도 자기 합리화 시켜버리면 그만이다.

   분명 매일매일 다짐하고 다짐했던 것들도 자존심을 건드리는 상황에 놓이면 순간적으로 먼저 화를 내게 마련이다.

   화를 내면 스스로 마음이 아프고 괴롭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쉽지 않다.

   어쩌면 화를 내고 싸우는 것도 남보다는 자신에 대한 위로일 것이다.


   사람은 정말 정이 가지 않는 존재다.

   한번 마음을 주기로 결심했으면 변하지 말아야 하는데,

   자신의 입장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너무 자주 변해서 도무지 한마음으로 대하기 어렵다.

   죽을 만큼 아파하고 죽을 만큼 사랑했음에도 사별이나 이혼 등으로 인해 배우자의 잃게 되면,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로 새로운 사랑을 찾는 것이 사람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하는 사랑이나 결혼만큼 순수하고 진솔할 수는 없다.

   되돌아서 후회하고 울지라도 다시 그 길을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다.

   부모를 마지막으로 보내는 장례식장에서도 울다가 웃는 일이 다반사고, 배가 고프고 잠이 와서 어쩔 줄 모르게 되는 것이 사람이다.

   또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고도 여전히 다른 이성을 만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람이다.

   왜 사람은 곧고 일관성 있게 행동하지 못하는 걸까?

   생각이란 놈이, 이성이란 놈이 욕망을 가리고 있기 때문인 걸까?

 

   사람은 남의 눈을 인식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이미 이성의 동물이 아니라 욕망의 포로에 불과하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고 하고,

   다른 사람보다 한발 더 앞서 가는 사람이기를 갈구하게 된다.

   아니 어쩜 다른 사람의 인정에 앞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 싶을 것이다.

   겉으로는 항상 정직하고 성실하며 옳게 행동하면서도,

   뒤로는 자기에게 이익이 된다면 물불 안 가리고 달려들고,

   온갖 추잡한 일도 서슴없이 행하는 하찮은 사람과 별 차이가 없다.

   스스로 경멸하면서도 자신 역시도 그와 같이 행동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왜냐하면 세상을 다른 사람 아닌 내 눈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에게는 옳지 못하다 해도 내게 이익이 되면 그것은 옳기 때문이다.


   분명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도 하지만 철저하게 혼자서 사는 존재다.

   왜냐하면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오롯이 혼자 아파하고 혼자 극복해야 하는 인생의 여정이기 때문이다.

   부모나 사랑하는 사람조차 병에 들어 아파하다 결국 죽음에 이르러도 단 1%라도 그 사람을 대신하여 아파줄 수 없지만,

   내 손을 박힌 작은 가시하나가 더 아픈 법이다.

   단지 말로써, 돈으로써 대신할 수는 있지만 그것도 내 몫을 남기지 않고 전부를 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는 또 벌고 모으면 될 거라 생각하지만 본시 재물이란 기회와 마찬가지로 한번 품에서 떠나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하루하루 쪼들려 힘겨워도 먹고 입지 않으면 살 수 없지만,

   돈이 부족해 쩔쩔매면서도 자식들의 교육을 위해서라면 죽을힘을 다하게 되는 것이 부모란 사람이다.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이나 거래처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욕을 먹어도 참고 견디지 않으면 안 된다.

   사실 다른 사람에 욕먹는 것이 무슨 대순가?

   내가 능력이 없어 함께 고생하고 힘겨워하는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마음 한구석을 쓰리게 하는 자괴감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부모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이되 완전한 사람은 없다 했는지도 모른다.

   잘못을 저지르고 또 그 잘못을 고치고, 화를 내고 싸웠다 또 화해하고, 사랑하다 이별하고, 기뻐하다 슬퍼하고, 만나고 헤어지고,

   이러한 삶의 여정을 살면서도 사람은 끝내 자기가 원하는 것을 온전하게 이루고 떠나지 못하는 존재다.

   그럼에도 언제나 자신이 제일인 것처럼 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게 살지 않으면 스스로 너무나 초라할 뿐만 아니라 타인으로부터 가치를 의심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

   아무리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대우받으며 살아도 스스로 자신의 삶을 인정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없다.

   그래서 사람이 화를 내고 싸우는 것 역시도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양심과 싸우는 것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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