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허망한 날에는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건 역시 쉽지 않은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사는 것이 부모나 남편이란 이름을 가진자의 숙명이지만, 그렇다고 심적 갈등조차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그동안의 과정은 깡그리 없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앞 뒤 상황을 파악하고 화를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지금까지 함께 살아오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인생까지도 덧없어짐은 어쩔 수 없다.
데게 이런 아픔을 겪은 날은, 하루 종일 우울하고 그 상처가 가슴에 남게 되는 것 같다.
화란 것도 자신의 입장에서 내게 되는 것이지만, 아픔 역시도 자신의 입장에서 생기는 것이다.
젊은 날에는 누가 화를 내면 같이 맞붙어 싸우는 일도 쉽게 했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신감을 잃어갈수록,
싸우고 토라지고 다투는 것도 허망함을 알기에, 그저 돌아서 자신의 모자람으로 돌려버리게 되는 것 같다.
물론 화를 낸다거나 충고와 같은 것은 모두 사랑의 또 다른 표현임도 부정할 수 없지만,
그것은 자신의 입장일 뿐이지 상대방의 입장은 아니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친구나 지인들과의 오랜 만남을 통해,
어느 정도 그 사람을 평가하고 거기에 맞춰 대하고 있음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때론 이러한 단정이 오히려 서로의 정을 돈독하게 쌓을 기회를 방해하는 요소가 됨도 알아야 할 것이다.
늘 변함없이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기란 쉽지 않다.
자주 만나는 사람과는 항상 만나도 화제가 풍부하여 대화가 끊이지 않는데,
어쩌나 만나는 사람은 왠지 화제도 빈궁하고 분위기도 어색하다.
또한 친한 사람일수록 자주 싸우지, 자주 만나지 않는 사람과는 싸워야 할 마땅한 이유도 없다.
친구도 그렇고 가족도 그렇고 잠자리를 함께 하는 아내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기에 싸운다.
사랑하기에 바라는 것도 많고, 소중한 사람이기에 지키려고 하고, 아끼기에 주변에 가까이 두려 하는 것이다.
내 주변에 있어야 불안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같이 사랑하는 마음이, 아끼는 마음이 상처를 받게 되는 날에는 허망하다.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놓을 수 없기에 더 그렇다.
그 사람이 아픔을 안겨줘도 나는 그럴 수 없기에 마음으로 울 수밖에 없다.
그것은 토라지고 싸워봐야 그 크기만큼 상처로 돌아오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럴 때면 빈 가슴만 끌어안고 어둠으로 변해버린 마음이 밝아질 때까지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스스로 잘못을 알면서도 혹여 위로를 받으려도 꺼낸 말들이,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야, 그건 당신의 잘못이야.” 라고 되돌아 올 때는 오히려 상처가 배가 될 뿐이다.
잘못을 알면서도 그 사람은 나의 잘못마저 받아줄 것이란 믿음으로 꺼냈는데, 오히려 민박(憫迫)만 당하게 되면 정말 허망하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에 있고 싶은 욕망은 상대방보다 내가 더 큰 사랑의 마음을 얻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므로 혹여 상대방이 잘못을 고백하여 오더라도 충고보다는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더 소중한 것이다.
상대방의 잘못을 받아줄 줄 모르면서 내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인생살이를 가만히 지켜보면 잘못하는 사람은 늘 잘못을 저지르고 용서하는 사람은 늘 용서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사랑한다는 것은 과거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변화하는 모습까지도 품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자신의 몸 이외에는 온전히 내 것인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명예나 재물이나 사랑하는 사람까지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이면 떠나가기 마련이다.
그래도 함께 하는 동안 만큼은 서로 마음에 상처를 남기는 사람이 되지 말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었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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