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순 수

삶의 여유

소우(小愚) 2009. 12. 7. 11:36

 ▶삶의 여유


    지금까지 살아 온 경험을 비춰볼 때 삶의 여유를 찾는다는 것은 무척 중요한 것 같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여유(餘裕)는 물질적, 공간적, 시간적으로 남음이 있는 상태나,

    느긋하고 차분하게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마음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일반적 삶의 여유라 함은

    시간적 의미를 지니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살면서 가장 상처받고 마음 아프게 하는 것은 물질에 대한 여유일 것입니다.

    스스로 누군가에게 뒤처진다는 느낌 대부분은 이런 물질적 여유에 기인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리의 삶에 있어 여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는 것은,

    인생의 경험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는 중년의 나이 때가 되서야 느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우리말에 <짬>이란 말이 바로 여유의 올바른 의미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짬>이란 잠간의 시간적 여유를 말하는 것이죠.

  <삶의 여유>란 왠지 우울하고, 짜증스럽고, 일을 해도 왜하는지도 모를 정도로 지칠 때,

    삶을 사는 중간 중간, 혹은 일을 하는 사이사이에 잠시 하던 것들을 멈추고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속담에 “참을 인(忍)자 세 개면 살인도 피해갈 수 있다.” 란 말이 있습니다.

   너무나 화가 나 아무사람이나 붙잡고 싸우고 싶을 때도

  “그래 그럴 수 있지.” 하고 그 순간을 넘기면,

   내가 왜 화를 냈는지 조차 모를 정도로 쉽게 넘어갈 수 있습니다.

   살면서 무엇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선택해야 할 순간이라면 더욱 더 그러 합니다.

   한 템포(tempo) 늦추어 잠깐 동안 다시 생각해보면,

   성급하게 결정하지 않아도 충분함을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무슨 일이든 저지르고 나중에 수습하려면 힘이 배로 든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므로 살아가면서 문제에 봉착할 때마다,

   이러한 작은 여유를 갖는 습관을 들이면,

   중요한 고비 때 실수를 줄이게 되어 후회를 남기지 않게 될 것입니다.


    모두들 경험이 있겠지만 후회나 잘못은 자신의 화를 이기지 못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잘못이나 실수도 한두 번은 용서가 되지만 반복되면 지인들로부터 외면당하기 십상입니다.

    지인들과의 약속이나 만남도 계속 거절하면 어느 순간부터는 전화나 안부조차 하지 않게 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입니다.

    다소 억지스럽고 일방적인 만남에 대한 요청이라도 충분한 사정없이 외면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삶의 여유가 없는 이유는 실상 그러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라기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더 강하다는 것입니다.

    괜히 바쁘지도 않으면서 무엇엔가 쫒기는 것 같고,

    매일 같은 일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마음은 하나라도 더 챙기려고 아우성질하고는 합니다.

    친구가 무슨 사업을 벌이면 내가 가진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자식이라도 결혼시킨다는 청첩장을 접하게 되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바빠집니다.

    아이는 아직 어리지만, 내가 해야 할 몫은 아직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나이 들어가듯이 나 역시 같은 나이인데도 같은 몫의 일을 하지 못했기에 생기는 마음속의 번잡함일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이 모두가 책임이라는 짐을 지고 살아가는 남자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그래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지겨워서, 혹은 사람과의 인간관계가 번잡스러워서,

    또 때로는 혼자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내 삶에 대한 작은 여유가 필요하다고 착각하는지도 모르지요.

    그래요.

    까놓고 얘기한다면 무엇을 의식하지 않고 그냥 편안히 하루쯤 푹 쉬고 싶다는 말이 맞을 겁니다.

    그러면서도 내가 있을 자리에 대한 책임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게 되는 가 봅니다.

    그렇게 나와 내가 아끼는 모든 것들로부터 떨어질 수 없기에 잠시 이렇게 행복하다는 감정을 불러봅니다.


'^*^ 낙 서 장 > 순 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바다  (0) 2009.12.14
마음의 대화  (0) 2009.12.08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   (0) 2009.12.05
스스로 허망한 날에는   (0) 2009.12.01
마음이란 어린아이와 같다.   (0) 2009.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