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이별은 예정되어 있다.
삶이란 사람들 속에 있는 것이기에 만남이 있듯 이별이란 어쩌면 숙명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헝클어진 인연의 고리에 대한 아쉬움들이 쌓여 그리움으로 남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어쩌면 그리움이란 외로움이다.
물론 사람과 섞여 있으면서도 문득문득 누군가가 그리워지기도 하지만,
대부분 마음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함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그래서 몸의 피곤함이 아니라 마음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것이다.
침묵만이 남은 어두운 방안에 멍하니 눈을 뜨고 보이지 않는 허공에서,
내가 못 다한 것들에 대한 미련들이 밤하늘 별무리처럼 꼬리를 물고 나타났다 사라지고는 한다.
왜 내가 먼저 떠나지 못하고 남겨진 사람이 되었을까?
사람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지나쳐 그 사람의 짐이 되어 버린 걸까?
머뭇머뭇 망설임 끝에 떠나보내고 나서야 내 마음의 소리를 알게 되었을까?
그리움이란 곁에 없고 손에 닿지 않고, 가질 수 없고, 보이지 않을 때 비로소 더 아름답고 애절하며 그 가치가 있다.
하지만 상처를 극복하여 처음보다 좋아졌다고 해서 상처에 감사하는 사람이 없듯이,
만남이 없는 그리움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를 간절히 그리워하는 것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서다.
하지만 그리움은 아프다.
그것도 마음 속 깊은 곳에 생겨난 상흔처럼 때때로 가슴을 쑤신다.
그리움이 남긴 자리는 애잔함만 남아있다.
그리움이 남아있는 자리는 오랜 시간이 흘러갔어도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있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하다.
마음으로는 수도 없이 그 자리를 배회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자리는 공허함만 남아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떠나려면 정마저 아낌없이 가져갔으면 이토록 그리움에 절절이 아파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누군가가 몹시도 그리우면 마음속의 아픔을 들키기 싫어 말조차 하기 싫어지고 사람과 함께 있는 것조차 부담스러워진다.
살아가는 동안 아마 가장 큰 그리움은 첫사랑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누구나 바쁘게 사는 동안은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하지만,
자신에 대해 반추하는 나이가 되면, 자신이 자란 마을의 작은 풀 한포기조차 그리워지게 되듯이,
마음의 파문이 되었던 첫사랑은 말해 무엇 할까?
그녀를 항상 기다리던 찻집이나 함께 거닐던 거리와 그녀의 집 앞 놀이터까지, 눈을 감아도 바로 어제인양 기억나게 될 것이다.
조금은 당황스럽기 만한 이런 그리움들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며 살아가는 동안 작은 안식과도 같다.
누구에게나 그리움이 남긴 자리는 원망이 아니라 추억이다.
그리움은 이미 마음속에서 이해와 용서를 품고 있기 때문에 아름답다.
그러므로 마음이 황폐해지고 외로울 때면,
지난 시절 자신에게 가장 행복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또한 괜찮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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