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9년, 낯선 동반자와의 대관령 산행

소우(小愚) 2009. 10. 26. 15:39

 

 

 

 

 

 대관령은 언제 찾아도 항상 볼거리가 있어 좋다.

 그리고 대관령 산행은 한걸음씩 올라갈 때마다 강릉시가지의 풍경과'

 고만고만한 산봉우리와 능선들이 점차 한 눈에 들어오게 된다.

 늘 같은 산을 찾아도 산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을 때 보여준다.

 

 때로는 구름에 가리고,

 때로는 안개에 가려, 혹은 비바람이 불러와 시야를 가리기도 하고, 

 먼지가 덮인 듯이 온 산이 뿌옇게 변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산은 인연을 만드는 곳이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란 말이 있듯이 누구나 산을 찾으면 선해진다.

 낯선 사람이라도 힘들게 오르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끌어주고 당겨주면서 함께 동반자가 되어준다.

 

 또 누구나 쉽게 일행이 된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도 모르지만 기꺼이 동반자가 되어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명예를 가졌든 아니든 산행은 빈부를 탓하지 않는다.

 함께한 일행이 있어도 스스로 걷지 않으면 정상을 밟을 수 없는 것 또한 산이기 때문이다.

 

 

 

 

 

 

 대관령 들머리에 서자,

 파아란 가을 하늘과 구름이 익어가는 단풍과 가을하늘을 닮아 있다.

 하지만 제왕산으로 오르는 단풍은 곱지 않다.

 또한 오르면서 바라보는 강릉은 뿌연 먼지가 덮인 듯이 선명하지도 않다.

 그래서인지 가파른 계단이 유난스럽게 힘들다.

 그래도 정상은 언제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정상에서 주변을 돌아보며 가쁜 숨을 달래고 있는데,

 정상에 있던 등산객 중 한 명이 대관령 방향으로 가는 길을 물어왔다.

 오늘 산행이 조금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대관령 방향으로 갈까 아니면 계곡을 따라 바로 하산할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혼자 산행한다는 인천에서 온 비슷한 연배의 등산객의 일행이 되기로 했다.

 

 그렇게 오늘 산행의 가이드가 되어,

 대관령 주변의 좋은 풍경을 가진 등산로에 대해 안내하고,

 서로가 가 본 산에 대한 정보를 교환하면서 걷다보니 힘들 줄 모르겠다.

 대관령 제 1전망대 주변은 어느새 앙상한 나목으로 변해 있어 조금은 황량하다.

 

 

 

 

 대관령을 지나 옛길로 접어들자,

 붉게 채색된 단풍이 너무나 곱게 물들어 있다.

 제왕산 쪽의 단풍은 아직 푸른빛이 남아있었는데,

 옛길 쪽의 단풍은 등산로 주변 가득 오색으로 아름답게 채색되어 있다.

 

 역시 단풍구경은,

 능선보다는 계곡 쪽이 물이 더 잘 드는 것 같다.

 모처럼 인연이 된 등산객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면 걷다보니,

 어느새 지루한지도 모르고 들머리로 돌아왔다.

 

 평소에는 5~6시간이 걸려야 완주하는 등산로를 4시간도 채 안 걸려버렸다.

 비록 인생이란 여정에서 스쳐지나가는 등산객이지만,

 기회가 되면 다른 산에서의 만남을 기약하고 헤어지는 오늘 산행의 짦은 인연이,

 오래도록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