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9년, 아들과의 강릉 어명정산행

소우(小愚) 2009. 10. 12. 16:53

 

     내가 원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그럴 것이다. 란 생각은 잘못이다.

     그래서 요즘은 주로 홀로 산행을 즐긴다.

     모처럼 휴일인 일요일에 애써 일찍 일어날 필요도 없다.

     전날 모임에도 편안하게 갈 수 있고 늦도록 좋아하는 독서도 한다.

     때때로 책을 읽다 생각나면 메모도 하고,

     tv를 보다 불을 켜놓은 채 잠들어,

     아내로부터 꾸지람도 듣지만 자유로움에 흠뻑 젖어 산다.

 

     산이 궁금하면 새벽에도, 점심나절에도,

     돌아올 때 해가 어둑어둑 지는 늦은 오후에도 산행을 한다.

     사람에게 매이지 않으니 장소에 대한 망설임도 없다.

 

 

 

 

     발길 닿는 대로 때로는 계곡으로, 바다로,

     인근 마을 너머로도 걷다 힘들면 돌아오고는 한다.

     자연의 정취는 내 눈이 머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존재한다.

     아파트 정원 뜰에는 요즈음 벚나무 잎사귀가 점점이 붉은 물감으로 물들고,

     벼가 익어가는 황금색 들판에는 허수아비 모자위로,

     한가롭게 가을하늘이 푸르게 흘러간다.

 

     서울에 볼 일이 있어 간 아내를 대신하여,

     교회를 다녀온 아이에게 밥을 챙겨주고 간단하게 집안 청소를 하고 난 후에,

     막내 녀석과 함께 12시가 넘어 대공산성 신 등산로로 산행에 나섰다.

 

 

 

     이 곳을 찾은 이유는,

     보현사의 단풍이 너무나 아름다워 오색의 단풍을 촬영할 욕심에서였으나,

     아직 이 곳까지 단풍이 내려오기에는 때가 일러서인지,

     드문드문 싸리나무나 옻나무만 노랗고 붉은 빛깔을 머금었을 뿐이다.

 

     오르는 등산로 내내 말라 비트어진 연갈색 참나무 잎사귀만 바람결에 돌고 있다.

     볼거리가 없어서인지 투덜거리며 힘들어하는 아이를 달래어,

     2시간에 걸쳐 어명정에 이르렀지만,

     아이가 원치않아 더 이상의 산행을 포기하고 점심을 먹고 하산했다.

 

     그래도 아이와 함께하면서,

     마냥 어리게만 보이던 녀석이 부쩍 자란 대견스러운 모습을 볼 수 있음은,

     나름대로 나의 행복의 한 부분이 아닌가 싶다.

     힘든 경사로를 오르면서도 스스로 핸드폰에 녹음한 노래를 흥얼거리며,

     따라하는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다.

 

     생일이 지난 뒤라 모처럼 아이와의 즐거운 산행이었던 하루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할수있음은 정말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