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서민의 시선

봄의 길목에서

소우(小愚) 2009. 2. 12. 11:52

 

            입춘이 지난지도 벌써 1주일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새벽의 바람결은 여전히 춥다.

            지난 일요일 봄의 기운을 느끼려고 춘갑봉 산책로를 따라 봉수대에 올랐지만,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시가지는 안개가 낀 듯 아직 봄기운을 느끼기에는 이른 것 같다.


            움츠러든 서민경제로 거리는 한산하고,

            여기저기 점포정리를 알리는 스티커가 붙은 가게는 늘어만 가고...

            집집마다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짓는 한숨소리가 끊기지 않는다.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아파트 주변이나 시장마다에는 좌판을 펼친 주름살 가득 찬 사람들로 넘쳐나고,

            차안가득 이런저런 물건을 싣고

            사람을 찾아 떠도는 장사꾼들의 구성진 목소리가 골목길마다 넘쳐나고 있다.

            작은 수레로 짐을 끌고 길을 건너는 할머니의 구부정한 허리는 힘에 겨워하고,

            땅만 바라보고 걷는 마음속은 도심의 검은 아스팔트 도로처럼 온통 까맣게 타버린 듯 하다.


            경제가 어려우면 정말 힘든 사람은 하루하루가 가난한 서민들밖에 없다.

           “할머니, 돈이 없으면 은행에서 찾으면 되지 뭘 그리 걱정 해.” 하고 말하는 철없는 손자의 말이라도

            웃음으로 넘길 수 없으리만큼 지금의 삶은 절박하다.

            물건을 팔려고 해도 살 사람이 없어 사업을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은 늘어만 가고,

            근로자들 역시 언제 구조조정이란 철퇴를 맞아 직장을 떠나야하는 현실을 불안감으로 보내고 있다.

            하루하루 돈을 벌지 않으면 고스란히 추위에 떨며 굶을 수밖에 없는 사람들은,

            절로 눈물짓지 않을 수 없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아무리 좋은 기회가 와도 그것을 잡을만한 힘이 없다.

            또한,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 위해 찾아다닐 만큼의 시간적인 여력이 없다.

            정부에서 갖가지 서민정책을 통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하지만,

            노인들이나 일반서민들은 그런 정책이 있는지조차 대부분 모른다.

            그렇기에 그런 정책을 잘 알 수밖에 없는 공무원이나 그런 정보를 아는 사람들만이

            그 혜택을 고스란히 누리다 못해 각종 비리로 서민들에게 돌아갈 혜택마저 가로채 간다.

            그것을 집행하는 조직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으면 그림에 떡”이고,

            아무리 훌륭한 정책이라도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다.


            얼마 전에 물가를 상승시키는 품목에 대해서 특별관리를 한다고 아우성치더니,

            동네 마트나 시장에 가보면 물가는 하루하루가 천정부지로 올라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우리나라에 정부가 있기는 있는 걸까?

            국회나 관공서에는 사람들로 넘쳐나는데,

            서민들에게 피부로 와 닿을 정도로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은 멀기만 하다.

 

            재화를 창출할 수 없는 노인들과 미성년자에게는 직접적인 도움의 손길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요즘 어른들은 자식들과 함께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부모와 자식이라는 혈연으로 맺어져 있지만,

            세대가 엄연히 다르고 생활 방식 또한 다르기에 돈으로 자식과 다투느니 차라리 혼자 살기를 원한다.

 

            이런 현실은,

            돈의 용처 역시 이중으로 필요하게 되어 여력이 없는 자식들에게나 부모는 한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부모님들도 그렇겠지만 따로 살고 있는 부모나 치매나 각종 병을 앓고 있는 가족을 둔 가장은,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마음을 잃고 고민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소득이 없거나 자식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노인들에게는,

            영세민과 똑같은 혜택을 베풀어야 하리라 생각한다.

            효의 미풍양속이 살아 있는 동방예의지국인 우리나라에서,

            여유가 있으면서 부모를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어제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지만,

            전라도에 있는 복지단체에서 도움의 손길을 요청하는 전화를 받았다.

            이런저런 가슴 아픈 사연을 들었지만 그 단체가 진정 복지단체인지 알 수가 없다.

            각가지 사연을 담아 돈을 갈취하는,

            사기성 전화나 스펨메일과 문자가 넘쳐나는 실정이라 믿음이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서민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종교단체와 같은 사회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의 손길을 아끼지 말았으면 좋겠다.

            어째든,

            지난겨울의 혹한의 이기고 새롭게 맞이하는 봄이 오는 이 길목에서,

            제발 우리 모두에게 희망이란 꿈을 꿀 수 있는 날들이 많아지기를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