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서민의 시선

원더걸스 모자와 아이스 케익

소우(小愚) 2007. 12. 25. 12:03

요즈음,

원더걸스 패션 따라하기가 최대의 유행인 것같다.

 

고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며칠전 부터 아이스케익을 사 달라고 아내를 조르는 모양이다.

"아이스 케익이 무슨 과자도 아닌데 뭘 그렇게 먹고 싶을까?" 란 의문이 들었지만 그저 그려러니 했다.

그런데 지난 주 토요일, 가족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할 연극 연습을 위해 교회에 있다고 해서

데리려 가자 딸래미는 연습이 남아 있어 아내와 아들만 차에 태우고 출발하려고 하자,

아내가 시내에 아이스케익을 사려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어느 도시도 다 그렇겠지만,

요즘같은 교통체증에서는 시내에 차를 운전하여 간다는 것은 정말 실증나는 일이다.

하지만 어찌하랴.

딸래미가 그렇게 소원이라니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줄 수밖에...

  

구 한전이 있던 유료 주차장에 차를 주차 한 후,

강릉의 가장 번화가인 대학가 골목(젊은 대학생들이 많다하여 붙여진 거리)에 들어서자

서울 명동이 부럽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젊은이들로 들어차  걸을 수 조차 없다.

가게에는 학생들이 선호하는 화장품에다 야릇한 디자인의 옷들이 쇼-윈도에 주렁주렁 걸려 있고,

호객하는 사람들의 아우성과 크리스마스 케롤이 한껏 크리스마스 축제의 밤을 밝히고,

초미니의 쭉쭉빵빵 아가씨의 하이힐의 또닥거리는 발자국 소리와,

오색으로 물들인 젊은 연인들의 머리카락에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늘 다니던 한적한 거주지 주변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다,

모처럼 시내 번화가 중심에 나오니 정신을 혼망하게 할 정도로 씨끄럽고,

사람들을 피해 이리저리 다니는 좁은 도로가 여간 성가시지 않다.

 

아들 손을 잡고,

조심스럽게 아이스케익을 파는 가게에 이르러 전시된 케익을 보니

최소가 이만원부터 다양한 크리스마스 풍경을 디자인한 상품으로 사람을 유혹하고 있었다.

굴뚝으로 산타가 선물을 주기위해 들어오는 모양의 아이스케익을 주문한 뒤 한시간은 기다려 샀다.

 

사람으로 꽉들어찬 가게의 좁은의자에는,

아이스크림을 즐기려는 젊은 연인들의 뜨거움으로 후끈거리는데,

한쪽에서 옴싹달싹 못하고 아들과 서서 기다리며 젊은이의 문화를 잠시 접해보았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어렵사리 아이스케익을 사서 나오자,

갑자기 초등학생 아들의 입이 한발이나 나온채 삐쳐 투덜거린다.

"씨이~ 엄마는 누나만 예쁜 선물 사 주고~ 난~안."

내가 영문을 몰라 아내에게 "얘가 왜 그래?" 하고 묻자, 아내는 아이스케익과 함께 딸려온 선물을 보여준다.

예쁜 토끼 모양이 모자에 달린 원더걸스가 쓰고 나오는 모자였다.

 

딸래미는,

아이스케익이 먹고 싶은 것이 아니라 이 모자가 탐났던 것이다.

순간 은근히 화가 머리에 솟구쳤다. 아내와 딸래미가 나와 아들을 속인 것이다.

먼저 말했다면 내가 사줄턱이 없으니 아이스케익을 핑계로 이 복잡한 도시로 나를 유혹한 것이다.

"사 올 터이니 차에서 잠시 기다리라."는 아내의 말이 허공에 맴돈다.

 

하지만 어쩌랴? 

이 모두가 서로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가족들의 따뜻한 마음인 것을...

투덜거리는 아들이 사 달라는 학용품 선물과 거금 만원 한 장을 쥐워주고 달래고 돌아오면서,

아이들이기에 그럴 수 있다는 이해하는 마음이 상충되는 복잡한 하루였다.

 

멋진 아이디어를 상품에 접목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이런 아이디어를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은 눈이 항상 열려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나도 이런 일에 관심을 가지고 늘 지켜보고 연구해 보지만,

내가 어렵사리 생각해 난 아이디어는 찾아보면 누군가 이미 생각했던 것이 비일비재하다.

 

세상의 어떤일도 다 그렇겠지만,

나와 미래와, 그리고 나의 생각과 미래가 서로 일치하여 겉돌지 않도록,

항상 미래를 정조준하여 열린 사고를 가질 수 있어야만,

자신에게 주어지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선점할 수 있다.

 

일찍 일어난 새가 먹이를 더 많이 먹을 수 있듯이,

아이디어의 선점이야 말로 미래의 행복을 보장 받는 밑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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