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나의 명상록 335

진실과 위선

위선은 감추려고 해도 드러나고, 진실은 숨기려도 해도 드러나는 법이다. 진실과 위선을 재단하는 것은 바로 시간과 양심이다. 시간 앞에서는 누구나 거짓을 가리기 쉽지 않다. 아무리 완벽하게 감추려 해도 오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잠깐의 위기를 모면하려고, 거짓을 말하고 나면 순간은 편할지 몰라도, 그것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마음속으로는 늘 불안한 느낌에 사로잡히게 된다. 양심이 꺼리는 순간부터는, 결코 진정한 행복을 얻기란 쉽지 않다. 튀어나온 돌부리는 늘 그대로지만, 언젠가는 지나가는 나그네의 발길에 부딪히게 마련이다. 모름지기 위선은 말에서부터 만들어져 그 크기를 더해가는 것이니까.

그릇

그릇이 같다 해서 같은 내용이 담겨지지 않으며, 그릇이 다르다 해서 반드시 다른 내용이 담기지 않는다. 유리그릇에 검은색 물감을 담으면 검어지고 하얀색 물감을 담으면 하얀색이 된다. 그릇은 늘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다. 어떤 색깔의 물감을 담느냐는 오로지 담는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 똑같은 모양과 크기의 나무를 가지고 같은 주제의 사물을 조각한다고 해도 느끼는 각자의 감정에 따라 전혀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같은 사물을 보고 느끼는 감정도 천차만별인 것처럼, 그릇에 어떤 내용을 담느냐는 각자의 몫인 것이다. 고로 사람은, 각자가 같은 사람이면서, 또한 다른 사람인 것이다.

스스로를 바로세우는 수단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모른다는 사실이다. 분명하게 자기에게 닥칠 일임에도, 예비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고 다가온다는 것이다. 사람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을 때, 얼마큼 추악해 지는지는 본인조차 의식하지 않는다. 홎자서는 훌덩 벗고 자고, 눈곱이 덕지덕지 붙은 채 일어나 씻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만들고, 코딱지를 파다가 그 손으로 음식을 집어먹어는 행위도, 남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검정이 묻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중 누가 얼굴을 씻을까? 결론은 검정이 묻지 않은 깨끗한 얼굴의 사람이 세수를 하는 것처럼, 겨울에 비춰진 자신의 일그러진 모습에 놀란 적이 누구나 한두번쯤 있을 것이다. 부끄러움, 두려움, 수치심 등은 인간만이 지니는 특징 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