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23년, 마음의 산 지리산 천왕봉에 오르다.

소우(小愚) 2023. 9. 20. 01:38

 

 

 

◈ 지리산 천왕봉 산청중산리최단코스 산행.

 

◇ 일시 : 2023.09.12 07:00~00:00

◇ 코스 : 중산리탐방안내소(07:00)-칼바위삼거리(1.3㎞, 07:38)-

        로타리대피소(2.1㎞, 10:02)-법계사(10:08)-개선문(11:48)-천왕봉하단전망대(12:23)-

        천왕샘(12:31)-천왕봉(1915, 2.0㎞, 12:55)-통천문(13:46)-제석봉(14:25)-

        장터목대피소(1.7㎞, 15:01)-명성교(15:44)-병기막터교(15:54)-유암폭포(1.6㎞, 16:15)-

        홈바위교(16:25)-출렁다리(17:26)-칼바위갈림길(2.4㎞, 17:48)-탐방안내소(1.3㎞, 18:30)

◇ 소요시간 : 총 12.40㎞, 10시간 30분(사진찍고 풍경 감상하면서 천천히)

◇ 주차비용 : 무인카드기 1일 4천원

◇ 버스요금 : 주말 7시, 평일 8시, 2천원

 

 

 

 

우리나라 국립공원은 총 22개이다.

가장 큰 국립공원은 전남 완도군에 위치한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이고,

가장 작은 국립공원은 전남 영암군의 월출산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 중 1호인 지리산과 한라산, 그리고 설악산은 단연 최고의 국립공원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등산을 취미로 가진 나로서는 지리산은 반드시 올라야 할 산이었다.

 

 

◇ 해발 1915m 천왕봉정상

 

 

지리산은 늘 마음에 있는 산이었지만,

워낙 원거리라 동행자나 시간을 내기 어려워 가지 못했었다.

그러다 정년 후 새로운 인생을 맞이하는 계기로 삼고자 오늘 이곳을 찾아왔다.

강릉에서 새벽 1시에 출발 약 5시간을 달려 6시 30분에 도착했다.

오는 내내 설레는 마음으로 왔지만, 산청군에 들어서자 안개가 잔뜩 끼어 조망이 걱정이다.

 

 

◇ 새벽안개에 휩싸인 산청군

 

지리산은,

1967년 지정된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이다.

내륙에서 가장 높은 1,915m 천왕봉을 주봉으로 경상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에 걸쳐있다.

지리산이란 이름은 다름을 아는 것, 차이를 아는 것, 그리고 그 다름과 차이를 아는 것을 의미한다.

산에 머물면 어리석은 사람도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리산 3대 봉우리는,

천왕봉(1915), 반야봉(1732), 노고단(1507)이다.

종주코스는, 성삼재-노고단-화개재-토끼봉-벽소령-세석평전-연하봉-장터목-천왕봉-

백무동(중산리)로 이어지는 총 25.5㎞로, 대략 12~16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 외에도 화엄사-천왕봉-대원사의 화대종주코스, 남부능선종주코스, 서부능선종주코스가 있다.

 

 

 

 

일반적으로 천왕봉등산은,

중산리코스(산청)와 백무동코스(함양)가 있다.

난이도는 백무동코스가 중산리코스에 비해 비교적 쉽다고 한다.

백무동코스는 천왕봉까지 편도 7.5㎞로 약 5시간 30분 정도 소요되고,

중산리칼바위코스는 총 12.4㎢, 대략 7~9시간 소요된다.

 

최단거리로 알려진 중산리코스는,

등산이 시작되는 산청분소에서 1.5㎞ 올라가면,

탐방안내소에서 자연학습원으로 가는 순두류 코스와 칼바위 코스로 나누어지는데,

놀랍게도 주말에는 7시, 평일에는 8시, 경상남도환경교육원까지 3.2㎞ 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요금은 2천원이다.

 

 

◇ 산행들머리인 중산리탐방안내소

 

 

 

환경교육원에서 출발하는 코스는,

고도 930m에서 시작하여 처음 2.8㎞는 평범한 돌자갈 길을 걸어,

로타리대피소-법계사에서 약 2.0㎞ 이어진 급경사오르막길을 통해 천왕봉에 오르면 된다.

하지만 통천길로 오르는 칼바위코스는 유명세만큼 지리산 천왕봉 정상은 오르기도 어려운 산이다.

그래서 지리산은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우리나라 삼신산, 5대 명산으로 꼽힌다.

 

계획상으로는 버스를 이용,

경상남도 환경교육원에서 출발, 로타리대피소-천왕봉에 오를 예정이었으나,

버스는 평일은  8시에 처음 운행되는지라 버스를 기다리기보다는,

지리산을 온전히 경험하고 싶은 마음에 중산리(산청)칼바위코스를 완주해 보기로 했다.

다시 찾아오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 중산리칼바위코스 들머리인 통천길

 

◇ 계곡 옆 돌자갈 숲길

 

 

통천길을 들어서자 전형적인 계곡길이다.

큰 바위틈과 숲사이로 난 자갈길을 따라가다보면,

먼저 식칼을 닮은 칼바위가 나오고, 연이어 칼바위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직진하면 로타리대피소, 좌측으로 가면 장터목대피소를 통해 천왕봉으로 갈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80세 노인의 말씀인즉 이곳까지 1.3㎞는 워밍업에 불과하다 한다.

 

 

◇ 칼바위

 

 

로타리대피소까지 2.1㎞ 오르막길은,

돌계단은 기본이고 사각목, 원목, 철계단이 골고루 설치된,

그야말로 급경사오르막길의 표본과 같은 곳으로 몸과 옷이 땀으로 젖지 않고는 오를 수 없다.

워낙 급경사길이라 오랜만에 체력안배를 위해 스틱도 사용하면서 쉬엄쉬엄 올랐다.

중간중간 나타나는 기암을 보면서 그저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올라야했다.

 

 

◇ 망바위(상)와 망바위에서의 산청방면 조망(하)

 

 

 

 

오르다 조망을 보기위해,

망바위에 올랐지만 산청방면은 온통 안개로 덮혀있다.

이 때부터 하산하는 등산객을 만날때마다 정상조망여부를 물어보면서 페이스를 조절했다.

일기예보상 오후 3시까지 흐림이라 정상조망을 보지못할까 조마조마했다.

로타리대피소에서 올라다본 정상도 보였다 안보였다를 반복했다.

 

 

◇ 로타리대피소 밑 공터에서 올라다본 천왕봉 풍경

 

 

정상조망은 신이 베푸는 선물과도 같다.

특히 높은 고도를 자랑하는 지리산 천왕봉은 날씨 변화에 취약하다.

시시각각으로 너무나 변화무쌍하여 아무리 정상에 많이 올랐어도 신이 허락해야만 볼 수 있다.

하산하는 사람마다 대답이 차이가 나는 만큼 정상조망 역시 시시각각 달라지는가 보다.

헉헉거리며 오르는 내내 신경은 온통 정상조망에 쏠려있다.

 

 

◇ 지리산법계사(상)와 삼층진신사리석탑(하)

 

 

 

 

로타리대피소에서 잠시 쉰 뒤,

천왕봉방향으로 오르자 이내 법계사일주문이 보인다.

법계사는 천왕봉 아래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1,450m에 자리한 사찰로,

신라진흥왕 5년(544), 인도에서 건너온 연기조사께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하면서 창건한 절이다.

지금은 유물로 진시사리탑인 3층석탑만 남아있다.

 

법계사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길은,

그야말로 정상을 보기 위한 인간의 인내를 시험하는 장소가 아닌가 싶다.

경사면을 오르면서 바라본 산청방면은 여전히 안개로 덮여 있어,

나 역시 정상조망을 볼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하면서 최선을 다해 오르고 또 올랐다.

경사면에는 산구절초, 벌개미취, 산오이풀, 용담 등, 다양한 야생화가 힘든 여정을 치유해준다.

 

 

◇ 산구절초(상)와 산오이풀(하)

 

 

 

천왕봉을 0.8㎞ 지점,

해발 1700m에는 개선문이 있다.

이 개선문을 지나 고사목이 즐비하게 있는 경사면을 다시 오르면,

천왕봉(하단)전망대가 있지만, 이곳에서도 산청방면조망은 여전히 열리지 않고 있다.

천왕봉아래에는 천황샘이란 우물이 있는데, 난 이곳에서 잠시 갈증을 해소하고 식수를 보충했다.

 

 

◇ 해발 1,700m에 위치한 개선문(상)과 천왕봉하단전망대(하)

 

 

 

 

천왕샘을 지나면,

천왕봉으로 오르는 마지막 계단이 나온다.

오르면서 바라본 천왕봉 풍경은 한마디로 환상 그 자체다.

천왕봉 풍경을 마음에 담기 위해 한계단 한계단 천천히 올라갔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자 안개가 밀려왔다 사라지는 그 사이로 천왕봉은 단연 군계일학이다.

 

 

◇ 천왕샘

 

 

한참을 서서 하염없이 정상을 바라봤다.

등산안내도를 보면서 마음으로 수없이 찾아왔던 지리산이기에 그 감격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서이다.

흥분하는 마음을 달래며 잠시 기다리자 거짓말처럼 정상조망이 파노라마로 열리고 있다.

사방을 돌면서 혹여 그 풍경을 놓칠세라 핸드폰을 들고 사진을 찍었다.

정상에 있던 사람들도 다 함께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 천왕봉으로 오르는 마지막계단(상)과 계단에서 바라본 산청방면(하) 풍경

 

 

 

 

정상주변 암봉들을 뛰어다니며 정상풍경을 담았다.

안개가 밀려오면 마치 신기루처럼 언제 사라질지 모르기에 서둘러야만 했다.

정상에서 백운동함양방면만 희미하게 열렸던 풍경도 점차 산청방면까지 열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제석봉과 장터목대피소로 이어지는 능선풍경도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졌다.

기암으로 둘러싸인 정상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저 한없이 머물고 싶다.

 

 

◇ 천왕봉 대원사 방향 기암(상)과 풍경(하)

 

 

 

안개와 구름과 조화를 이룬,

천왕봉을 중심으로 쭉쭉 뻗어나간 산줄기들이 길게 이어지고,

안개에 모습을 감췄다 보여주기를 반복하는 산청과 함양마을 모습이 발 앞에 놓여있다.

그리고 천왕봉 주변으로 다양한 기암괴석들이 영산의 품격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저 아름다운 정상에 행복할 뿐이다.

 

 

◇ 산청방면풍경

 

 

 

◇ 정상풍경(노고단, 장터목방면)

 

 

 

 

정상에서 장터목대피소로 향했다.

이내 내리막급경사가 이어지고 제석봉능선이 성큼 눈 앞으로 다가선다.

약 10여분 뒤 통천문을 지나 약 40여분 가자 평원지대에 고사목이 늘어선 전망대가 보인다.

전망대에서 아쉬움에 뒤돌아 천왕봉과 맞은편 능선, 그리고 내려다보는 산청마을 풍경이 그림처럼 보인다.

특히 이곳은 다양한 야생화의 군락지라 너무나 아름답다.

 

 

◇ 제석봉전망대(상)와 고사목(하)

 

 

 

 

제석봉을 내려가는데 근육이 통증을 호소한다.

급경사를 오르다 내려가려니 근육이 화들짝 놀란가보다.

잠시 근육을 풀어준 뒤 하산할 여정을 위해 근육이완제를 먹은 뒤 천천히 내려갔다.

지리산은 경남의 하동, 함양, 산청, 전남의 구레, 전북의 남원 등, 영호남 사람들의 삶의 터전인 것이다.

장터목은 산청과 함양사람들이 만나 물물교환을 하던 곳에서 예전 지리산산장의 후신이다.

 

이곳은 당일산행에 부담을 느낀 많은 산행인들이 찾아와 머무는 곳이다.

로타리대피소나 이곳 장터목대피소에서 자고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고 하산한다.

나 역시 등로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나 정상조망이나 등산코스에 대한 조언을 구하기도 했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식수를 구매한 뒤 하산여정을 시작했다.

아직도 탐방안내소까지 5.3㎞ 남았다.

 

 

◇ 장터목대피소

 

◇ 장터목조망(산청방면)

 

◇ 장터목조망(함양방면)

 

 

여기서 홈바위와 출렁다리까지는,

계곡 옆을 따라 하산하는 거의 70도에 가까운 급경사길이다.

멋진 유암폭포 등, 계곡을 따라 만들어진 폭포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지만,

워낙 가파른 돌자갈길을 내려가야하기에 안전에 집중하느라 그 풍경을 감상할 여유가 없다.

곳곳에 계곡을 넘나드는 목교와 물소리가 시원하다.

 

 

◇ 계곡이 만든 폭포

 

 

◇ 유암폭포

 

 

하지만 하산은 너무나 지루하게 이어진다.

워낙 급경사라 짧은 거리임에도 이정표에서 거리를 계산해보면 거의 제자리걸음인 듯하다.

시간은 흐르고, 숲은 점차 어두워지고, 마음은 바쁘지만 몸은 천근만근이다.

틈틈이 계곡 물에 세수를 하고 피곤을 풀어보지만 역부족이다.

역시 지리산이다 싶다.

 

 

◇ 하산길 출렁다리

 

 

칼바위삼거리에 도착하니,

벌써 저녁 6시에 가까워 하산예상시간을 훨씬 지나버렸다.

정상조망을 하기 위해 등로상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탓이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리산의 본래의 의미처럼 다름과 차이와 나를 알아가는 여정이 아니었나 싶다.

먼길을 달려와 산행한 지리산이었지만 내게 충분한 의미가 되었으니라 생각한다.

 

 

◇ 천왕봉 정상 이정표

 

 

지리산의 사찰로는,

구례군의 화엄사와 말사인 천은사,

산청군의 대원사와 법계사, 하동군의 쌍계사, 남원시의 실상사, 함양군의 영원사가 있다.

지리산 명품풍경으로는 피아골 단풍과 노고단 운해, 반야봉 낙조, 벽소령 보름달, 세석평전 철쭉,

불일폭포, 연하선경, 칠선계곡, 섬진청류 등이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