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그대여! 내게 술 한 잔 따라주오.

소우(小愚) 2020. 11. 17. 09:03

 

 

 

◆◇ 그대여! 내게 술 한 잔 따라주오.

 

술 한 잔 받으시오.

남들에게 자랑할 수 없는 삶을 살았더라도 사느라 고생 많았소.

사는 동안 겪었던 수많은 것들이 남들에겐 그저 보잘 것 없을지라도,
그대에겐 삶의 의미가 아니었겠소.

 

만족한 삶이었든,

아니면 고통의 삶이었든,

어쨌거나 이겨냈기에 지금이 있는 것이오.

비록 초라한 삶일지라도 말이오.

 

나는 마지막까지,

깨끗한 죽음은 보지 못했소.

어느 사람은 어재까지 멀쩡하다가,

잠자듯이 죽음을 맞이한 사람도 있다지만,

아버님이나 친구들의 죽음을 보더라도,

대부분 병이나 사고에 의해 고통스럽게 생을 마감했소.

 

모진 비바람을 견디며,

떨어지지 않으려 버티고 버티던 늦가을 저 나뭇잎처럼,

그렇게 살다 살다 내가 알던 사람들은,

밤새 흔적 없이 스러져 갔소.

 

어쩌면 생의 마지막은,

자신에 대한 후회의 순간이요, 포기의 순간이 아닐까 싶기도 하오.

그러나 정해진 목숨을 하루하루 소비해가며 살아가는 삶일지라도,

지난 우리들의 생은 결코 낭비가 될 수 없소.

 

왜냐하면 누구에게나 하루하루의 삶은,

결코 녹녹하거나 온통 즐거움만으로 채워지지 않기 때문이오.

고통스러운 슬픔의 순간과 기쁨이란 웃음의 순간이,

바로 우리들의 삶안에 공존하기 때문이라오.

 

술 한 잔 받으시오.

한잔에 술을 담고, 한잔에 추억을 담고, 한잔에 고마움을 담았소.

함께할 때 잘해주지 못함이 못내 아쉽지만,

그 또한 더불어 살아가는 일상이 아니었소.

 

평생 가슴 한구석에 박힌 옹이일지라도,

그대 덕분에 늘 나의 삶은 희망과 함께였음을 잊지 않았소.

못 다한 수많은 아쉬움과 서러움들이 하나 둘  쌓여,

추운 겨울 날 문틈으로 새어드는 바람인양 싸늘하기만 느껴지오.

 

삶은 다 그런가보오.

항상 노는 것 같고 부질없어 보여도,

그것조차 그에게는 살아가는 이유라오.

나이가 들고 몸이 쇄약해지면, 그동안 산 삶에 피멍이 들지 않소.

 

마음에 차지 않는,

후회로 점철된 삶이었음에도,

몸과 마음은 어느새 늙고 병들어 피폐해 있소. 

최선을 다한 삶이었음을 부정하지는 마오. 

과연 자신의 뜻대로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소.

 

살다보면,

자신의 뜻과 관계없이,

어느 날 갑작스럽게 다가온 일에 평생을 보냈는지도 모르오.

물론 지금까지 살아온 내 삶의 이력이 밑바탕이 되고,

작은 인연들이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었겠지만,

때때로 그 삶을 운명인양 순응하기도 했고, 벗어나려 발버둥치기도 했을 거요.

그렇게 더해지고 빼진 결과가 오늘 지금의 내모습인 게요.

 

술 한 잔 받으시오

비틀거리는 세상 술에 취해 산들 그 무슨 문제겠소.

좋아서 한잔, 슬퍼서 한잔, 우정으로 한잔, 이별로 한잔,

그동안 술에 취한 듯 살지 않았소.

 

혼자보다 둘이,

둘보다는 여럿이 함께 마시는 술이,

더 좋았음을 왜 모르겠소.

하지만 하나 둘 떠나간 사람의 빈 잔에 추억의 술은 채우진 마오.

 

함께하는 사람이 되시오.

충고하기보다는 들어주는 사람, 화내기보다는 감싸주는 사람,

외면하고 떠나가는 사람보다는,

끝까지 남아서 지켜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하오,

 

이런저런 이유로,

수많은 사람들과 이별했음에도

끝까지 내 곁에 머물러준 그대에게 술 한 잔 권하오.

부디 남아 그대도 내게 술 한 잔 따라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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