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환갑소회(還甲所懷)

소우(小愚) 2021. 3. 15. 09:42

 

 

 

◆◇ 환갑소회(還甲所懷)

 

낙엽이 떨어진 숲길을 걸어보셨나요?

아무리 조심스럽게 걸어도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지우지 못합니다.

그동안 이루고자 했던 것들에 대한 아쉬움들이 지르는 아우성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즐겁다는 느낌은 잊은 지 오래고, 웃어 본 날이 언제인지,

그저 의무감처럼 살아가는 날들이 안타깝습니다.

 

나의 의지로,

남은 삶을 이끌어야 할 텐데,

마치 미리 정해진 운명에 이끌러가는 듯, 씁쓸합니다.

 

오늘이 환갑이랍니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고, 하고 싶은 것들도 많은데,

벌써 할아버지라는 이름의 노년의 삶이 성큼 내 품안에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청객도 아닌데,

어떻게 맞이하고 대하여야 할지 안절부절못합니다.

 

붉게 물든 저녁노을처럼,

멋지게 올 줄 알았는데 막상 찾아오니,

그저 어제와 다를 바 없는 그런 날인가 싶습니다.

 

인생은,

60부터란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희망의 메시지가 아니라,

진정한 자신만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뜻일 것입니다.

 

마음으로는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도,

지나보면 항상 무엇인가 조금씩 놓치고 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환갑이 되니 왠지 이젠 “진짜 내 인생도 다 살았구나!” 하는 기분이 듭니다.

정말 여생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멈춰있는 시간이 있어야,

비워진 공간이 있어야 채워지는 것도 있음을, 이제 황혼이 되서야 알았습니다.

홀로 지내봐야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알고,

삶의 여백을 채우는 추억이 있어야 그리움도 있습니다.

 

지난 시절 가난했던 추억들도,

이젠 서로의 간극을 좁혀주는 소중한 추억으로 변했습니다.

형이나 누나, 그리고 동생이란 이름들이,

이젠 나에게 그저 고마움이요 감사함으로 남아있습니다.

 

마음의 거리를 좁히면,

모두 행복한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돌이켜보면 내다 해 준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받았음에도 늘 부족해 했습니다.

나의 관심과 사랑이 모자라 생겨난 잘못임에도,

다른 사람의 탓으로 위안 삼았음도 고백합니다.

 

찾아갈 때마다,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기 위해 애쓰시던,

누님과 형님 내외분들, 그저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동생부부와 우리 가족들, 모두가 고맙울 따름입니다.

 

어쩌면,

산 날보다 남은 날이 더 힘들 것입니다.

그러므로 원망이나 후회보다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지 고민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앞도, 뒤도, 보지 말고,

가급적 지금만 보고 사노라면,

조금은 마음이 여유롭고 편안할 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설령 지금이 내 인생의 정점이라 한들,

첩첩산중의 미래라 한들, 어떻게 하겠습니까?

마음만이라도 즐겁게 살 수 밖에요.

 

인생의 황혼은,

늘 이별과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의 버팀목이었던 부모님을 비롯하여,

소중한 가족이나 친구와의 이별도 하나 둘 다가옵니다.

그리고 지난 날 성장통과 같았던 아픔과 분노도 그리움으로 변해 가는 것 같습니다.

아마 그것은 그들이 내게 준 사랑의 따뜻함이 더 커서일 테지요.

고마움 전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수고 많았습니다.

비록 보잘것없는 삶일지라도 열심히 산 나뿐만 아니라,

그동안 믿음과 사랑으로 묵묵히 함께해준 아내와,

아들딸에게도 위로의 박수를 보냅니다.

 

그리고 나의 환갑을 축하해준,

가족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함께했던 시간들이 소중하고 따뜻한 추억으로 기억 될 수 있도록,

항상 채워주려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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