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새로운 시작

소우(小愚) 2019. 3. 19. 12:26

 

 

  

  ◇◇ 기억하기보다 잊어야 행복하다.

 

  사람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새로운 인연이 시작된다.

  다른 그 무엇과의 새로운 시작임과 동시에 인과관계이며 구속이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연을 통해 서로간의 존재를 기억하고 도움을 나누며,

  희로애락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함께 살아간다.” 라는 것은,

  그 사람의 기억 속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기억은 바로 내 삶의 경험이며 흔적인 것이다.

 

  기억하기보다는 잊어야 행복하다.

  비워야 채울 수 있듯이, 잊음으로써 새로운 시작 역시 가능한 것이다.

  인연과 경험들을 털어내지 못하면 새로운 시작 역시 그 틀을 벗어날 수 없다.

  이렇게 하려니 저 일이 걸리고, 저렇게 하려니 이 일이 걸려,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것도 상대방의 기억이 아니라 나의 기억이 더 문제다.

 

  이따금씩 난,

  모든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모습은 물론이고 얼굴생김새나 말과 행동,

  그리고 함께했던 추억마저도 깡그리 잊혀지면 어떨까 싶다.

  원망이나 후회해서가 아니라 “새롭게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 역시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친구와,

  재물과 명예를 벗어던진다고 난 진정 자유로울까?

  나를 구속하는 모든 인연에서 자유롭고 싶다.

 

  머리카락은 하얘지고 얼굴은 검버섯이 피었다.

  거치러진 피부와 굵어진 손마디와 주름진 얼굴, 굽는 허리, 뒤뚱거리는 걸음,

  말할 때마다 숨이 차오르고, 할말을 잊어 더듬거리기 일쑤고,

  대화도 어느 순간 말싸움으로 변하고, 집에 돈을 벌어다 줄 시간도,

  점점 줄어든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아닌,

  인생의 즐거움을 위한 나만의 새로운 삶을 시작해야만 한다.

 

  하지만 문제는 건강이다.

  건강해야 일도 할 수 있고 일이 있어야 돈도 벌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건강에도 자신 없고 할 수 있는 일도 점점 줄어들기에,

  나의 미래는 불안스럽기만 하다.

 

  가족에 대한 소중함만큼,

  도움이 되고 싶어도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할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예비하고 싶은데,

  현실이란 벽은 늘 나를 힘들게 한다.

 

  그러나 스스로는 안다.

  앞으로의 삶이 즐거움보다는 한겨울처럼 춥고 힘들 것이라는 것을........

  무엇인가 시작하고 준비할 시간이나 기회는 이미 나에게서 멀어졌다는 것을.......

  문득 그것을 아는 순간 이미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그러나 이런 자신에 대한 원망보다는,

  언제나 현실이 더 빨리 다가온다는 사실을 이제는 안다.

 

  인생은 육십부터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그저 늙은이의 넋두리일 뿐이다.

  자식들 뒷바라지에 모든 능력이 소진되어 버린 이 나이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저 남은 인생이라도 마음 편히 건강하게 보냈으면 하는 소망이다.

 

  지금부터라도,

  다가오는 하루하루가,

  미래의 나를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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