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 서 장/삶의 낙서들

아내가 예뻐 보일 때

소우(小愚) 2019. 1. 4. 12:14

 

       ◇◇ 삶을 이겨낸 사람만큼 예쁜 사람도 없다.

 

       부부가 일상을 함께하면서도,

       아마 아내의 얼굴을 오랫동안 찬찬히 바라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매일 함께 밥을 먹고 대화를 나누고 잠을 자지만 아내의 모습에 그리 관심을 두지는 않는다.

       어쩌다 부부동반 모임이라도 갈 때, “이 옷이 어때?” 라고 물어보면,

       의무적으로 대답할 정도라 할 것이다.

       그래서 부부는 가깝고도 먼 사이라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다르다.

       아내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애물단지에 불과하겠지만,

       남편의 입장에게는 끼니때마다 잊지 않고 밥을 챙겨주는 아내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정년 후 거의 백수라 찾아갈 곳도 그리 만만치 않은 상황일 때,

       아내만큼 좋은 대화상대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늙어갈수록 남편은 아내에게 있어 또 다른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갈수록 아내가 예쁘게 보이는 것을 보면 나 역시도 이젠 늙었나보다.

       직장과 학교 때문에 자식들이 떠난 후 부부만이 남아 생활하다보니,

       의외로 서로를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늦게 들어오는 상대방을 위해 밥상도 차리고, 외식이나 운동도 같이 하는 횟수도 훨씬 많아진다.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시간이 많다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대화도 많이 하게 된다.

       또 다른 인생의 서막이랄까.

 

       아내가 가장 예쁠 때는 내편이라 생각들 때일 것이다.

       평소 둘이 있을 때는 잘못을 잘 지적하지 않아도 다른 가족들이 모이면 험담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평소 가슴에 응어리진 하지 못했던 말들을 푸는 것이겠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괜히 무안해진다.

       그러나 이런 험담이 오갈 때 남편의 입장을 대변하여준다면 그 얼마나 예뻐 보일까?

       아마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샘솟을 것이다. 

 

        사실 잘잘못은 극히 개인적이지 않은가?

        무관심한 배우자를 둔 사람에게는 시시때때로 하는 잔소리조차 부러울 것이다.

        피치 못할 잘못이라면 꾸중보다는 용기를 주는 것이 먼저여야 한다.

        잘못의 유무를 결과의 손익으로 따지지 말고,

        잘못을 하지 않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못조차 품을 수 있어야 진정한 가족이 아닌가?

 

        늙으면 거의 싸울 일이 없다.

        사랑하고 좋아해서가 아니라 함께 산 시간만큼 서로를 이해하기 때문이다.

        어떤 말과 행동에 자존심이 상해하고 화를 내는지 아는데,

        원수가 아닌 바에 굿이 건들 필요가 있는가?

        화를 내면 상대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 상처받는데 왜 어리석은 짓을 스스로 하겠는가?

        예쁘고 좋은 말만 하고 살아도 부족할 시간인데 말이다.

 

        매번 염색을 해야 하지만,

        검은 마리가 파뿌리 되도록 살아온 이력은 서로의 피와 땀으로 만든 것이다.

        예쁜 얼굴이나 마음보다 어렵고 행복한 순간을 더불어 살아온 삶이 더 예쁘지 않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었음을 결코 잊지 않았다면,

        삶을 이겨낸 사람만큼 예쁜 사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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