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7년, 강촌, 문배마을 여행

소우(小愚) 2007. 9. 21. 12:45

 

 

 

 

◆ 강촌 문배마을 탐방기

 

여행은,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자신을 돌아보게 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다가 올 미래를 위한 충전의 시간을 갖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문배마을 여행은,

나에게 그 나름대로 좋은 의미가 된 여행인 것 같다.

 

특히 오랜만에 큰형님 가족을 모시고 하는 가족여행이라 더 그렇다.

큰형님과 나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 형제지만,

그동안 다소 소원했던 것도 사실인데, 이번 여행을 통해 그 거리가 많이 좁혀진 것 같다.

 

올 해는,

아버지를 여의고 처음으로 맞는 추석차례라

춘천 큰형님 댁으로 명절을 보내야한다.

그래서 추석 전 날 올라와 차례상에 올린 송편을 빚고 전을 붙이고 음식을 장만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예전부터 송편을 빚을 때면 어머니와 같이 가족 모두가 함께 했다.

 

하지만 올 해는,

작은 형님이 개인 사정으로 오지 못하였고,

산소도 강릉의 공원묘지에 모셔 성묘도 미리 다녀온지라,

추석날 차례를 지내고 송편과 과일을 배낭에 짊어지고,

형님이 추천한 강촌유원지에 있는 구곡폭포와 문배마을을 여행하기로 하였다.

 

다행스럽게 추석날이라

입장료도 받지 않아 넓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구곡폭포로 향했다.

 

강촌은 젊은 여인들이 데이트를 하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하지만 요즘은 데이트뿐만 아니라 소형오토바이와 자전거를 즐기는 레포츠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한다.

구곡폭포는 예전에 논이었던 문배마을 생태연못에서 아홉 구비를 돌아 내려와,

거침없이 쏟아져 구곡폭포라 불린다고 하는데, 오늘은 장마 끝이어서 그런지,

20여 미터의 높은 절벽에서 떨어지는 하얀 물보라는 장관을 이룬다.

 

문배마을은

1982년 구곡폭포 일대가 관광지로 지정되면서,

구곡폭포의 아름다운 절경과 봉화대가 있던 봉화산,

칼을 세워놓은 것 같아 <칼봉>이라 불리는 검봉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로,

산채백반으로 유명하다

 

문배마을이란 이름은,

약 200년 전 이 곳이 돌배보다 조금 큰 문배나무가 많아서 그렇게 불렸다고도 하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의 생김새가,

짐을 가득 실은 배를 닮았다고 해서라고도 한다.

 

이 곳에서 문배마을로 가는 길은,

약 60~70도의 경사진 길을 굽이굽이 돌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 길 따라 잣나무가 울창하게 들어서 산림욕을 하기에 뛰어난 곳이다.

또한 한적한 오솔길에 소나무와 단풍나무가 어우러져 풍치를 더한다.

 

고개를 오르면서 내심,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분지에 고즈넉하게 들어선 마을풍경을 기대했으나,

눈에 들어오는 풍경은, 버려진 묵밭과 억새와 잡초가 우거진 논과,

단장되지 않는 생태연못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마을이라 해야,

옹기종기 모여 있는 10여 가구에,

<김가네, 이씨네집, 문배집>등 허름한 식당만 찾는 손님도 없이 남아 있었다.

힘들게 검봉산을 등산 한 뒤 먹는 산채백반이 일품이라고들 하는데,

어느 산에나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일 뿐이었다.

 

시골 풍경을 그대로 유지하려고,

개발을 안했다손 치더라도 길을 다듬고 잡초를 제거해야 함은 당연하지 않은가?

물론 추석명절 탓이라고 여기지만 이 마을은 생동감이 느껴지지 않음은,

나만의 착각일까?

 

문배마을답게,

문배가 주렁주렁 열린 그 옛날 시골풍경이나,

문배주 향기가 짙게 배어나오는 마을을 기대한 것은 비단 나뿐이었을까?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검봉산 봉화산을 돌아오는 임도에는,

산림보호를 위해 따지 않아서인지 토종밤과 잣이 지천으로 떨어져 있다.

물론 놔두면 다람쥐가 먹겠지만 아쉬운 마음에 하나하나 줍다보니 어느새 3되 정도 주었다.

 

토종밤은,

크기는 작지만 그 맛은 일품이다.

그리고 청살모가 먹다버린 잣송이마다,

먹다 남겨진 잣을 주워 까먹는 잣맛도 쏠쏠하다.

 

어쨌든,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은,

큰형님 내외분과 보낸 우애의 시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