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7년, 설악산 귀때기청봉 등산

소우(小愚) 2007. 10. 21. 16:44

 

 

 

비록 몸은 서로 떨어져 있지만

당신이 푸른 하늘을 보면 나도 그 하늘을 보고

당신이 기쁘면 나도 역시 그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는데

지난주에 이어 이번 10월 셋째 주 역시 설악산 단풍놀이다.

오늘 우리가 가야 할 등산코스는 한계령-귀때기청봉-대승령을 경유,

장수대관리소로 하산하는 일정이다.

 

강릉에서 5시에 출발,

오색에 도착하여 장수대까지 가기 위해 콜택시를 찾았으나,

"한계령과 장수대는 공사관계로 차를 주차할 수 없어 못간다“고 한다.

그래서 어쩔 수없이 오색에 차를 주차한 후 한계령까지 콜택시로 이동 후,

하산 때 다시 전화하기로 약속해야만 했다.

 

한계령에서 출발한 시간이 6시 40분,

벌써 한계령 주변으로는 일출이 시작된 듯 어둠이 걷혀온다.

하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안개가 자욱하여 주변의 경치나 단풍을 감상할 수 없다.

   

올 해 설악산 단풍 구경은 나에게 인연이 없는가 보다.

한계령에서 귀떼기청봉 갈림길까지는 대략 2시간 30여분을 가파른 철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갈림길에서 다시 20여분 능선을 타고 오르다보면,

약 1.2km 정도 온통 바위로 된 골재야적장 같은 돌산을 만나게 된다.

이 바위 틈사이나 바위 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안전로프를 붙잡고 조심스럽게 올라가야 한다.

 

귀때기청봉은,

바람이 너무 매서워 귀때기가 떨어질 것 같아 붙여진 이름이라는,

어느 등산객의 말처럼 정말 살을 에이 듯 바람이 차다.

 

귀때기청봉은 해발 1,580m이다.

정상은 온통 돌 천지다. 

돌과 바람으로 자라진 못한 고사목들이 하얗게 마른 채 서 있다.

그리고 측백나무와 작은 교목에는 안개가 만든 상고대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마치 안개가 구름처럼 뭉글뭉글 스치듯 지나간 뒤,

다가온 햇살이 마치 어린 시절 줄긋기 놀이하듯 쓱쓱  다가온다.

그리고 벌 때처럼 윙윙거리는 바람에 옷깃을 여미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한겨울 날씨처럼 춥다. 

 

정말 신비롭다.

능선을 기준으로 한쪽 계곡은 햇살이 들자,

안개가 물살을 가르고 올라오는 연어처럼 은빛 비늘을 퍼덕이고,

한쪽 계곡은 마치 한겨울처럼 눈이 되어 내리는 현상은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선녀의 옷자락 같은 안개가 지나갈 때마다 불쑥불쑥 보이는 풍경은 마치 판도라 상자인 듯하다.

이 광경이 너무나 신비로워 더  머물고는 싶지만 너무나 추워 이 곳을 떠나야만 했다.

 

귀때기청봉에서 대승령까지는,

듬성듬성 주목도 있지만 참나무활엽수들이 주류를 이룬다.

중간에 우뚝 솟은 두 개의 봉우리를 지나가야 하는데,

경사가 너무 급하고 바람이 거세 몸이 흔들릴 정도라 안전에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이 곳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너무 좋아,

이내 두려움은 저 멀리 사라지고 정상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대승령까지는 대략 5km,

능선을 타고 빙빙 돌아가야 한다.

또한 이 시기에는 응달에 서리가 내려 질퍽거리고,

뾰족한 돌이 많아 관절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대승령에서 장수대로 내려가는 길은 가파르다.

하지만 이 곳부터 대승폭포 사이에는 그야말로 단풍의 바다다.

그동안 설악산을 등산하면서도 늘 안개 때문에 곱게 물든 단풍을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곳은 단풍이 절정이다.

 

대승폭포는,

개성의 박연폭포, 금강산의 구룡폭포와 더불어,

우리나라의 3대 폭포중의 하나다.

하지만 요즘은 수량이 풍부하지 않아,

장마 때가 아니면 예전처럼 폭포 중간에서 부서지는 물살의 무지개를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

 

대승폭포는,

신라 경순왕의 피서지로 알려져 있으며,

장수대 북쪽 1km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대승폭포 앞 암석에 써 있는 <구천은하>라는 한자는,

조선 선조 때의 명필인 양봉래의 글씨라고 한다.

 

대승폭포는 88m에 이르는 물기둥이 낙하하여 장관을 이루고,

그 중간에 중간폭포라는 이어지는 폭포가 있어,

그 곳에서 피어나는 오색영롱한 무지개를 볼 수 있음은 축복 중의 축복일 것이다.

특히 이 곳 대승폭포에서 도로 따라 펼쳐진 소나무 숲을 감상하는 즐거움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이다.

 

 

 

일시 : 2007년 10월 21일 셋째 주 일요일   

코스 : 한계령휴게소-귀때기청봉-대승령-대승폭포-장수대관리소     

◇ 총소요시간 : 10시간 40분(06:40~1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