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 억/산행 및 여행

2007년, 설악산 대청봉 등산

소우(小愚) 2007. 10. 14. 16:38

 

 

 

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로 지친 다리의 피로를 풀고,

저녁 8시 뉴스를 보니 오후 3시경부터 대청봉에 첫 눈이 내렸다고 한다.

내려오다 우박과 소나기에 흠뻑 젖어 무척 고생했는데,

결국 대청봉에는 눈으로 바뀌었나 보다.

 

이번 대청봉 등산은,

2004년 등산 이래 30좌 등정을 기념하기 위한 등산이다.

강릉에서 출발한 시각이 4시 20분, 오색 주차장에 도착하니 5시 30분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인근에는 벌써 산행을 하기 위해 온 등산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즐비하게 들어 차,

차를 마땅히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할 정도다.

 

주변을 돌고 돌다 결국,

유료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후,

5시 50분이 되서야 비로소 산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직 사물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인데,

등산로에는 산행을 하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라 거늬 밀리다시피 산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떠밀려,

어둠을 헤치고 1km지점 제 1쉼터에 이르러서야,

햇살이 서서히 만물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시작한다.

칠흑의 어둠이 회색에서 흰색으로 변하다,

점차 본연의 색으로 돌아가는 여명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오색에서 대청봉 까지는 대략 5km정도지만 철계단과 돌계단을 번갈아 올라야 하기에,

조금만 올라도 땀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흘러내린다.

 

오색관리소에서,

1시간 30여분 오르면 설악폭포(제1폭포)에 이르고,

여기서 원설악폭포(제2폭포) 구간은 야영장이 조성되어 있다.

이곳부터 약 1km는 지난 태풍 <루사와 매미>의 영향으로,

커다란 바위들이 등산로를 가로막고 있어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밧줄과 나무뿌리를 붙잡고 올라가야 하기에 여간 힘든 여정이 아니었다.

 

이 곳을 지나서부터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오르다보면 주변의 경치를 돌아볼 여력조차 없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면 난간에 기대어 잠시 숨을 잔지르고,

연신 흐르는 땀을 물 한 모금에 갈증을 달래야 한다.

이렇게 오른 시간이 2시간 30분, 이제야 여기저기 고사목이 보이고 차가운 바람결이 느껴진다.

그리고 주변으로 거친 바람에 자라지 못한 측백나무와 산철쭉,

그리고 대청의 명물 눈잣나무도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단풍은,

벌써 7부 능선까지 내려온지라 단풍 빛깔이 그리 곱지 않다.

그리고 금년에는 가을비가 자주 내려 단풍에 검은 점이 박혀 천자만홍을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정상이 점차 가까워지자 산허리에 둘러싸인 구름이 점차 발밑으로 밀려나,

마치 구름 위를 걷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이처럼 대청은 역시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감탄스럽다.

 

드디어 대청봉 정상이다.

각양의 산봉우리가 모두 내 발밑이다.

멀리 뿌옇게 동해바다가 보이고, 권금성의 화채능선과,

미시령으로 가는 공룡능선이 굽이치듯 저 멀리 한 눈에 들어온다.

대청 밑으로는 울산바위와 수렵동계곡을 이루고 있는 용아산성이 용트림하듯 나타난다.

 

10시 30분, 해발 1,707.9m의 정상!,

듬성듬성 등산로의 유실로 인하여 4시간 50여분의 사투 끝에 대청봉에 선 영광의 순간이다.

 

<아! 이래서 대청봉이구나.>

대청봉은 <군계일학> 이 한 단어만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바람이 거세고 사람들이 인산인해라 대청봉 정상에 서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바람이 거세서인지 오늘 대청봉은 유난히 맑고 투명하다.

이렇게 청명한 푸른 가을하늘아래 대청을 볼 수 있음은 어쩌면 축복과 같다.

인증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넘쳐나 결국 경쟁하듯 인증사진을 찍고 대청을 벗어나야만 했다.

 

우리는 정상에서 한 시간 남짓 머문 뒤,

날머리인 한계령을 향해 중청의 허리를 돌아 서부능선을 향했다.

 

여기서 귀떼기청봉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오는 곳까지,

는 한두 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등산로가 협소하고 완만하기에,

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동행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한 길이다.

물론 한두 군데 바위를 건너고 밧줄로 오르는 길도 있지만 오색에서 오르는 길에 비해서는 약과다.

하지만 이 능선이 아니면 볼 수 없는 비경도 곳곳에 있음으로 한 눈 팔지 않아야 한다.

 

귀떼기청봉 갈림길에 이르자,

갑작스레 찬바람이 불더니 안개가 산봉우리를 가릴 정도로 짙어진다.

혹여 비가 내릴까 서둘러 내려갔지만 비탈면에 설치된 철계단에 도착하자,

번개가 치더니 점차 우박과 와 함께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준비한 비옷을 입었지만,

가파른 계단을 내려오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고 위험해 그대로 비를 맞기로 했다.

흥건하게 젖은 옷 사이로 비는 땀과 범벅이 되어 흘러내린다.

이 곳을 내려오면서 보는 맞은 편 산의 단풍이 절경인데,

안개가 자욱하여 볼 수 없음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렇게 한계령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4시 20분,

차를 주차한 곳 까지 걸어가려 했으나 우천관계로 콜택시를 기타기로 했다.

몸이라도 녹일 수 있을까 휴게소에 들렸지만 이 곳 역시 사람들이 꽉 들어차 있어 그마저 불가능하다.

그렇게 고생하고 돌아왔는데 그 날 대청봉에 눈이 내렸다니,

자연이 보여주는 신비로움은 사람이 헤아릴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일시 : 2007년 10월 14일 둘째 주 일요일  

코스 : 오색관리소- 대청봉-한계령-오색관리소

소요시간 : 10시간 30분(05:50~04:20)